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기업들이 ‘미래 먹거리’로 ‘마이크로바이옴’을 주목하는 이유는?
[WHY] 기업들이 ‘미래 먹거리’로 ‘마이크로바이옴’을 주목하는 이유는?
  • 전민수 기자
  • 승인 2018.08.26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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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리뷰=전민수 기자] 최근 몇 년 전부터 ‘4차산업혁명’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기업들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데 분주한 모습이다.

특히, 바이오 사업 등에서 선도경영으로 주도권 확보에 나선 삼성과 현대차, SK, LG그룹 등 국내 주요 4대 그룹은 신사업 발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그룹의 경우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앞세워 바이오 사업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커넥티드카 등 스마트카와 친환경차에 승부수를 띄웠다.

SK그룹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톱’을 정조준하고 이를 위한 신성장 동력 확보에 올인하고 있다. LG그룹도 최근 미래 먹거리 가운데 가장 각광받고 있는 자동차 전장 사업에서 ‘소리없는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 ‘빅4’ 대기업들이 미래먹거리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가운데 제약업계와 식품업계 등을 중심으로 ‘마이크로바이옴’이 각광받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이란 무엇인가

아직까지는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용어인 ‘마이크로바이옴’은 ‘미생물’을 의미하는 ‘마이크로브(Microbe)’와 ‘생태계’를 뜻하는 ‘바이옴(Biome)’을 합성한 용어이다. 통상적으로 인체에 사는 바이러스, 곰팡이 등의 미생물과 이들 미생물의 유전 정보를 뜻한다.

의학계에 따르면 우리 몸에는 무려 100조개가 넘는 미생물이 존재한다. 뿐만 아니라 미생물의 95% 이상은 장내에 살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최근 이 마이크로바이옴이 다양한 질병과 연관이 있다고 알려지면서 신약 개발에도 활용되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의 수는 일반적인 인체의 세포보다 두 배 이상 많고 유전자의 수는 100배 이상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때문에 유전자 연구에 빠질 수 없는 요소로, 세컨드 게놈(Second Genome)이라 부르기도 한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유익한 균과 유해한 균이 만들어지는 원리와 질병간의 연관성 등을 분석할 수 있어 식품·바이오뿐 아니라 신약 개발과 불치병 치료법 연구 등 인류의 건강 증진을 위한 연구에 폭넓게 활용될 수 있다.

지난 23일부터 이틀간 경기도 수원 'CJ 블로썸파크'에서 열린 '2018 CJ R&D 글로벌 컨퍼런스'에 참석한 세계 미생물위생학회 회장 빌헬름 홀자펠(Wilhelm Holzapfel) 한동대 교수가 마이크로바이옴의 건강 유용성에 대한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출처=CJ제일제당

왜 ‘마이크로바이옴’인가

‘4차산업혁명’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는 마이크로바이옴은 해외에서 이미 관련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10년 전인 지난 2008년부터 마이크로바이옴 연구 개발에 착수했으며, 최근에는 국가 차원의 과학 연구 프로젝트로 격상, 2년간 한화 1400억원 가량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 일본과 중국 등도 2000년대 말부터 관련 연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의 경우 몇 년 전부터 일부 제약사들과 바이오 벤처회사들이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해 인체와 미생물의 상호 작용 등을 밝히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의약품, 화장품, 생활용품 등 다양한 제품과 신약을 개발하고자 하는 목적이다.

특히, 인간의 체내 미생물의 유전 정보를 활용해 한국인에 맞는 맞춤형 프로바이오틱스 제품 개발과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정부 차원의 지원도 본격화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2016년 ‘한국인 장내 미생물 뱅킹 기술 개발·촉진 사업’과 ‘인체 공생 세균 유래 물질 기반 면역·대사성 질환 제어 기술’ 등을 추진했다.

아울러 지난해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신규 파마바이오틱스 실용화, 프로바이오틱스 발굴 시스템 개발 등에 약 60억원을 투입한 바 있다.

올해도 만성간질환 치료제 개발 등 신약과 인프라, 실용화 기술 확보에 약 90억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한 상황이다.

출처=파이낸셜리뷰DB

국내 ‘마이크로바이옴’ 시장의 현주소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최근까지 마이크로바이옴이 암과 치매, 아토피피부염 등과 연관이 있다고 알려지면서, 마이크로바이옴을 이용한 신약 개발 열기도 뜨겁다.

일동제약은 6000종 이상의 샘플을 확보해 유익한 마이크로바이옴이 아토피와 콜레스테롤 등을 개선하는 지를 연구하고 있다.

쎌바이오텍은 마이크로바이옴을 이용해 대장암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동물실험에서 암세포 성장을 억제하는 효과를 확인한 가운데 현재 전임상을 준비 중이다.

식품업계에서도 이 같은 열기는 마찬가지다. 최근 CJ제일제당이 글로벌 석학들과 함께 바이오·식품 분야 미래 기술 모색에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CJ제일제당은 국내외 석학 10여 명이 연사로 나선 가운데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과 바이오·식품 미래기술’을 주제로 ‘2018 CJ R&D 글로벌 컨퍼런스’를 진행했다.

행사에 참가한 한 박사급 연구원은 “기업뿐 아니라 국가 경제 측면에서도 자동차나 반도체, IT 다음 미래 먹거리가 무엇인가에 대한 해답이 절실한 상황인데, 이번 행사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노항덕 CJ제일제당 R&D기획실장 겸 미래기술연구소장(부사장)은 “앞으로 회사의 자체 역량과 학계를 비롯한 외부의 연구성과를 융·복합해 시너지를 창출하고, 나아가 5년, 10년 후 미래 성장을 이끌 차세대 기술을 확보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CJ제일제당이 다른 글로벌 기업 못지않게 최고 수준의 R&D 경쟁력을 갖춘 회사라는 점을 국내외 석학들과 연구원들에게 알릴 수 있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고 덧붙였다.

‘미래 먹거리’로서의 ‘마이크로바이옴’...남은 숙제는?

마이크로바이옴 관련 연구의 착수가 늦은 만큼 글로벌 경쟁력 확보는 아직 요원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마이크로바이옴 자체가 아직 상용화보다는 초기 R&D(연구개발) 단계에 머물러 있는 만큼, 상용화 단계까지 누가 먼저 오는지에 따라 글로벌 시장 주도권이 결정될 전망이다.

국내의 경우 마이크로바이옴 등을 활용한 의약품, 서비스 등의 인허가 사례와 가이드라인이 전혀 없는 상황으로, 기업이 상용화를 위해 참고할 사례조차 부족한 실정이다. 

또한 마이크로바이옴과 관련한 넘어야할 기술적 한계도 있다. 대표적으로 우리 몸에 살고 있는 수많은 미생물 가운데 유익한 균을 찾는 기술이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학계 한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효과를 나타내는 균을 선별하는 것은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며 “그러한 미생물들을 선별해도 과연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지는, 동물실험, 인체실험을 통해 모든 효능이 확인이 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국내외 마이크로바이옴 연구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치료제 상용화도 멀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시장을 오는 2024년 11조원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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