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인터뷰] “우울했던 시절, ‘살사’가 제2의 인생을 만들어줬죠”
[FR인터뷰] “우울했던 시절, ‘살사’가 제2의 인생을 만들어줬죠”
  • 전수용 기자
  • 승인 2018.08.19 15: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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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승씨가 지난해 말 자신의 모교인 서울사대부고 총동문회 송년회에서 살사 공연을 통해 재능기부를 펼치고 있다.

[파이낸셜리뷰=전수용 기자]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나는 ‘춤’을 취미로 한다”고 상대방에게 말을 건네면 “춤바람 났나”라는 편견을 가지기도 한다.

특히, 70년대 경제 급성장기에는 남편이 중동으로 외화를 벌러 간 사이 국내에 남아있는 주부들을 범죄의 대상으로 노린 이른 바 ‘제비’들이 활개를 친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워라벨(Work & 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 열풍이 불며 살사와 탱고 등 각종 춤을 통해 삶의 여유를 누리는 이들이 증가하는 추세다.

삶에 찌들고 우울한 나날을 살아가던 10여년 전 우연히 ‘살사’라는 라틴아메리카 계열 춤을 접하며 활기찬 제2의 인생을 펼쳐가는 이가 있어 인터뷰를 진행했다.

자칭 타칭 ‘살사人’ ‘이보승 씨’는 본인을 간단히 소개해 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살사’라는 라틴댄스를 입문한지 10년 됐으며, 춤 없이는 살수 없는 평범한 A모씨입니다”라며 밝게 웃었다.

인터뷰 전 공연 현장의 무대 뒤에서 수줍어 하는 이보승 씨.

살사의 세계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30대 중반에 좋지 않은 극단적인 생각을 할 정도로 굉장히 힘든 시기가 닥쳤는데, 처음에는 남들처럼 술로 버티다가 매일 망가지는 내 모습에 ‘이건 아니다’ 싶어서 그 당시 유행하던 버킷리스트를 작성했지요.

그 중에서 가장 빨리 실천할 수 있는게 ‘춤 배우기’라 여겨 인터넷 검색을 하고 시간대가 맞는 동호회에 들어간 게 지금까지 이어졌습니다.

현재 국내 살사 저변 확대는 어느 정도?

한국에서는 매년 서울, 경기, 제주도 등에서 열리는 대규모의 국제행사와, 항구도시인 부산, 포항등의 해변살사축제, 그리고 전국 각 지역 살사바에서 매달 파티가 끊임없이 열리는데, 해외에서도 한국으로 살사 원정을 올 정도입니다.

큰 행사 이 외에도 서울 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는 365일 살사바가 영업중이어서 언제든 누구나 즐길 수 있습니다.

서울, 인천, 경기,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 제주도등 각 도시 25여 곳에 65개 이상의 아카데미와 살사바가 있으며, 초보자를 가르치는 강사들의 레벨과 수업도 이미 세계적인 수준입니다.

지난 2008년 살사 입문 후 첫 공식 공연에 참석하며 기념촬영 한 컷.

살사에 입문하는 연령도 20대~60대로 다양하고, 청년층과 중장년층의 살사동호회 숫자는 매년 늘어나는 추세라 헤아리기 어렵습니다.

우스게 소리로 가무에 능한 한국인들의 유전자와 ‘빨리빨리’ 습관이 한국 살사 수준을 끌어올리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들 하는데, 이미 한국은 살사를 즐길 수 있는 최고의 나라 중 하나라고 오래전부터 외국인들이 먼저 손꼽고 있을 정도입니다.

살사를 하면서 희노애락이 있다면?

희노애락이라 하니 생각나는게 참 많은데요, 처음 생소한 라틴 스텝을 접할땐 제 몸이 딱딱한 로봇 같아서 참 슬펐는데 그 고비를 넘기니, 어느덧 잘 웃고 즐거워하는 사람으로 바뀐 게 제일 기쁜 것 같습니다.

