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리뷰] 조양호 별세, 文 대통령 책임론 꺼낸 정치권...속내는
[폴리리뷰] 조양호 별세, 文 대통령 책임론 꺼낸 정치권...속내는
  • 이정우 기자
  • 승인 2019.04.09 09: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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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야당, 조양호 사망은 문재인 대통령 책임
국민연금 공적 역할론 놓고 여야의 갈등 예고
상법개정안·공정거래법 개정안은 과연 통과되나
2016년 12월 6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농단 의혹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는 조 회장./사진제공=연합뉴스
2016년 12월 6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농단 의혹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는 조 회장./사진제공=연합뉴스

[파이낸셜리뷰=이정우 기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사망소식이 지난 8일 갑작스럽게 나오면서 일부 정치권 인사들은 문재인 대통령 책임론을 꺼내들었다. 이른바 연금사회주의가 조 회장의 사망을 부추겼다는 것이다.

이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발동이 연금사회주의라면서 국민연금의 역할을 축소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낸 것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국민연금의 공적 역할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다. 그런 가운데 조 회장의 대한항공 이사직 박탈을 계기로 향후 국민연금이 대기업 경영권에 깊숙이 개입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대기업은 물론 정치권에서도 국민연금 역할론에 대해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조 회장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면서 국민연금의 공적 역할론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다시 하기 시작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조양호 회장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묻는 정치권

조 회장의 사망 소식이 들리면서 정치권 일부 인사들은 일제히 문 대통령을 향해 포문을 열었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연금사회주의를 추구하던 문재인 정권의 첫 피해자가 영면했다고 주장했다.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은 9일 국회에서 열린 ‘열린 토론, 미래 : 대안찾기’ 토론회에서 국민연금의 조 회장에 대한 이사 재선임 저지가 결국 조 회장을 빨리 죽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김문서 전 경기지사 역시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페이스북을 통해 했다.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 역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문재인 정권과 좌파 운동권이 죽인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국민연금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정치권에서 이처럼 조 회장의 죽음을 계기로 국민연금 역할론에 대한 비판을 가했다. 이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발동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을 보여왔던 보수정당들의 목소리가 조 회장의 죽음을 계기로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28일 조 회장이 대한항공 이사직을 박탈당하자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를 5% 이내로 축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국민연금의 공적 역할을 축소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별세한 지난 8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항공 서소문사옥에서 입주기업 직원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별세한 지난 8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항공 서소문사옥에서 입주기업 직원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정당한 주주권리 행사 vs 색깔론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발동에 대해 그동안 정당한 주주권리 행사인지 아니면 연금사회주의라는 색깔론인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다.

조 회장의 대표이사직 퇴출은 자본주의 역사에 있어 충격으로 다가오는 자본주의 시장경제 속 촛불혁명이라는 표현까지 나왔다.

그동안 말썽이 많은 대기업에 대한 견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어났다. 대기업 오너가 잘못을 하면 사재 출연 등을 통해 무마를 하고, 또 다시 비리를 저지르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이에 대기업 오너가 잘못을 하면 이사직에서 퇴출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이번 조 회장의 이사직 퇴출은 대기업 오너들에게 충분히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2008년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선진국들은 은행과 금융회사들이 위험관리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음으로써 발생했다면서 자성의 계기로 기관투자가 등 주주의 적극적 입장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여론이 나오면서 도입되기 시작했다.

주주들의 투자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금융기법 중 하나로 잘못한 경영진에게 그 책임을 물어 퇴출시키는 특단의 대책 중 하나다.

기업배당 정책이 주주들에게 지나치게 불리한 경우, 임원 보수를 경영성과에 상관없이 너무 많이 지급하는 등 방만 경영을 하는 경우, 횡령·배임 등 위법행위를 저질렀을 경우, 이사·감사 선임안건 중 반대 의견을 행사했는데도 계속 무시되는 경우,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기업 가치를 훼손한 경우 주주권 행사를 한다는 것이 바로 스튜어드십 코드다.

우리나라에서도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발생하면서 국민연금의 공적 역할론에 부각되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국민연금이 상당수 대기업의 2대 주주로 올라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과도하게 경영에 개입한다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에 그동안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이 뜨거웠다. 하지만 한진그룹 일가의 이른바 땅콩회항을 비롯한 물벼락 갑질 등을 통해 세상에 공개된 횡령·배임 혐의 등으로 인해 조 회장의 이사직 퇴출이 불가피하다는 여론이 뜨거워지면서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가 발동된 것이다.

이를 두고 경영계는 물론 자유한국당에서는 연금사회주의라면서 ‘색깔론’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이들의 논리는 조 회장이 기소만 됐을 뿐 아직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것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사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것은 결국 궁예의 관심법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조 회장의 사례가 선례가 돼서 앞으로 대기업 오너가 기소만 돼도 이사직에서 물러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대기업 경영의 계속성이 훼손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현재 국민연금이 투자한 기업이 200여개 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기업에게 스튜어드십 코드가 발동한다면 이들 기업은 경영을 지속적으로 운용할 수 있지 못하게 되면서 기업 가치도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민연금 역할, 조 회장 사망 계기로 축소될 것인가

이런 가운데 조 회장이 사망하면서 국민연금 역할이 축소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는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상법 개정안과 공정거래법 개정안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상법 개정안은 기업 총수의 경영활동을 합법적으로 견제하도록 한 다중대표소송제, 감사위원분리선출제 등의 도입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고,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사익편취 규제기준 강화, 지주회사 요건 강화 등을 담고 있다.

조 회장의 사망을 계기로 이들 관련 법안의 개정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서 저지를 시키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정치권 관계자는 “조 회장의 사망을 계기로 국민연금 역할론에 대한 논의가 뜨거워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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