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리뷰] 사라져가는 ATM기, 노인들은 어쩌라고...
[소셜리뷰] 사라져가는 ATM기, 노인들은 어쩌라고...
  • 채혜린 기자
  • 승인 2019.03.27 1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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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 가는 ATM기, 노인들 금융서비스 사각지대 발생
디지털기기 어두운 노인들, 모바일뱅킹에 대한 두려움
수익성도 중요하지만 노인들 금융서비스 제공도 고려해야
사진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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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리뷰=채혜린 기자] “저기 은행 점포의 ATM기도 사라졌어. 이제 어디서 돈을 찾아야 하나”

경기도 용인시에 사는 김모씨(78)는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자주 이용하던 ATM기기가 얼마 전에 사라졌기 때문이다.

ATM기가 설치될 때까지만 해도 “노인들이 복잡한 ATM기를 어떻게 사용하냐”면서 푸념을 늘어놓았던 김모씨였지만 이제 ATM기가 사라지면서 다시 푸념이 늘어났다.

디지털기기에 어두운 노인인 김모씨는 겨우 ATM기에 적응할만해지니 또 다시 ATM기가 사라지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ATM기에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은행 창구에서 돈을 찾고 했다. 그런데 아들이 ATM기 사용법을 알려줘서 겨우 적응해서 살아가고 있는데 ATM기가 사라졌다”

김씨는 그렇게 푸념을 늘어놓았다. 불과 얼마전까지 은행 점포가 사라지는 대신 ATM기가 늘어났지만, 이제 모바일 뱅킹 시대가 도래하면서 ATM기도 사라지고 있다.

사진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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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뱅킹 시대, ATM기도 이제 사라져

“우리도 ATM기가 사라지는 것이 안타깝지만 시대가 바뀌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한 은행권 관계자의 말이다. 노령 인구를 생각한다면 ATM기가 있어야 하지만 비용 대비 수익면을 따져보면 ATM기를 운용하기에는 힘들어지니 결국 ATM기가 사라지게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은행권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ATM기는 현재 12만 1천492대인데 이는 2013년 말 12만 4천236대에 비해 서서히 줄어들고 있다. ATM에서의 계좌이체, 현금인출 건수도 2015년 7억 29만 9000건에서 2017년 6억 5412만 8000건으로 감소했다.

문제는 이로 인해 노령 인구가 금융서비스의 사각지대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이 지급결제보고서를 통해 2018년 모바일 금융서비스 이용행태 조사 결과에 따라 최근 3개월간 모바일지급 서비스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 60대 이상 고령층은 6.7%였다. 물론 전년(2.1%)보다 높아진 수치이지만 여전히 낮은 수치다.

그만큼 고령층은 모바일뱅킹 서비스에 취약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상황에서 ATM기 마저 줄어들고 있으니 노령 인구는 금융서비스 사각지대가 될 수밖에 없다.

“은행의 입장에서 본다면 고령인구는 젊은 층에 비해 주요 고객이 될 수 없기에 주요 고객인 젊은 층을 대상으로 서비스가 이뤄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고령층인 우리의 입장도 생각했으면 한다”

이런 김씨의 하소연이 괜히 나온 말은 아니다. 그만큼 고령층의 금융서비스 이용이 점차 힘들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모바일뱅킹 서비스는 하루가 멀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체 정도의 수준이었지만 이제는 보이스뱅킹의 시대로 전환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보 습득 등이 느린 노령 인구로서는 모바일뱅킹 서비스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사진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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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은 필요한 상황

노령 인구가 금융서비스로부터 소외가 되면서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선 노령 인구가 모바일뱅킹 서비스를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금융 관련 교육 등이 필요하다. 은행권에서는 노령 인구를 대상으로 꾸준하게 금융 관련 교육을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물론 일부 은행에서는 모바일뱅킹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법 등에 대한 교육을 꾸준하게 하고 있다.

아울러 수익성도 따져야 하지만 그보다도 중요한 것은 금융서비스를 고객에게 어떻게 편리하게 제공할 것인가를 끊임없이 연구해야 한다는 점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ATM기가 줄어들고 있기는 하지만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휴대전화가 보급이 되면서 공중전화 부스가 줄어들지만 지금도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처럼 ATM기는 서서히 사라지지만 완전히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은행 관계자의 목소리다.

가장 중요한 것은 노령 인구 스스로가 변화하는 시대에 발을 맞춰야 한다는 점이다. 모바일뱅킹 서비스를 넘어 새로운 뱅킹 서비스가 선보이는 시대에서 과거의 습관에만 매달릴 수 없다는 점이다.

결국 은행과 노령 인구 모두 윈윈하는 금융서비스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물론 노령인구인 나도 변화해야 하지만 은행들이 수익성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우리 같은 노인들도 생각해줘야 한다”는 김씨의 외침이 괜한 외침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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