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리뷰] 때 아닌 ‘입국장 면세점’ 형평성 논란
[유통리뷰] 때 아닌 ‘입국장 면세점’ 형평성 논란
  • 채혜린 기자
  • 승인 2019.03.17 13: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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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중소 중견기업 육성을 위해 과감히 추진했던 입국장 면세점이 때 아닌 형평성 논란에 휩싸였다./출처=파이낸셜리뷰DB
문재인 대통령이 중소 중견기업 육성을 위해 과감히 추진했던 입국장 면세점이 때 아닌 형평성 논란에 휩싸였다./출처=파이낸셜리뷰DB

[파이낸셜리뷰=채혜린 기자] 정부가 국내 중소·중견기업 육성을 취지로 이들에 한해서만 참여할 수 있도록 한 입국장 면세점을 입찰을 두고 형평성 논란에 휩싸인 형국이다.

이는 글로벌 1위 면세 기업 듀프리가 국내 합작사 튜프리토마스쥴리코리아를 통해 참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14일까지 진행된 인천국제공항 입국장 면세점 입찰에 듀프리토마스쥴리코리아, 에스엠면세점, 엔타스듀티프리, 그랜드 면세점 등 국내 중소·중견면세점 9곳이 참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중소업계는 듀프리토마스쥴리코리아의 입찰 참여가 적절치 않다며 불만을 제기해 왔다. 외국계 대기업의 우회 진출이라는 것이다.

듀프리는 스위스 기업으로, 전 세계에 2200여 개 점포를 운영하면서 연간 약 9조원의 매출을 벌어들이는 세계 1위 면세점 기업이다.

듀프리토마스쥴리코리아는 이 듀프리와 국내 업체 토마스줄리앤컴퍼니의 합작법인이다. 듀프리와 토마스줄리앤컴퍼니가 각각  45%, 55%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현행법상 문제는 없다

현행법에 따르면 ‘외국법인이 주식 50% 이상을 직·간접적으로 소유한 경우 중소·중견기업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어 이들의 입국장 면세점 입찰 참여에 문제는 없다.

하지만 듀프리토마스쥴리코리아의 지분 구조 변경과정을 살펴보면 문제는 달라질 수 있다는 게 관련업계의 중론이다.

듀프리토마스쥴리코리아는 지난 2013년 설립 당시 듀프리 70%, 토마스쥴리앤컴퍼니 30%의 지분 구조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2017년 듀프리 45%, 토마스쥴리앤컴퍼니 55%로 변경됐다. 중소·중견업체의 자격을 갖기 위해 '꼼수'를 쓴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빗발치는 대목이다.

면세업계 한 관계자는 “중소·중견으로 한정한 경기장에 글로벌 대기업의 자회사가 뛰어드니 당연히 반칙이라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경쟁력에서도 분명히 차이가 날 것이 뻔한데 이들을 동일 선상에 놓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꼬집었다.

듀프리, 우월한 경쟁력으로 김해국제공항 면세점 낙점

실제로 듀프리토마스쥴리코리아는 지난해 김해국제공항 면세점 입찰에 참여해 업계 최고 입찰 금액을 제시하며 경쟁업체였던 에스엠면세점을 뒤로 하고 최종 운영업체로 낙점된 바 있다. 이 당시도 입찰 참여 자격은 중소·중견기업 한정이었다.

업계에서는 이번 입국장 면세점 입찰에서도 듀프리토마스쥴리코리아의 가장 낙찰 가능성을 높게 보고있다. 굴지의 듀프리를 등에 업은 듀프리토마스쥴리코리아가 브랜드 유치 능력, 구매력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인천국제공항 전경./출처=인천공항공사
인천국제공항 전경./출처=인천공항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입찰 업체의 경영상태와 운영 실적, 상품과 브랜드 구성, 고객서비스 등과 입찰가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사업역량을 판단한다는 방침이다. 듀프리토마스쥴리코리아가 타 경쟁업체보다 유리한 고지에 서 있다는 분석들이 많다.

기타 대다수의 중소‧중견면세업체는 지난해 실적악화로 인해 경영능력 등 여러 항목에서 낮은 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또 다른 면세업계 관계자는 “대통령까지 나서 중소·중견기업 면세 사업자들에게 입점 기회를 부여할 것이라고 했는데, 듀프리토마스쥴리코리아가 낙찰을 받는다면 애초 설립 취지와 맞지 않는 결과가 나오는 것 아닌가”라고 토로했다.

국회서도 “입국장 면세점, 죽 쑤어 남 주는 꼴” 지적

이 같은 우려의 목소리는 관련업계 뿐만 아니라 국회에서도 나오고 있다. 정부가 신규 도입하는 입국장 면세점이 관계 당국의 무능하고 나태한 행정으로 인해 세계 1위 외국 대기업의 전용 놀이터로 전락할 것으로 보인다는 반응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유성엽 의원은 중소기업 지원과 내수 활성화 취지로 도입하는 입국장 면세점이, 오히려 세계1위 외국 대기업이 낙찰 받을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의 안일한 대처를 성토했다.

유성엽 의원은 “입국장 면세점의 도입 취지에는 내수 활성화와 국내 중소 면세기업들에 대한 지원이 한 축을 이루고 있다”면서도 “기재부와 관세청의 안일하고 나태한 대응으로 인해, 우리 중소기업은 배제된 채 매출 10조원이 넘는 거대 공룡 외국 재벌만 배불려 주는 상황이 초래되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난 2013년 김해공항 면세점 입찰에서도 같은 상황이 있었음에도, 또다시 같은 일이 반복되는 것은 관계 공무원의 명백한 직무유기이며 유착까지도 의심해 봐야하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유 의원은 “만약 중소기업 제한 입찰에 세계1위 대기업이 낙찰 된다면, 이는 대한민국 정부가 세계에 웃음거리가 될 뿐 아니라 이번 정부의 대표적인 무능 행정, 바보 행정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강하게 질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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