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남인영 기자] 기업의 '이공계·남성' 선호가 여전한 가운데 국내 대기업 10곳 중 4곳은 올해 신입사원 채용계획을 아직까지 정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대기업의 대졸 신입사원 평균 연봉이 처음으로 4000만원을 돌파했다.
19일 한국경제연구원이 여론조사업체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 매출액 500대 기업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기업 182개사 가운데 80개사(44.0%)는 상반기 신규채용 계획을 수립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지난해 상반기(37.0%)보다 채용 계획을 세우지 못한 기업 비율이 더 늘었다. 신규채용을 지난해보다 늘리겠다는 기업은 8.8%(16개사)로 지난해 11.0%(22개사)보다 줄었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채용을 줄이는 곳은 9.3%(17개사), 신규채용을 아예 하지 않은 곳은 2.7%(5개사)로 나타났다.
대졸 신규채용을 늘리지 못하는 이유로는 '회사 내부 상황 어려움'을 꼽는 기업이 25.9%로 가장 많았다.
'국내외 경제 및 업종 상황 악화'(20.0%), '신입사원 조기퇴사·이직 등 인력유출 감소'(15.8%), '통상임금·최저임금 인상 등 인건비 부담 증가'(14.2%), '60세 정년의무화에 따른 퇴직자 감소'(8.3%) 등이 뒤를 이었다.
이에 대해 한경연 관계자는 “제도 변화보다 기업 내부 여건이나 경기상황이 중요한 영향을 미친 셈”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상반기 대기업의 대졸신입 평균연봉은 4017만원(월 335만원)으로 조사됐다. 대졸 신입사원 평균연봉이 4000만원을 넘어선 것은 사상 처음이다. 2016년 상반기에는 3817만원, 2017년 상반기엔 3880만원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신입 연봉은 3500만~4000만원이 34.1%로 가장 많이 차지했다. 이어 4000만~4500만원 25.3%, 3000만~3500만원 17.6%, 4500만~5000만원 11.0%, 5000만~5500만원 4.9%, 5500만~6000만원 2.2%, 2500만~3000만원 1.1% 등 순으로 조사됐다.
상반기 대졸 신규채용 인원 가운데 이공계 선발 비중은 평균 55.3%, 여성 비중은 평균 28.6%로 올해 상반기 취업시장에서도 '이공계·남성' 선호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이공계 비중이 54.4%, 여성 비중이 26.2%였다.
대졸 신규채용시 블라인드 인터뷰 또는 블라인드 채용 도입 여부에 대해 34.6%(63개사)는 이미 도입했다고, 18.1%(33개사)는 향후 도입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지난해 하반기에 한경연이 실시한 조사에서는 응답 기업의 24.9%가 블라인드 채용을 이미 도입했다고 답했다.
블라인드 인터뷰·채용을 도입한 63개사 가운데 36.5%(23개사)는 서류제출에서 최종면접까지 모든 채용과정을 블라인드 채용으로 선발한다고 답했다. 나머지 63.5%(40개사)는 부분적으로 도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부분적으로 블라인드 인터뷰·채용을 도입한 기업(중복응답)은 실무면접·토론 80.0%, 서류전형 27.5%, 임원면접 5.0% 순으로 채용전형에 블라인드 방식을 실시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블라인드 채용 기대효과(중복응답)에 대해 기업들은 '자기소개서·면접답변에 집중'(71.4%), '공평한 취업기회 제공'(68.7%), '스펙 위주 채용관행에서 직무․능력중심의 채용방식으로 변화'(52.7%) 등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대졸 신규채용을 확대하기 위해 정부나 국회가 중점 추진해야 할 사항(중복응답)으로 기업들은 '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환경조성'(63.2%)을 대부분 들었다.
이어 '고용증가 기업에 대한 세제혜택 등의 인센티브 강화'(47.8%), '규제완화를 통한 기업투자 활성화 유도'(42.9%), '법정 최대근로시간 단축으로 추가 고용 유도'(20.9%), '공공부문 중심의 일자리 확대'(12.1%) 등 순으로 집계됐다.
한경연 관계자는 “일자리는 기업이 만들어내는 것인 만큼 기업의 활발한 경영활동을 뒷받침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최근 기업들이 블라인드 채용을 확대하는 추세에 맞춰 구직자들도 직무․능력 중심의 채용방식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