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입국장 면세점 허용 반대하던 정부...입장 ‘급선회’ 이유는?
[WHY] 입국장 면세점 허용 반대하던 정부...입장 ‘급선회’ 이유는?
  • 이성민 기자 채혜린 기자
  • 승인 2018.08.14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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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파이낸셜리뷰DB

[파이낸셜리뷰=이성민 기자 채혜린 기자] 그동안 면세점 업계와 정부 당국의 반대로 번번이 무산돼 온 ‘입국장 면세점’ 설치가 문재인 대통령의 발표로 급물살을 타게 된 모습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3일 “해외여행 3000만명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는데도 입국장 면세점이 없어 관광객들이 시내나 공항 면세점에서 산 상품을 여행 기간 내내 휴대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며 “입국장 면세점 도입은 해외여행을 하는 국민의 불편을 덜고 해외 소비 일부를 국내 소비로 전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입국장 면세점 도입을 검토하라는 의미로 해석되며 면세점 시장 판도 변화가 전망된다.

문 대통령의 발언 배경에는 내수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데 비해 해외 소비만 증가하자 입국장 면세점을 통해 해외 소비를 국내로 돌려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국내 거주자의 해외 소비 지출액은 8조4000억여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9%나 급증했다.

지난 13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출처=청와대

면세점 업계의 엇갈리는 반응

문 대통령의 이날 지시는 국민의 지속적인 설치 요구와 해외 추세에도 불구 관련 부처와 기존 업계의 반발로 입국장 면세점 설치 관련 법 통과가 이뤄지지 않은 데 따른 것이다.

특히 “중견·중소기업들에 혜택이 많이 돌아갈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함께 검토해달라”라는 문 대통령의 당부에 SM 면세점을 비롯한 중소·중견 면세점은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생존위기에 몰린 중소·중견 면세점이 입국장 면세점 설치로 공항 이용객의 편의를 도모하며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반면 대기업 면세점들은 입국장 면세점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업기회 확대나 소비자 편의 등 긍정적인 측면은 있다고 인정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입국장 면세점 설립이 출국장 면세점 매출 감소를 불러오는 ‘제로섬 게임’일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아울러 중견중소기업의 면세점 운영능력이 높지 않아 고객 유치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으며, 인천공항공사의 임대료 부담도 크다는 등의 이유로 대기업 면세점들은 꺼려하고 있다.

대기업 면세점 업계 한 관계자는 “입국장 면세점은 유통 채널 파이를 나눠먹는 것에 불과하다”며 “그보다는 입국장 인도장(구매한 면세물품을 찾아가는 곳)을 만들거나 현재 600달러인 1인당 구매한도 증액이 더 효율적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인천공항 입국장 진입로 전경./출처=인천공항공사

공항이 일터인 항공업계·관세청·인천공항공사 입장은?

기내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는 항공업계는 입국장 면세점이 들어서게 되면 관련 매출 감소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보이며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기내면세점 매출 규모는 연간 3300억원 규모이지만 입국장 면세점이 들어서면 매출 감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국제유가 인상, 환율 불안 등 영업에 불안요소가 산재해 있는 가운데 입국장 면세점이 허용되면 매출에 직격탄이 올 것은 불보듯 뻔하다”고 항변했다.

관세청도 입국장 면세점 설치에 부정적인 모습이다. 익명을 요구한 관세청 관계자는 “해외반출을 전제로 세금을 면제해 준 것인데 입국장 면세점을 도입하면 ‘소비지 과세 원칙’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이와는 달리 인천공항공사는 관세청과 엇갈리는 반응이다. 그동안 인천공항공사는 개항 초기부터 부지를 비워놓고 입국장 면세점 도입을 적극 추진해 왔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화장품과 주류, 담배 등을 판매하는 입국장 면세점을 중소중견 면세사업자에게 맡긴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고 전했다.

출처=픽사베이

‘입국장 면세점’...주변국 실정은?

아시아지역 경쟁국인 중국과 일본 등의 국제공항은 잇따라 입국장 면세점을 확대하고 있는 모습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2월 공항과 항만에 입국장 면세점 19개소를 신설하는 것을 승인하고 베이징 공항 등 4곳에 입국장 면세점을 열었다.

일본도 지난 4월에 입국장 면세점 허용이 담긴 세제 개편안을 적용해 올 9월 나리타 공항에 문을 열 예정이다.

현재 입국장 면세점 설치 운영 국가는 73개국, 137개 공항이며 그 중 아시아는 29개국, 58개 공항에 달한다.

관련 법안 마련 상황은?

국회에서는 ‘입국장 면세점’ 설치과 관련해 지난달 17일 관세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발의된 상태다.

해당 법안을 대표 발의한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은 “입국장 면세점이 설치되면 여행객의 편의가 증진될 것”이라며 “해외면세점 이용객의 국내 유인, 국내 소비 활성화, 172억 달러에 이르는 여행수지 적자 폭 경감 등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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