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인줄 알았던 '대한송유관공사'...지배구조 살펴보니
공기업인줄 알았던 '대한송유관공사'...지배구조 살펴보니
  • 전민수 기자
  • 승인 2019.01.28 17: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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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대한송유관공사
출처=대한송유관공사

[파이낸셜리뷰=전민수 기자] 지난해 10월 스리랑카 출신 외국인 근로자가 날린 ‘풍등’으로 인해 발생했던 경기도 고양 대한송유관공사 저유소 화재는 당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당시 경찰은 기존 고양경찰서 강력팀에 광역수사대 인력을 포함한 저유소 화재 사건 전담팀을 편성해 저유소 화재에 대한 송유관공사의 업무상 과실 혐의, 저유소 시설 안전 결함, 안전관리 매뉴얼 준수 등을 집중적으로 수사한 바 있다.

대다수 언론에서는 대한송유관공사의 과실 혐의에 대해 난데없이 SK이노베이션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지적을 하고 나서기도 했다.

대한송유관공사는 ‘공사’로 끝나는 회사명으로 인해 정부의 산하 공기업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으나 실제로는 국내 주요 정유사들이 대주주로 포함돼 있는 사기업이다.

대한송유관공사의 지배구조는?

대한송유관공사는 주주구성은 국내 주요 정유사들로 구성돼 있다.

출처=대한송유관공사
출처=대한송유관공사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이 41%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로 인해 지난해 1월 선임된 최준성 대한송유관공사 대표는 SK이노베이션 재무실장 출신이다.

아울러 GS칼텍스(28.62%), 에쓰오일(8.87%), 현대중공업(6.39%), 대한항공(3.10%), 한화토탈(2.26%)도 주주로 참여하고 있으며, 정부(산업통상자원부)도 9.7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준성 대표를 비롯해 회사 경영진이 SK네트웍스의 자회사인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사 출신으로 구성돼 있다.

대한송유관공시는 어떤 기업?

대한송유관공사는 현재 전국에 걸쳐 1180㎞에 달하는 송유관을 건설해 운영하고 있다. 울산(SK이노베이션‧에쓰오일), 여수(GS칼텍스), 대산(현대오일뱅크)에 있는 각사 정유공장에서 생산된 휘발유, 경유, 등유, 항공유 등을 수송하는 사업을 한다.

국가경제의 발전에 따라 급증하는 석유 에너지를 안정적이고 경제적으로 수송하기 위해 지난 1990년 1월 송유관 사업을 담당하는 공기업으로 설립됐다.

출처=대한송유관공사
출처=대한송유관공사

설립 직후 전국 송유관 건설계획을 확정하고, 지난 1990년 12월 경인송유관 관로 건설공사 착공을 시작으로 1991년 12월 남북송유관(여수, 울산~서울)을 착공했고, 1997년 8월 전국 송유관을 준공했다.

지난 1998년 7월에는 한국송유관(주)를 흡수 합병하고, 1999년 10월 한국종단송유관(TKP)의 운영권을 인수하면서 국내 유일의 송유관 전문 업체로 자리잡게 됐다.

하지만 설립 이후 11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대한송유관공사는 1999년 정부의 경영 효율성 제고 정책의 일환으로 민영화가 결정됐다.

지난 1999년 12월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의 주식가치 평가 절차를 거쳐, 2000년 4월 정부보유지분을 국내 정유 5개사를 대상으로 주식 양수를 시행하며 현재의 주주구성을 이루게 됐다.

지난해 송유관을 통해 이동한 휘발유 등 경질유는 1억7300만배럴로 국내 연간 소비량의 58% 수준이다.

4대 정유사의 전유물 전락

대한송유관공사는 기름 수송과 관련해서는 우리나라의 대동맥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이를 시각을 조금 바꿔 생각하면 송유관을 국내 4대 정유사가 독점 관리·운영하는 셈이 된다.

저유소 전경./출처=대한송유관공사
저유소 전경./출처=대한송유관공사

실제로 대한송유관공사는 지난 2001년 국영에서 민영으로 전환되면서 4대 정유사가 보유한 지분은 전체의 ‘85%’ 가량에 달한다.

전체 석유제품 수송량의 절반 이상을 맡고 있는 송유관이 정유사들의 ‘전유물’로 전락했다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송유관 의존도가 높은 경질유 시장은 4대 정유사가 시장의 95%를 지배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석유 유통 물류 시스템 개선 방안 연구용역’을 발주한 바 있다.

지난 2016년 2월 완성된 연구용역에선 “현재의 시장 및 유통 구조에선 기존 4대 정유사 이외 신규 사업자가 진입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만약 대한송유관공사가 외국 자본에 넘어간다면

비산유국인 우리나라에서 이같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대한송유관공사가 외국자본에 넘어가면 어떻게 될까. 이런 가정은 기우가 아니다.

SK이노베이션,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GS칼텍스 등 국내 4대 정유사 가운데 외국 자본이 스며들지 않은 곳은 SK이노베이션이 유일하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에쓰오일은 전체 지분의 63.41%를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업체인 아람코가 보유하고 있다.

GS칼텍스의 경우도 미국의 글로벌 석유업체인 쉐브론(Chevron)과 각각 절반씩의 지분을 참여한 합작사이다.

뿐만 아니라 현대오일뱅크의 지분 91.13%을 보유하고 있는 현대중공업지주는 28일 아람코에 1조8천억원의 투자유치를 진행하며 최대 20% 지분을 넘긴다고 전해진다.

결국 국내 4대 정유사 가운데 SK이노베이션만이 유일하게 외국 자본의 손을 타지 않았지만, 최근 SK그룹의 광폭행보를 살펴보면 언제든지 외국 자본을 유치할 수 있다는 게 투자은행(IB) 업계의 중론이다.

각 기업들의 지배구조상 에쓰오일을 제외한 나머지 기업들은 외국 자본의 지분율이 경영권을 위협할 정도로 크지는 않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서서히 잠식해오는 외국 자본으로 인해 국내 석유 이동을 책임지는 대한송유관공사가 언젠가는 우리나라의 것이 아닌 외국 소유로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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