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올해 한국인 ‘마음의 온도’는 “영하 13.7도”
[기획] 올해 한국인 ‘마음의 온도’는 “영하 13.7도”
  • 남인영 기자
  • 승인 2016.10.05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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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제공= 네파

[파이낸셜리뷰=남인영 기자] 청년 실업, 저성장 터널 진입, 구조조정, 가계부채 사상 최대, 노후 파산 등 늘어만 가는 경제관련 부정적 단어들이 심리적 추위를 더해주고 있다.

경제 불황으로 우울한 경제 지표 시대에 팍팍한 삶을 헤쳐나가고 있는 한국인 ‘마음의 온도'는 몇 도일까?

5일 아웃도어 브랜드 네파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 10명 가운데 7.5명은 계절적 추위보다 심리적 추위를 더 크게 느끼고 있으며, 심리적 체감온도라 할 수 있는 ‘마음의 온도’는 영하 13.7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마음의 온도’는 해가 갈수록 더 낮아질 것이라는 응답이 76%에 달해 미래를 부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자신의 타인들에 대한 배려 점수는 63.2점에 불과한 것으로 응답해 어려운 경제 여건 탓에 스스로를 챙기기에도 급급한 상황에서 사회적 유대감과 공동체 의식도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50대 직장인이 삶의 무게 가장 힘들어 해

‘심리적 추위’와 ‘계절적 추위’ 중 어느 것이 더 견디기 힘든 추위인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75%가 ‘심리적 추위’가 더 춥다고 답했으며 ‘계절적 추위’라고 답한 응답자는 9.2%에 불과했다.

특히, 조사 대상 세대 중 고령화 시대 퇴직을 고민하는 50대 직장인 세대 응답자가 심리적 추위를 가장 많이(79.5%) 느끼고 있는 것으로 조사돼 은퇴와 자녀 결혼비용, 열악한 재취업 시장, 준비 안 된 노후 등에 대한 불안감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각 세대별로 응답자 본인이 속한 세대의 심리적 체감온도를 상징하는 ‘마음의 온도’는 몇 도일 것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조사 대상 전체 평균은 영하 13.7도로 조사돼 지난해(영하 14도)보다 는 0.3도 나아진 것으로 집계됐으나 여전히 한국인의 심리적 온도는 영하의 강추위를 체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대별 ‘마음의 온도’를 보면 취업 대란 시대의 대학생 및 취업 준비생 그룹이 영하 17.3도로 심리적 추위의 강도가 가장 큰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취업 준비생 그룹만의 마음의 온도를 따로 조사했을 때 20.7도로 나타나 절망감 속에서 혹한의 추위를 겪고 있는 취준생들이 느끼는 각박한 현실의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어 입시 경쟁 속에 사는 고등학생 그룹 영하 15.7도, 취업 스트레스에서 일단 벗어났지만 결혼, 육아 등 소득 만족도가 낮은 2030 직장인 영하 12.9도, 퇴직이 가까워진 50대 직장인 영하 12.1도, 상대적으로 안정된 직장 생활을 영위하는 40대 직장인이 영하 10.7로 뒤를 이었다.

학생(고교생, 대학 및 취준생) 그룹 평균 ‘마음의 온도’는 영하 16.5도로 영하 11.9도인 직장인 그룹 평균보다 4.6도 낮게 나타났다.

이는 치열한 입시 경쟁과 기댈 곳 없는 ‘N포 세대’란 신조어로 대변되는 우리나라 청년세대의 스트레스와 미래 불안의 정도를 확인시켜주고 있어 위기의 청년세대에 대한 사회적 배려와 현실적 대책이 시급해 보인다.

한국인 76% “마음의 온도 앞으로 더 낮아질 것”...이유로는 ‘경제 불황’을 1순위로 꼽아

앞으로 한국인 ‘마음의 온도’는 지금보다 높아질까? 응답자 4명 중 3명 꼴인 76%는 마음의 온도가 앞으로 더 낮아질 것이라 응답해 지금보다 높아질 것이라는 응답(13.3%)보다 훨씬 더 많았다.

지난해 조사와 비교해 보면 마음의 온도가 낮아질 것이라는 응답은 지난해(79.1%) 보다 3.1% 줄었고 마음의 온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응답은 지난해(11.4%)보다 1.9% 늘었다.

마음의 온도가 낮아질 것이라고 응답한 이유로는 ‘불황으로 인해 경제전망이 밝지 않아서’(36.3%)라고 답한 사람이 가장 많았으며, ‘갈수록 경쟁이 더 치열해지는 세상이 될 것 같아서’라고 답한 응답자가 31.4%로 나타나 2위를 기록했다.

이어 ‘여가 및 휴식이 부족’(12.9%), ‘세상 인심이 더 각박해질 것 같아서’(10.0%),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진정한 소통 부족 등 대인관계 축소’(6.2%), ‘안보 및 재난문제’(3.1%) 등이 뒤를 이었다.

지난해 조사에서는 ‘치열한 경쟁(39.9%)’이 ‘경제 불황(36.5%)’보다 높게 나타났는데 올해는 경제 불황을 첫 번째로 꼽아 국민들이 일상에서 경제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세대별 응답을 살펴보면 직장인 세대(20대 ~ 50대)는 모두 마음의 온도가 낮아질 것으로 전망한 이유로 ‘경제 불황’을 1순위로 꼽은 반면 고등학생 및 대학생 등 학생 그룹은 ‘치열한 경쟁 사회’를 가장 큰 이유로 선택했다.

