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버틸 힘이 사라지고 있다
중소기업, 버틸 힘이 사라지고 있다
  • 이성민 기자
  • 승인 2019.01.11 14: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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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월 국가산업단지 전경./출처=파이낸셜리뷰DB
반월 국가산업단지 전경./출처=파이낸셜리뷰DB

[파이낸셜리뷰=이성민 기자] 중소기업이 버틸 힘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들어 인건비를 포함한 비용은 급상승한 반면, 수출·내수의 동반침체로 경영여건은 더욱 악화되고 있어서다.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하는 업체들이 증가하면서 대출 연체율은 올랐지만, 은행들은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문턱을 더욱 높일 전망이다. 중소기업들은 설 연휴를 앞두고 위기감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중소기업 연체율 오르고 대기업은 내리고

1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말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1개월이상 원리금 연체기준)은 전월 대비 0.03%포인트 상승한 0.67%로 같은 해 5월 기록한 0.69%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개인사업자 대출도 0.02%포인트 상승한 0.4%를 기록했다. 이는 최저임금 인상에 경기침체가 동반되면서 중소기업 자금사정이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 반면 대기업 연체율은 1.67%로 0.05%포인트 하락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현금흐름이나 자금사정이 안좋아서 원리금 납부를 못하는 업체가 늘어나고 있다”며 “기술력이나 가격 경쟁력 있는 업체 위주로 선별적으로 대출을 수용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본 이미지는 기사내용과 관련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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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 제조업체 A 대표의 하소연

지난 4년 간 경기도 안산에서 중소 제조업체를 운영해 온 A 대표는 지난달 대출 상담을 위해 주거래은행을 방문했다가 바로 은행문을 나와야 했다. 필요자금 3천만원을 대출 받으려다 거절을 당한 것이다.

A 대표에 따르면 은행 측의 대출 거절 사유는 월 매출이 일정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A 대표는 “같은 은행에서 십여년을 거래했는데 이렇게 대출을 거절당한 것은 처음”이라며 “이자를 좀 더 주고서라도 저축은행 같은 제2금융권으로 가야 하나 고민”이라고 하소연했다.

중소기업, 신규 대출 받는데 어려움 겪을 가능성 커

중소기업들은 앞으로 신규 대출을 받는데도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한은이 최근 발표한 '대출행태 서베이'를 보면 은행들의 중소기업 대출태도지수는 올해 1분기 -3으로 지난해 4분기(-3) 수준을 유지했다.

대기업 대출태도지수는 작년 4분기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0을 기록했다. 대출태도지수가 플러스(+)면 완화, 마이너스(-)면 강화하겠다는 의미다.

한은은 정부의 주택시장 안정화대책, 은행들의 위험 관리 강화 등으로 부동산 임대업, 비우량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대출태도가 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중소기업이 바라보는 경기 전망 ‘비관적’

중소기업들이 바라보는 향후 전망은 더욱 비관적이다. 지난달 한은이 발표한 이달 업황전망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66로 지난해 2월 기록한 65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또한 중소기업중앙회가 조사한 이달 업황전망 중소기업건강도지수(SBHI)는 지난달보다 4.5포인트 하락한 80.9를 기록해 3개월 연속 하락세다.

두 기관의 지표 모두 100 이상이면 업황을 긍정적으로, 100이하면 비관적으로 본다는 의미다. 중소기업들은 내수부진과 인건비 상승을 주요 애로사항으로 지목했다.

삼지회계법인 김정훈 회계사는 “은행들은 경기하강 국면에서 내수의존도가 높은 중소기업에 보수적인 입장을 보일 수밖에 없다”며 “금융상황이 악화된 중소기업들은 정책자금을 활용하지 못한다면 제2금융권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더 커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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