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증시에 귀한 대접 받는 ‘골드’”
“불안한 증시에 귀한 대접 받는 ‘골드’”
  • 윤인주 기자
  • 승인 2019.01.05 15: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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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리뷰=윤인주 기자]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온 불안한 증시 속에 자산가들이 금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정보기술(IT) 관련 주식에 투자를 많이 했던 자산가들이 수익이 여의치 않자 최근 1년간 큰 인기가 없었던 금으로 이동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는 국내 뿐만 아니사 글로벌 경제가 불안하다는 인식이 퍼지자 투자자들이 성장주로 대변되는 IT주에서 돈을 빼서 안전자산인 금에 자금을 넣고 있기 때문이다.

IT 관련 펀드 수익률 ‘곤두박질’

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3개월 간 IT 관련펀드는 평균 14.74%의 손실률을 기록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한국투자일본4차산업혁명펀드의 손실률 석달간 27.79%를 기록하며 가장 컸다. 하나UBS글로벌4차산업1등주플러스증권자투자신탁도 마이너스 20%, IBK켄쇼4.0레볼루션펀드도 마이너스 19.87%로 조사됐다.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그나마 선방한 펀드는 멀티에셋글로벌4차산업전환사채펀드였다. 전환사채를 활용한 투자법 덕분에 같은 기간 손실률이 마이너스 6%를 기록했다. 최근 석달간 IT펀드에서는 199억원의 자금이 순유출됐다.

금 관련 펀드 수익률 ‘맑음’

반면 금 펀드는 승승장구했다. 최근 석달간 금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8.45%를 기록했다. IBK골드마이닝증권펀드 수익률은 14.02%였다.

아울러 신한BNP골드증권펀드, 블랙록월드증권펀드는 각각 11%, 7%의 수익을 거뒀다. 이 기간 금 펀드로는 62억원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금 펀드는 지난해 10월 이후부터 수익률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10월은 코스피지수가 2000선 밑으로 떨어지면서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고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갈등이 극대화되던 시기다.

IB(투자은행) 업계 한 관계자는 “금 펀드는 올 초만해도 은행 금리보다 못한 수익을 내서 맘 고생을 시키던 상품이었는데, 최근 석달새 효자상품이 됐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가격 하락도 금 몰림 현상에 한 몫

IT 관련 펀드의 부진한 수익률은 반도체 고점론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는 게 관련업계의 중론이다. 최근에는 반도체 고점론이 논란에서 벗어나 현실화되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 D램 가격이 떨어졌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램 가격은 지난해 10월 전년 동월 대비 10% 이상 하락한데 이어 11월에도 1.64% 떨어졌다.

반도체가 필요한 데이터센터나 전자기기업체들은 지난해 까지만 해도 서로 재고를 확보하려고 D램을 사재기하는 모습까지 보였지만, 최근에는 추가적인 가격 하락을 기대하며 구매시기를 미루고 있다.

이와 함께 스마트폰 교체주기가 약 3년 가량으로 증가했다는 점도 IT 관련편드에는  부정적으로 영향을 끼쳤다.

지난 10월 시장조사업체 하일라모바일 보고서에 따르면 3분기 아이폰 평균 교체주기는 2.92년으로, 2년 전 평균 교체주기인 2.37년보다 늘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난 2일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가 분기 실적 전망을 낮춘다는 내용의 투자자 편지를 보낸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분석이다.

당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는 투자자들에게 보내는 서한을 통해 “지난해 10∼12월 분기 매출 전망치를 840억달러로 낮춘다”며 “아이폰 판매가 감소했고, 특히 중화권에서의 매출 감소를 예상치 못했다”고 전했다.

금융시장 전반에 깔린 불안감...금 펀드에 호재

금융시장 전반에 불안감이 깔린 것은 금 펀드에 호재였다. 나홀로 호황을 누리던 미국 경제도 생각보다 좋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경기상황이 나아지는 속도에 맞춰 기준금리를 올리고 있는데 최근에는 그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투자자들은 유동성 파티를 이어갈 수 있다는 데 환호하면서도 한편으론 경기 둔화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투자심리를 짓누르는 주요 악재인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김수정 SK증권 연구원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미국 금리인상 속도 조절, 정부 셧다운,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등 좋지 않은 뉴스들 때문에 투자자 불안감이 커지자 시장 등락폭도 커졌고, 이 때문에 안전자산인 금이 다시 빛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금’ 귀한 대접...당분간 계속

증시 전문가들은 당분간 금에 대한 전망을 긍정적으로, IT주에 대한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특히, 금에 대한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미국 FRB가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달러가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금을 비롯한 원자재는 달러로 가격을 매기기 때문에 달러가 약세를 보이면 금값은 강세를 보인다.

금리 인상이 어렵다는 전망은 속속 나오고 있다. 3일(현지시각) 월가의 족집게로 불리는 바이런 빈 블랙스톤 부회장은 최근 발표한 리포트에서 글로벌 경제 둔화 우려에 FRB가 추가 금리인상을 단행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대해 IB업계 한 관계자는 “경제 둔화 우려가 지속되고 연준의 금리 인상이 더뎌지는 조건이 충족되면 한동안 금으로 자금이 몰릴 것”이라고 말했다.

IT 관련 종목은 올해 하반기 이후로

반면, IT주에 대해서는 올해 상반기 까지는 관망하다가 하반기 이후를 노려보라는 조언이 잇따르고 있다.

김영우 SK증권 연구원은 “스마트폰 시장의 역성장 우려로 모바일 디램 수요는 전반적으로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고, 가상화폐와 그래픽 부문에서도 성장 동력을 찾긴 어려운 상황”이라며 “결국 공급 조절에 나서야 하는데 이는 시간이 필요해 수급 균형은 하반기에나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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