이는 청년층 실업률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치열한 경쟁을 하게 되는 사회 분위기를 반증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인 배려심 착시 점수는 8.9점

일상에서 ‘타인이 나를 대할 때의 배려 점수는 몇 점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는 전체 응답자 평균 점수가 54.3점으로 집계됐다. 반면 ‘내가 타인을 대할 때의 배려 점수는 몇 점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전체 평균 점수가 63.2점으로 나타났다.

개개인의 집합이 공동체라 할 때 내가 실천하는 배려심과 타인으로부터 받는 배려심의 차이인 ‘한국인의 배려심 착시’ 점수는 8.9점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착시는 경기 불황으로부터 비롯된다 할 수 있는 치열한 경쟁 탓에 세상살이가 힘들어지면서 공동체 의식도 점차 저하되는 데 기인한다고 볼 수도 있어 보다 따뜻한 세상을 위한 상생의 관점에서 타인에 대한 배려심을 개개인이 스스로 높여야 한다는 점을 시사해 주고 있다.

2030세대 직장인의 경우 ‘자신의 타인에 대한 배려 점수’(59.1점)나 ‘자신에 대한 타인의 배려 점수’(50.3점) 모두 조사 대상 세대 중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나 다른 세대에 비해 배려를 하지도, 배려를 받지도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팍팍한 현실 속에서 '88만원 세대'와 'N포 세대'로 대변되는 무력감, '흙수저'로 상징되는 자조감 등 현재 대한민국 20~30대의 현실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치열한 경쟁과 빠듯한 경제 환경으로 인해 타인을 배려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없는 것이다.

사회 전반적으로 마음의 여유가 줄어들면서 ‘착한 사람은 손해본다’,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라는 말이나 ‘미움 받을 용기’, ‘거절하는 법’과 같은 책이 유행하는 것처럼 항상 남을 배려하는 ‘착한 사람’에서 벗어나 상대에게 피해주지 않는 범위에서 자신의 권리를 찾자는 담론이 형성되는 분위기를 드러내는 결과로 풀이된다.

국민 10명 중 7명, “미담 접할 때 ‘마음의 온도’ 올라가”

응답자들의 70.5%는 주변에서 미담이나 선행 등 따뜻한 이야기(뉴스)를 접할 때 마음의 온도가 높아지는 것을 느낀다고 응답해, 국민들은 따뜻하고 감동적인 미담을 통해 작은 위로 받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그렇지 않다 10%, 모르겠다 19.5%).

올해 가장 따뜻한 뉴스, 차가운 뉴스는...

어떤 미담을 통해 가장 감동을 받고 마음이 따뜻해졌는지에 대해서도 조사했다. 올해 추석 명절까지 접한 뉴스 중 시린 마음을 덥혀준 가장 따뜻한 뉴스와 반대로 마음을 더 춥게 만든 가장 차가운 뉴스는 무엇일까?

화재 진압 후 까맣게 그을린 집 내부를 보고 시름에 빠진 조손 가정 할머니를 위해 자비를 들여 집 수리까지 해줘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공무원의 참 모습을 보인 서울 송파소방서 장형덕 소방경과 6명의 천사 소방대원들의 선행이 17. 3%의 지지를 얻어 가장 따뜻한 뉴스로 선정됐다.

뒤를 이어 부산 기장군 곰내터널에서 유치원 버스가 전복되자 유치원생을 안전하게 구해내 ‘곰내터널의 기적’을 만든 ‘아재 구조단’(16.1%), 폭염에 고생하는 경비원, 택배기사 등을 위해 얼린 생수를 기부해 전국에 냉수 기부 릴레이 신드롬을 일으킨 ‘냉수 천사’ 이재형 씨(12.5%) 순으로 공감을 받았다.

반면 올해 가장 마음을 춥게 한 ‘차가운 뉴스 유형’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18.1%가 심정지로 쓰러진 택시 기사를 그대로 두고 골프여행을 떠난 승객 등 주변의 어려움을 외면하는 각박해진 사회의 모습을 드러낸 뉴스라고 답했다.

두 번째로는 아파트 경비원이나 아르바이트 생 등에 대한 폭언이나 폭행 등 ‘갑질’형 뉴스(14.7%)가 꼽혔으며, 보호 받아야 할 어린이들을 상습적으로 학대한 아동 학대 뉴스가 13.9%로 3위에 선정됐다.

주변의 어려움을 외면하거나 배려하지 않는 뉴스들이 상위권으로 뽑혀 배려가 없는 사회에 대한 경종을 울렸다.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신호창 교수는 “저성장, 부의 격차 증대 등으로 인해 자기 중심적 삶이 강화되면서 정서적 외로움은 가중돼 사회적 관계가 배려심 보다는 갈등 프레임에 갇히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 교수는 “사회적 연대감이 높을수록 모두가 공존하는 사회로 발전할 수 있기에 주변을 좀더 배려하는 상생의 정신이 실천될 때 ‘마음의 온도’는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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