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고시원 참사...이번에도 ‘人災(인재)’
종로 고시원 참사...이번에도 ‘人災(인재)’
  • 이성민 기자
  • 승인 2018.11.10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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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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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리뷰=이성민 기자] 지난 9일 화재로 7명이 숨진 서울 종로구 관수동 고시원의 불에 그을린 간판에는 ‘최신시설 호텔식 원룸’이라고 적혀있었다.

하지만 이 최신시설 호텔식 원룸이라는 간판과 달리 이 고시원에는 스프링쿨러 등 화재 대비시설이 없고 좁고 미로같은 통로로 대피조차 어려운 곳이었다.

게다가 화재 발생 때 피난계획 등을 작성·시행하며 피난시설, 방화구획 및 방화시설의 유지·관리 업무를 맡게 되는 소방안전관리자도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고시원 화재, 한 해 50여 건 발생

소방청이 발표한 ‘최근 5년간 다중이용업소 화재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발생한 화재 3035건 가운데 252건(8.3%)이 고시원에서 발생했다. 고시원에서 한 해에 약 50여 건의 화재가 발생한 셈이다.

주거권은 곧 생존권의 문제다. 그동안 투기꾼들의 무모한 투기와 정부의 주거복지에 대한 방기로 집이 더 이상 사는(Live)곳이 아닌 사는(Buy)것이 됐다. 치솟은 집값에 집을 마련할 수 없는 사람들은 점점 더 좁고 위험한 곳으로 내몰리고 있다.

땀 흘려 일하는 노동자들이 넓은 서울 땅에서 번듯한 방 한 칸 구할 수가 없고, 살 수 있는 곳은 겨우 1평 남짓한 이 고시원이었다. 고된 노동에 시달린 노동자들은 순식간에 덮쳐 온 화마로부터 자신을 지켜낼 수도 없었다.

출처=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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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 복층화 불법증축으로 신고 혼선빚기도

10일 자유한국당 홍철호 의원이 공개한 119녹취록에 따르면 화재 건물의 경우 지상 3층으로 건축됐으나 일부 신고자들은 “4층에서 불이 났다”고 말하는 등 1층의 복층화에 따른 불법증축으로 인해 신고에 혼선을 빚은 것으로 나타났다.

녹취록에서는 신고자들이 “죽어요. 죽어요. 지금 아예 못 나와요. 불이 싹 번졌어요”라고 하거나 “사람들이 계단을 이용하지 못하고 창문으로 뛰어 내린다”, “위에서 사람들이 살려달라고 소리 지른다”고 신고하는 등 화재 당시 상황이 긴박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119상황실 근무자가 “옥상으로 빨리 대피하라”고 전했지만, 신고자는 “옥상으로 가는 계단 자체가 완전히 죽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119상황실 근무자가 당초 “4층에서 화재가 발생했다”고 신고 받은 후, 다른 사람이 신고하자 119상황실에서는 “4층짜리 건물이 아니냐”고 물었지만 해당 신고자는 3층이라고 답했다.

홍철호 의원은 “고시원 거주자들이 왜 빨리 대피하지 못했는지 건물 건축 설계상의 문제와 내장재 방염처리 여부 등을 명확히 조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방안전관리자도 선임 안해

이날 홍철호 의원은 화재가 발생한 해당 고시원의 건물주가 소방안전관리자를 선임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홍철호 의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고시원이 위치한 건물은 현행법에 따라 연면적 600㎡이상의 복합건축물에 해당(연면적 614㎡)돼 건물주가 소방안전관리자를 선임했어야 하지만 선임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소방안전관리자는 화재 발생시 피난계획 등을 작성 및 시행하며, 피난시설, 방화구획 및 방화시설의 유지·관리 업무를 수행한다. 소방 훈련 및 교육과 화기 취급의 감독, 소방시설의 유지·관리 등의 소방안전관리에 필요한 업무도 하게 된다.

출처=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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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철호 의원은 “현행법에 따라 소방안전관리자를 선임하지 않은 경우 소방본부장 또는 소방서장이 건물주에게 소방안전관리자를 선임하도록 명할 수 있는데 이를 하지 않았다”며 “소방당국은 소방안전관리자 선임에 대한 전국 단위의 실태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고시원 주인이 소방안전관리자를 선임하지 않은 이유는?

현행법에 따르면 소방안전관리자를 선임하지 않은 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되는 형사처벌을 받는다. 이를 무릅쓰고 고시원 건물주가 소방안전관리자를 선임하지 않은 이유는 뭘까.

서울시에 따르면 국일고시원은 건물주가 동의하지 않아 서울시의 스프링클러 설치 지원을 받지 못했고, 이는 화재 피해가 더 커진 원인이 됐다.

서울시는 지난 2012년부터 낡고 영세한 고시원을 대상으로 간이 스프링클러 지원 사업을 해왔다. 서울시가 4억원을 들여 스프링클러를 설치해주는 대신 고시원 운영자는 5년간 임대료를 동결해야 한다.

고시원 운영자는 해당 조건을 받아들여 스프링클러 설치 사업에 지원했으나 건물주가 동의하지 않아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건물주에 대한 원성이 더욱 깊어지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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