“자본잠식이라도 혁신기업이라면 코스닥 상장 가능해진다”
“자본잠식이라도 혁신기업이라면 코스닥 상장 가능해진다”
  • 박대용 기자
  • 승인 2018.01.12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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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리뷰=박대용 기자] 혁신기업이라면 설비투자와 연구개발비 등으로 자본잠식에 빠져도 상장(IPO)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금융당국이 그동안 상장심사가 기업의 수익성에 과도하게 초점을 맞춘다는 비판을 받아들여 자본잠식 요건을 폐지하는 등 상장요건을 완화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잠재적 상장대상 기업이 늘어난다는 점에선 환영하는 반면, 일부에서는 완화된 제도의 실효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이익 미실현기업이나 자본잠식 기업이 상장심사를 통과한다고 해도 결국 시장의 평가를 거쳐야하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1일 '자본시장 혁신을 위한 코스닥 시장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코스닥 상장 요건 중 계속사업이익과 자본잠식 등을 폐지해 혁신기업의 원활한 코스닥 상장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상장요건 개편에 따라 비상장 외부감사 대상 기업 가운데 약 2800개 기업이 잠재적 상장대상으로 신규 편입될 전망이다.

코스닥 시장 활성화 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기관투자자와 중소벤처기업 등의 코스닥 시장 참여 유인이 제고될 수 있도록 세제·금융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벤처기업투자신탁이 벤처기업의 모험자본 공급을 위한 대표적인 벤처펀드로 활성화되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코스닥 기업 투자비중이 50% 이상인 코스닥 벤처펀드에 코스닥 공모주 물량의 30%를 우선 배정하기로 했다.

아울러 국내 연기금이 현·선물 간 차익거래 목적으로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주식을 매도할 경우 증권거래세 0.3%를 면제하고 기금운용평가 지침을 개선해 연기금의 코스닥 투자 확대를 유도해 나가기로 했다.

또 총 3000억원 규모의 코스닥 스케일-업(Scale-up) 펀드를 조성하고 저평가된 코스닥 기업에 집중 투자함으로써 코스닥 시장에 대한 증권유관기관의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하도록 했다.

코스닥 펀드는 거래소, 예탁원, 금융투자협회, 성장금융 등 증권 유관기관 공동으로 약 1500억원을 출자하고 민간자금 매칭 형태로 조성하기로 했다.

정부는 코스닥 기업에 대한 신성장 R&D 세액공제를 확대하고 지원 대상을 코스닥에 상장된 중견기업까지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또한 정부는 혁신기업의 상장을 적극 유도하기 위해 계속사업이익 및 자본잠식 요건 등 혁신기업 진입에 불합리한 규제를 폐지하고 다양한 진입요건을 신설하기로 했다.

뿐만 아니라 테슬라 요건의 활용도 제고를 위해 우수 상장주관사에 대해서는 풋백옵션 부담을 면제해 주는가 하면 코넥스 시장에서 일정기간 거래 후 코스닥으로 이전상장할 수 있도록 코넥스 시장 활성화에 나서기로 했다.

특히, 사모중개 전문증권사 제도를 신설해 사모중개 전문증권사에 대해서는 진입규제를 등록제로 전환하고 자본금 요건을 30억원에서 15억원으로 대폭 완화하기로 했다.

이번 정책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IB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개편방안은 금융위와 거래소가 명확하게 규정을 완화해서 향후 상장할 수 있는 기업 토대를 넓혀준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는 “다만 장기적인 관점에선 부실기업이 심사를 통과할 경우 자칫 '부메랑'이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단지 상장이 목표라면 프리IPO 자금을 유치하거나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하는 등 기존에도 기업이 자본잠식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은 다양하게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비상장 상태에서 높은 '몸값'을 자랑하는 기업들에게 상장제도 완화가 '당근'으로 작용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테슬라 요건 완화 역시 아직 이 제도를 활용한 상장기업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실질적인 효과는 판단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 제도를 처음으로 활용하는 기업인 카페24는 오는 2월 코스닥에 상장될 전망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업에서 주목하는 부분은 완화된 심사요건을 활용한 기업이 과연 시장에서 원하는 기업가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냐 여부다”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적자기업이나 자본잠식 기업의 미래가치를 상장위원회에서 어느 선까지 인정할 것이며 시장과 소통가능한 수준에서 인정해줄 수 있는지에 따라 제도의 성패가 갈릴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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