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 사립유치원 교비 ‘임의 사용’ 무혐의...대책은 없나
[이슈진단] 사립유치원 교비 ‘임의 사용’ 무혐의...대책은 없나
  • 이성민 기자
  • 승인 2018.10.20 13: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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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리뷰=이성민 기자] 지난 2016년부터 사립유치원에 대한 집중 감사를 벌이고 있는 경기도교육청이 90여 곳 가운데 약 20곳을 횡령과 사립학교법 위반 혐의로 수사기관에 고발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검찰 수사를 받는 일부 유치원을 제외하고 상당수는 혐의가 없다며 ‘불기소’ 처분을 받은 것으로 나타나 법 잣대에 위화감이 조성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도 사립유치원 설립자 A씨...교비 15억원원 임의사용 ‘무혐의’

경기도의 한 사립유치원 설립자 A씨는 아무런 증빙자료 없이 교비 15억을 임의로 사용했다.

A씨는 교비회계에서 20억원을 빼내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다른 어학원에 쓰는가 하면, 개인 자동차 보험료 1천여만원을 내기도 했다.

일반인 입장에서는 A씨가 교비를 교육 목적이 아닌 개인 용도로 사용했기에 그의 행위가 형법상 '횡령죄'에 해당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A씨를 수사한 검찰의 판단은 달랐다. 횡령 등으로 수사를 받던 그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왜 검찰은 ‘무혐의’ 처벌을 내렸나

법조계에 따르면 A씨가 교비를 전용하고도 법 처벌을 피할 수 있는 이유는 ‘사립유치원 사유재산’이라는 개념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사립유치원 측은 유치원 설립부터 운영하는 데까지 개인 자금이 들어가므로 교비를 개인적으로 사용해도 ‘위법’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 당초 설립을 위해 거금을 들였고, 투자 원리금과 이자 상당액 정도는 당연히 설립자가 돌려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유치원 교비는 공적 재원과 사적 재원이 혼재돼 사립학교법상 교비회계와 동일하게 볼 수 없다고 강조한다.

대법원 판례도 있었다

이번 검찰의 '무혐의 판단' 같은 선례는 대법원 판례도 있었다.

대법원은 지난 2012년 수업료를 사립학교(사립유치원) 설립자 겸 경영자와 공모해 교비회계가 아닌 다른 회계에 임의로 사용한 혐의(횡령)로 기소된 피고인에 대해 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당시 재판부는 “해당 사립학교는 사인(개인)이 설립해 운영하는 학교로서 수업료 등으로 조성된 교비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유치원의 설치·경영자 소유에 속하므로, 돈을 임의로 사용하더라도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현행법상 사립유치원에 지급되는 누리과정(만3∼5세 교육과정) 유아 학비가 '보조금'이 아닌 '지원금' 성격인 것이 교비의 사적 사용에 대한 처벌을 힘들게 하는 요인이란 지적이다.

출처=박용진 의원 페이스북
출처=박용진 의원 페이스북

‘교비’는 ‘보조금’ 아닌 ‘지원금’ 성격 짙어 처벌 가로막아

일각에서는 사립유치원이 누리과정비를 비롯해 교사 처우 개선비 등을 정부에서 지원받기 때문에 교비를 잘못 사용한 부분에 대해서는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지원금은 보조금과 달리 사용처가 명시되지 않아 당사자들이 교비를 사적으로 사용하더라도 이들에게 법적 잣대를 들이대기란 어렵다.

사립학교법도 ‘교비회계에 속하는 수입이나 재산은 다른 회계에 전출하거나 대여할 수 없다’고 규정하나, ‘차입금의 원리금을 상환하는 경우는 예외’라는 조항을 두고 있다.

법이 이렇다 보니, 감사결과를 토대로 회계 비리를 저지른 사립유치원을 수사기관에 고발한 교육 당국의 입장도 난처한 상황이다.

박용진 의원, 관련법 개정안 25일 발의할 것

유치원 교비 무단 전용 사용을 국정감사를 통해 알린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누리과정비를 보조금으로 명시하고 사립유치원도 회계 프로그램 사용을 의무화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유아교육법 개정안을 오는 25일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사립학교법도 개정해 학부모들이 지급하는 부담금도 교육 목적이 아닌 곳에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누리과정비가 보조금으로 명시되고 학부모들이 내는 원비도 교육 목적에만 사용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된다면 수사 결과는 지금과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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