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시장의 이유 있는 ‘흥행’
회사채 시장의 이유 있는 ‘흥행’
  • 윤인주 기자
  • 승인 2019.02.10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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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리뷰=윤인주 기자] 올해 들어 국내 회사채 시장의 흥행이 뜨겁다.

지난해 1월에는 2곳에서만 1조원 이상의 수요를 확보했지만 올해 1월의 경우 회사채 발행 기업 가운데 이미 5곳이 1조원 규모의 청약금이 몰렸다.

설 연휴 이후에도 회사채 발행시장은 SK그룹 계열사들의 주도로 ‘흥행’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풍부한 기관 수요가 대기하고 있고 A등급 이하 등급과 10년물 이상 초장기물로 온기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4년 연속 회사채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하이트진로홀딩스의 경우도 최근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오버부킹’을 이어가며 관련 시장에 훈풍을 더하고 있는 모습이다.

관련업계는 이 같은 회사채 흥행이 기관투자자의 투자가 재개되는 연초효과 등으로 역대급 발행을 기록한 1월에 이어 당분간 훈풍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월 5곳, 1조원 이상 청약금 몰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올해 초 회사채를 발행한 신용등급 AA등급 이상 기업들은 대부분 당초 모집금액을 초과 청약한 ‘오버부킹’을 기록했으며, 최근에는 신용등급 BBB+ 기업이 발행하는 회사채에도 자금이 몰리고 있는 중이다.

특히, 1조원 이상 청약금이 몰린 기업이 지난해 1월 2곳에 불과했지만 올해에는 벌써 5곳이 1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LG유플러스(AA) 1조7100억원, SK인천석유화학(AA-) 1조4400억원, CJ제일제당(AA) 1조4800억원, KT(AAA) 1조4600억원, 현대제철(AA) 1조2900억원 등이다.

LG유플러스는 회사채 3000억원 모집에 1조7300억원의 수요가 몰렸다. 이에 따라 LG유플러스는 회사채 발행 금액을 5000억원 수준으로 상향 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SK인천석유화학은 회사채 3000억원 모집에 수요가 몰려 최종 조달액을 6000억원으로 확대했다.

미국 냉동식품 가공업체 쉬완스컴퍼니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회사채 발행에 나선 CJ제일제당의 경우 회사채 6000억원 모집에 1조4800억원의 수요가 몰렸다.

KT는 지난 8일 회사채 3000억원을 발행하기 위한 수요예측에서 총 1조4600억원의 매수 주문을 받은 이후 발행 금액을 5000억원으로 증액하기로 결정했다.

현대제철은 3500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해 실시한 수요예측에서 1조2900억원의 수요를 확보했다. 발행사와 주관사단은 수요를 고려해 7000억원으로 조달액을 늘리기로 했다. 

출처=SK그룹
출처=SK그룹

설 연휴 이후...SK그룹 계열사들이 ‘흥행’ 주도할 듯

설 연휴가 끝난 현 시점 이후에도 회사채 ‘흥행’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특히, 회사채 시장의 ‘큰 손’으로 자리잡은 SK그룹 계열사들이 잇따라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며 관련 시장을 주도할 것이란 게 IB 업계의 중론이다.

이와 관련 SK실트론은 설 연휴 직후 회사채 1800억원 규모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할 예정이다. 트랜치(trench)는 3년물과 5년물로 구성했다.

SK실트론의 신용등급은 A-(A0) 수준으로 높지 않다. 하지만 풍부한 시장수요를 바탕으로 SK인천석유화학(AA-)와 SK케미칼(A/안정적)의 흥행을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 높다.

SK(AA+)와 SKC(A+)도 곧 차환과 운영자금을 위한 회사채 발행에 나설 전망이다.

SK는 1500억원 규모로 올해 첫 회사채 발행을 추진한다. SK는 지난해에만 4번에 걸쳐 총 1조2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단일 발행사 기준으로 1위로 10년물인 장기물도 두 차례나 발행하면서 흥행에 성공했다.

SK는 이달 12일 1500억원, SKC와 SK실트론은 다음달 22일 각각 800억원, 600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예정돼 있다.
 
 

하이트진로 마산 공장 전경./출처=하이트진로
하이트진로 마산 공장 전경./출처=하이트진로

하이트진로홀딩스, 자회사 실적 저조에도 ‘오버부킹’

하이트진로의 지주회사인 하이트진로홀딩스는 자회사의 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회사채 공모 시장에서 흥행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하이트진로홀딩스는 최근 2년간 공모시장에서 모보증회사채를 발행한 것은 총 네 차례로, 금액은 3000억원 규모다. 네 번 모두 오버부킹(발행 예정금액보다 많은 수요가 몰린 것)을 기록했고, 증액발행했다.

지난 7일 납입을 마친 하이트진로홀딩스 제169회차 채권(A-, 안정적)은 만기 3년 단일물로 최초 발행 예정 규모가 500억원이었으나, 이보다 2.5배 많은 1200억원의 매수 주문이 몰려 발행금액이 900억원으로 확대했다.

주목할 점은 하이트진로홀딩스의 자금조달 환경이 전보다 개선되고 있다는 점이다. 자회사의 실적 부진 등 하이트진로홀딩스 채권에 대해 투자자가 느낄 상대적 매력은 감소하고 있다.

하지만 기관투자자들의 수요예측 참여도는 오히려 3개월 전 168회차 채권 발행 당시보다 높아졌다. 발행사 입장에서는 보다 낮은 비용으로 더 많은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된 셈이다.

하이트진로홀딩스의 자금조달 환경이 유리해지고 있는 것은 하이트진로의 실적이 ‘바닥’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시장의 기대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레귤러급 맥주 수요는 여전히 부진하지만, 맥주 판매 감소폭 자체는 축소되고 있다. 영남권 판로 확대로 소주 공장 가동률 역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술의 가격이 아닌 용량과 도수에 따라 세금을 매기는 ‘종량세’가 도입될 경우, 중장기적으로 수입 맥주 대비 국내 맥주의 경쟁력이 높아져 업황이 개선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회사채 시장, 당분간 흥행 이어질 듯

IB업계는 기관투자자의 투자가 재개되는 연초효과 등으로 역대급 발행을 기록한 1월에 이어 당분간 회사채 발행시장이 훈풍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혁재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회사채시장에 본격적인 발행 재개 모습이 나타났다”며 “당분간 발행시장 흥행이 이어질 것”으로 진단했다.

이경록 미래에셋대우 연구원도 “현재 예정된 수요예측들과 트렌드로 자리잡은 증액 발행을 감안할 때 올해 1월 회사채 발행규모는 4조원을 가뿐히 넘어설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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