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원브랜드숍’ 수난 시대”
“지금은 ‘원브랜드숍’ 수난 시대”
  • 채혜린 기자
  • 승인 2019.02.15 16: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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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파이낸셜리뷰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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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리뷰=채혜린 기자] 최근 몇 년간 화장품업계에서 ‘원브랜드샵’의 수난이 이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네이처리퍼블릭, 토니모리, 미샤, 스킨푸드 등 이들 원브랜샵 브랜드들은 한 때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끌며 이른바 K-뷰티를 이끌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시장 규모는 물론 점포 수까지 줄어들며 점차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스킨푸드의 경우에는 지난해 법정관리까지 들어간 상황이다.

현재 스킨푸드를 제외한 그나마 정상적으로 사업을 하고 있는 원브랜드숍들은 제각각 위기에서 탈출하기 위해 생존 전략을 모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시장규모·점포 수 3년 연속 감소세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원브랜드숍 시장은 지난 2016년 2조8110억원 규모로 정점을 찍은 뒤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2017년 2조290억원에서 지난해 시장 규모는 이보다 15% 가량 더 축소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3년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매출이 줄어들면서 매장 효율화 등의 일환으로 점포수도 줄어들고 있다. 2016년까지는 점포수가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였지만, 2017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지난해 원브랜드숍 점포수는 5200개 수준으로 조사돼, 최고 정점을 찍었던 2016년 대비 7.8% 쪼그라들었다.

서울 중구 충무로1가에 위치한 네이처리퍼블릭 명동월드점 전경./출처=네이처리퍼블릭
서울 중구 충무로1가에 위치한 네이처리퍼블릭 명동월드점 전경./출처=네이처리퍼블릭

이들이 어려워진 이유

그동안 K뷰티를 이끌어온 원브랜드숍들은 지난 2017년부터 시작된 중국 정부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조치’로 인해 본격적인 위기와 마주쳤다.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인해 당장 피부에 와 닿았던 점은 단체관광객의 눈에 띄는 감소세였다. 일명 유커라 불리며 매장을 싹쓸이하던 이들이 사라진 것이다.

여기에 상승세가 꺽이지 않는 임대료 부담도 로드숍 위기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13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전국 표준지 공시지가에 따르면 공시지가 상위 1~10위 중 6곳이 서울 중구 명동 일대 화장품 매장이다. 명동은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이기도 하다.

명동 네이처리퍼블릭 매장 공시지가가 전년 대비 100% 이상 증가한 1억8300만원(㎡당)으로 1위를 차지했다. 토니모리와 VDL, 라네즈, 더샘 등 매장의 공시지가가 ㎡ 당 1억원을 돌파한 것으로 집계됐다.

대부분 적자 전환...법정관리까지 들어가기도

이에 따라 원브랜드숍 브랜드 기업 가운데 주식시장에 상장 중인 토니모리와 에이블씨엔씨, 클리오 등은 모두 적자로 전환했다. 심지어 스킨푸드의 경우는 지난해 법정관리까지 들어갔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토니모리는 지난해 연결 회계 기준 매출 809억7500만원으로 전년 대비 12.03% 감소했으며, 영업손실은 50억9000만원으로 전년 대비 166.06% 확대됐다.

토니모리 관계자는 “협업 제품들의 출시로 마케팅 비용이 일시적으로 증가했다”면서 “중국사업 구조조정의 영향으로 인한 재고자산 처리를 위한 1회성 원가 반영과 자회사인 메가코스 초기 가동에 따른 원가상승, 판관비 증가로 적자규모가 발생됐다”고 설명했다.

출처=파이낸셜리뷰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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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킨푸드는 지난해 10월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경영난이 이어지며 제품을 정상적으로 공급받지 못한 가맹점주들이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까지 낸 상태다. 제품이 정상적으로 공급되지 않으니 소비자들도 발길을 끊는 상황이다.

현재 스킨푸드는 조윤호 대표 대신 김창권 전 한국제지 대표이사를 새 법정관리인으로 선임하고 매각을 추진 중이다.

각 기업들, 탈출구 모색에 ‘비상’

현재 스킨푸드를 제외한 그나마 정상적으로 사업을 하고 있는 원브랜드숍들은 제각각 위기에서 탈출하기 위해 생존 전략을 모색 중이다.

토니모리는 자사 로드숍이 아닌 H&B 매장이나 화장품 편집매장 입점을 생존 전략으로 삼았다. 아울러 홈쇼핑 등에도 진출해 유통 채널을 넓힐 방침이다.

미샤를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는 적자 속에서 공격적인 인수·합병(M&A) 전략을 펼치고 있다. 에이블씨엔씨는 M&A를 통해 제품군 확대는 물론 유통 채널 포트폴리오까지 넓힐 방침이다.

실제로 에이블씨엔씨는 지난해 11월 H&B 매장 등에서 인기를 끈 ‘돼지코팩’을 생산하는 미팩토리 지분을 100% 인수했다. 이어 올해도 화장품 수입·유통업체 제아H&B와 약국 화장품업체 지엠홀딩스 지분을 각각 60%씩 인수했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로드숍 시장은 올해도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며 “매장 효율화 등 구조조정과 더불어 독자적인 생존 방법을 마련하지 않으면 제2, 제3의 스킨푸드 사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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