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니 보험사기가 활개 칠 수밖에”
“이러니 보험사기가 활개 칠 수밖에”
  • 이성민 기자
  • 승인 2019.03.01 15: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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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원적정성 심사 의뢰는 3만건 넘는데 관련 인력은 고작 21명

[파이낸셜리뷰=이성민 기자] 국내 보험사기 적발 규모가 계속 불어나면서 또 사상 최대치를 경신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해가 갈수록 지능형 사기가 늘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이 일반 보험 소비자를 공범으로 유인하는 방식까지 확산되면서 우려를 한층 키우고 있다.

특히, 이로 인한 보험금 누수 확대는 기존 가입자의 보험료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보험사기 조사에 대한 정부의 근본적인 지원은 미흡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는 있지만 현재까지는 유관기관 간 서로 엇박자만 치고 있는 모습이다.

국내 보험사기 적발 규모./출처=금융감독원 디자인=이성민 기자
국내 보험사기 적발 규모./출처=금융감독원 디자인=이성민 기자

보험사기 적발 금액 해마다 증가세

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보험사기 적발 금액은 4000억원 규모로 전년 동기 기록한 3703억원 대비 8.0%(297억원) 늘면서 반기 기준으로 역대 최고 금액을 경신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 규모는 8000억원에 육박하며 1년 전에 세웠던 연간 최대 기록을 다시 경신할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10여년 간 보험사기는 해마다 증가세에 놓여 있다. 지난 2007년 2045억원이었던 연간 보험사기 적발 금액은 이후 10년 동안 연 평균 13.6%씩 증가하며 2017년 7302억원까지 불어났다.

보험 종목별로 보면 지난해 상반기 전체 보험사기의 대부분인 90.5%(3622억원)가 손해보험에서 발생했다. 특히 허위 혹은 과다 입원으로 질병‧병원 관련 유형의 증가로 전체 적발규모에서 장기손해보험이 차지하는 비율이 43.0%까지 늘었다.

반면 보험사기의 과반 이상을 점유하던 자동차보험 사기 비중은 지속적으로 감소해 전체 보험사기의 42.1%까지 하락했다.

조직화·고도화에 보험업계 ‘골머리’

여기에 최근 들어 보험사기가 조직화, 고도화하면서 보험업계는 더욱 시름에 잠기고 있는 양상이다.

보험 판매자와 자동차정비업체, 병원 등이 조직적으로 일반 보험 계약자를 유인해 보험사기를 저지르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자동차 정비업체가 연루된 보험사기의 경우 주로 자동차사고로 인한 피해를 확대하거나 사고와 관련 없는 수리를 한 후 보험금을 청구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정비업체가 자동차보험으로 처리하겠다고 차주를 설득해 사고차량의 파손부분을 확대하거나 사고와 관계없는 부분까지 수리한 후 보험사에 수리비를 청구하는 방식이다.

아울러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거나 수리하지 않은 부분을 다른 차량의 수리사진 또는 검사기록지로 대체하거나 조작해 보험금을 청구하는 사례도 있었다.

실손의료보험과 관련해서는 병원에 고용된 전문적인 영업전담 인력이 무료 도수치료나 피부미용 시술 등을 미끼로 보험 가입자를 보험사기의 공범으로 모집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일부 보험 설계사는 무료로 치료를 받게 해주겠다며 보험 가입을 권유하고 결탁한 병원을 통해 보험사기를 조장하다 덜미를 잡히기도 했다.

선량한 계약자 보험료 인상으로 작용

문제는 이 같은 보험사기가 보험사로 하여금 불필요한 보험금 지급을 늘리게 하면서 선량한 계약자들의 보험료 인상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보험사기가 근본적으로 근절되지 않는 원인으로는 우선 부당지급 방지를 위한 보험사고 정보 접근에 제약이 있고, 유관기관 간 자료 형식의 표준이 달라 정보 공유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현실이 꼽힌다.

아울러 보험사기 수사가 경찰 업무에서 후순위가 되는 경향도 문제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보험사기가 다른 계약자들에게 피해를 입힌다는 사실에 대한 인식 부족도 상황 개선에 부정적인 요인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효과적인 보험사기 방지를 위해서는 보험사고 정보 접근성과 활용도를 높이고, 보험사기 수사 인력의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는 조언이 제기된다.

또한 보험사기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한 보험업계의 좀 더 적극적인 자세가 요구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전경./출처=파이낸셜리뷰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전경./출처=파이낸셜리뷰

입원적정성 심사 의뢰 3만건 넘지만 관련 인력은 고작 21명

정부는 지난해 국무총리실 주재로 보건복지부, 금융위원회, 경찰 등 관계 부처 회의를 열고 보험사기와 관련한 수사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 인력 증원 방안 등을 논의했으나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2016년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이 시행되면서 수사기관은 심평원에 보험사기 혐의자의 허위·과다 입원 여부를 심사해 달라고 의뢰할 수 있게 됐다. 법에 의해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게 되면서 수사에 큰 도움을 받게 된 셈이다.

문제는 심사의뢰는 급증하는데 심평원의 인력은 한정돼 있어 심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김명연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따르면 심평원에 접수된 입원적정성 심사 의뢰는 2015년 1만9271건이었으나 2016년 3만4554건으로 늘었고, 2017년에는 3만208건이 접수됐다. 지난해에도 상반기에만 1만7873건을 의뢰받았다.

하지만 심평원의 관련 인력은 2015년부터 고작 21명으로 현재까지 유지해 오고 있다. 심사 의뢰는 쏟아지는데 인력은 변동이 없다 보니 평균 처리일수는 2015년 98일에서 지난해에는 406.9일로 4배 이상 늘어났다.

유관기관 모여 의논하지만 ‘엇박자’

심평원은 복지부 산하기관이지만 복지부는 인력 증원을 위한 예산 지원에 난색을 표한 것으로 전해진다. 공보험인 건강보험을 관장하는 부처에서 민영보험사의 보험사기 조사 지원을 위해 예산을 쓰는 것은 맞지 않다는 논리다.

예산권을 쥔 기획재정부도 별도 예산 책정에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사기는 근절돼야 할 범죄지만 직접적인 혜택이 보험사에 돌아가는데 대한 비판적인 시선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정부부처 간 이렇다 할 해결법을 찾지 못하는 가운데 국회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2016년 수사기관이 심평원에 입원적정성 심사를 의뢰했을 때 그 업무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어 2017년에는 같은 당 정태옥 의원이 심평원의 입원적정성 심사비용 충당을 위해 보험사가 부담하는 기금을 설치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같은 당내에서도 정부 지원과 보험사 부담이 엇갈린 것이다.

민간 보험사가 심사 관련 비용을 지원하도록 하는 것도 쉽지 않다. 보험사는 보험사기의 피해자인데, 결국 피해자에게 수사 절차와 관련한 비용을 내라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보험사가 낸 돈을 지원받아 심사를 할 경우 수사의 공정성에 대한 논란이 생길 우려도 크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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