꾸준히 배우다보니 안쓰던 근육을 쓰게 되면서 몸의 탄력도 좋아지고, 에너지도 많아지고, 몸매관리가 절로 되어 노화가 점점 늦춰지는 것도 느낄 수 있고요.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제 지인은 살사를 추면서 미모의 배우자를 만나는 엄청난 행운을 누리기도 했답니다.

해외여행을 가도 웬만한 도시에는 다 살사바가 있기 때문에 언어를 몰라도 살사 하나로 친구가 되는 즐거움도 놓칠 수 없지요.

또 하나 손꼽을만한 즐거운 일은, 작년에 총동문 송년파티에서 살사 공연을 선보여 뜻밖의 인기몰이를 받았는데, 그게 오래도록 추억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동료들과 함께 공연 준비를 위한 연습을 하고 있다.

살사하면서 주의해야 할 점은, 겉보기에는 정열의 라틴댄스, 섹시댄스로만 보일 수 있는데 남녀가 함께하는 커플댄스이기 때문에 매너와 룰이 엄연히 존재합니다.

그 점을 간과하고 행동하다가 블랙리스트에 올라 아무도 춤을 상대해주지 않아서 퇴출되는 분을 보고 안타까워 한 적도 있습니다. 또 발을 많이 쓰다보니 제 발이 점점 못생겨지는것 같은게 슬픈 일이기도 하네요. 하하

국내에 살사 관련 전문 기관이나 협회는 있는지?

살사 관련 전문 협회로는 대한살사협회와 대한라틴DJ협회, 한국라틴댄스협회, IDO(국제댄스연맹) 등이 있습니다.

살사를 처음 접한 분들에게는 ‘오살사’라는 살사댄스 종합정보 까페를 권합니다. 살사와 관련한 아카데미, 동호회, 수업, 행사 등의 모든 정보가 매일 업데이트 됩니다.

‘살사포커스’라는 인터넷 싸이트는 전문 촬영기자들이 촬영한 동영상, 사진 등 한국살사관련 콘텐츠를 고퀄리티로 볼 수 있습니다.

살사는 ‘스포츠’와 ‘예술’ 중 어느쪽에 가깝나?

춤은 스포츠와 예술 양면성을 모두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단 살사뿐 아니라 춤을 취미로 하는 모든 이들도 같은 생각일겁니다

스포츠? 예술? 공연으로 보여지는 살사는 딱 하나로 정의 할 수가 없네요. 하나 더 가미하자면 살사는 '생활댄스'라고도 해야할 것 같습니다.

지구 반대편 어떤 나라에서는 길거리에 하루종일 라틴음악이 넘쳐나고 그에 맞춰 살사댄스를 추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볼수 있다는데, 그들에게는 일상의 한 부분이랍니다. 음악이 흐르니 어디서든 춤을 출 수 있는, 생활의 습관.

홍대 인근의 한 살사바에서 일반인을 상대로 강연을 펼치고 있다.

한국으로 치면 누구나 다 흥얼거릴 수 있는 트롯트와 관광버스 춤 정도 될까요? 살사를 추는 사람들이 '소셜 댄스'라는 명칭을 자주 쓰는 이유도 정해진 각본 없이 누구와도 출 수 있는 춤이기에 아마 그렇게 부르는 것 같습니다.

어지간한 스포츠만큼 칼로리 소모가 큰 예술에 가까운 자유로운 춤이 바로 살사입니다. 어디까지나 제 생각일 뿐이지만요.

살사에 대한 홍보를 간략히 한다면?

돈은 무덤까지 못가지고 가지만 살사(춤)는 끝까지 가지고 갈 수 있는 재산입니다. 도구도, 재료도 필요 없이 음악만 있으면 세상 어느 나라에서도 즐길수 있는 놀라운 취미죠. 그 어디에도 음악 없는 나라는 없으니까요.

살사는 가무 좋아하고 근성 있는 한국인들과 너무 잘 맞는 문화 같습니다. 심신이 건강해지는 살사에 도전해 보시길 적극 권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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