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환율·고유가·美 세이프가드...올해 수출, 불안요소 산적”
“저환율·고유가·美 세이프가드...올해 수출, 불안요소 산적”
  • 서성일 기자
  • 승인 2018.01.31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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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현대자동차

[파이낸셜리뷰=서성일 기자] 올해 수출액이 또 최고점을 경신할지 장밋빛 전망이 쏟아지는 가운데 경제계에서는 환율 하락과 유가 상승, 미국의 보호무역조치 등의 영향으로 낙관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왔다.

31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해 한국 경제는 3년 만에 무역 1조 달러 선을 회복하는 등 기록적인 성과를 냈지만 올해 수출 환경 곳곳에 불안요소들이 있어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경연 관계자는 “지난해 기록한 5739억달러 수출은 2014년 실적인 5727억달러를 회복한 수준에 그친 것”이라며 “2015년과 2016년 세계경기 둔화 등으로 2년 연속 수출액이 하락한 배경을 생각하면 지난해 15.8% 성장은 기저효과가 반영된 측면이 크다”라고 꼬집었다.

한경연은 주력 수출품목의 증감 상황을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13대 주력 수출품목은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기준 78.2%에 육박한다. 지난해는 13개 가운데 9개 품목 수출이 2014년과 비교해 현격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한 해 수출을 견인한 반도체, 컴퓨터, 선박류, 일반기계 등 4개 품목을 제외하면 가전, 석유제품, 무선통신기기, 디스플레이 등 9개 품목 수출액 감소율은 2014년 대비 17.2%에 급감했다. 13개 품목 전체로도 2014년 대비 2.7% 줄었다.

수출액의 성격을 살펴보면 지난해 수출액 증가는 물량보다는 특정 업종의 가격 상승 효과를 본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기업의 체질개선으로 인한 물량 증가보다 가격상승 요인이 더 크게 작용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수출금액 변동을 가격요인과 물량요인으로 각각 파악하는데 사용되는 ‘수출 물량지수’와 ‘수출 금액지수’를 비교한 결과 물량지수는 지난해 3분기까지 분기별 각각 6.6%, 2.8%, 9.4% 증가한 반면, 금액지수는 17.2%, 12.6%, 18.9%로 더 크게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품목별로도 2016년 수출액 대비 57.4% 급증했던 반도체는 D램 현물 가격이 89.9%, 낸드(NAND) 현물가격이 49.1% 상승했을 뿐만 아니라 메모리 수요 급증까지 더해져 단일품목 사상 최초로 연간 수출액이 900억 달러(979.4억 달러)를 돌파했다.

아울러 석유제품 및 석유화학도 유가 상승세를 타고 수출 단가가 상승하며 2016년 수출액 대비 각각 31.7%(석유제품), 25.3%(석유화학) 급증했다.

또한 한경연은 지난해 세계 교역량 자체가 늘어난 영향을 간과할 수 없다고도 지적했다.

한경연 관계자는 “2016년 1.3%에 불과했던 세계 교역량 증가율이 지난해 3.6%까지 늘었다”며 “지난해 1~9월 전 세계 상품수출(11.9조달러)은 9.2% 증가세를 기록했고, 같은 기간 우리나라도 10대 수출국 수출증가율 1위(18.5%)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분석을 바탕으로 한경연은 무역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들을 추가해 올해 전망을 보수적으로 제시했다.

한경연은 연초부터 지속되고 있는 원화강세와 고환율도 수출증가세 둔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원화가치가 오르면 우리 수출품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고 유가 상승은 원가 부담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미국 정부가 수입산 세탁기에 최대 50%, 태양광 전지 및 모듈에 최대 30%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은 세이프가드 조치를 발동하며 국내 전자·태양광 업체 수출에 경고등이 켜진 상황이다.

추가 관세 부과는 불가피하게 완제품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고 가격경쟁력이 약화되면 판매 감소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경연 관계자는 “지난해 우리 수출이 양적으로는 많이 성장했지만 그 내용들을 보면 낙관적으로만 해석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보호무역주의로 수출 환경이 어려워지고 있는 만큼 정부는 미국의 세이프가드 조치에 대해 양자·다자 채널을 통한 적극적이고 발 빠른 대응을 해야 하고, 기업들도 수출 품목 다변화 등의 노력을 늦추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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