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리뷰] 은행들, “지자체 금고 잡아라” 혈안
[금융리뷰] 은행들, “지자체 금고 잡아라” 혈안
  • 윤인주 기자
  • 승인 2019.04.29 09: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사진제공=연합뉴스

[파이낸셜리뷰=윤인주 기자] 은행들이 새로운 먹거리로 지자체 금고 입찰에 상당한 혈안이 돼있다. 지자체 금고를 유치하기 위해 매년 1천500억원의 현금을 쏟아붓는 등 로비 등이 행해지고 있다. 이로 인해 고소·고발전도 불사하는 등 지자체 금고 입찰에 은행들이 사활을 걸고 있다.

지자체 금고는 불과 얼마 전까지 농협이나 지역은행 등이 담당해왔던 것이지만 규정이 바뀌면서 시중은행들이 뛰어들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과열 경쟁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지자체 금고가 적게는 수백억원에서 많게는 수십조원의 지자체 예산을 담당하는 것이기 때문에 은행으로서는 주요 고객 중 하나가 됐다. 이에 지자체 금고 입찰을 위해 은행들이 사활을 걸고 있다.

매년 1천500억원의 리베이트 자금 흘러들어

금융감독원이 바른미래당 이태규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신한·국민·우리·하나·농협·기업·부산·대구·경남·광주·전북·제주은행 등 12개 은행이 지자체 금고지정 입찰 과정에서 지출한 돈은 모두 1천500억6천만원이다.

협력사업비라는 이 돈은 결국 금융소비자인 국민과 기업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출혈경쟁에 대한 비판이 높을 수밖에 없다.

지자체 금고지정 제도는 지자체가 자금 관리와 운용 등을 위해 계약 형태로 금융기관을 지정하는 제도로, 금고를 맡는 은행은 지자체 자금을 운용해 나오는 투자수익의 일부를 협력사업비로 출연한다. 결국 은행에 금고를 맡긴 대가로 지자체에 제공하는 ‘리베이트’ 개념이다.

협력사업비를 가장 많이 낸 은행은 농협으로 533억 4천만원이다. 농협은 2016년(508억1천만원)과 2017년(558억5천만원)에도 500억원 넘게 협력사업비를 썼다.

최근 3년 사이 협력사업비를 부쩍 늘린 곳은 기업은행과 경남은행이다. 기업은행은 협력사업비로 2016년 47억 4천만원을 썼고, 지난해에는 2년 사이 13.8% 증가한 54억원을 지출했다. 특히 경남은행은 같은 기간 협력사업비가 20억5천만원에서 45억4천만원으로 두 배가 됐다.

대구은행의 경우 지난해 당기순이익(2천348억원)의 4.1%에 해당하는 96억7천만원을 지자체에 제공했다.

이들 12개 은행이 협력사업비 명목으로 금고 입찰에 들인 돈은 2016년 1천528억6천만원, 2017년 1천510억원 등 매년 1천500억원을 넘긴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지자체 금고는 총 243개인데 농협이 150개로 68%를 차지하고 있다. 신한‧KEB하나은행‧우리은행‧KB국민은행 등 시중은행은 68개(18%), 나머지는 지방은행이 관리하고 있다. 시중은행은 서울과 수도권 금고를, 농협과 지방은행은 지방 금고를 담당해왔다.

하지만 지난 2012년 금고 지정방식을 공개입찰로 바꾸면서 시중은행이 지방 금고에도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해 32조원 규모의 서울시 금고가 우리은행에서 신한은행으로 바뀌게 되면서 그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그러면서 시중은행 vs 농협+지방은행 구도로 바뀌게 됐고, 농협과 지방은행은 사수를 위해, 시중은행은 새로운 금고지기가 되기 위해 출혈경쟁이 불가피해졌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사진제공=연합뉴스

막대한 자금으로 쩐의 전쟁 속으로

시중은행의 가장 큰 장점은 막대한 자금이다. 농협이나 지방은행은 상대적으로 막대한 자금을 동원할 수 없으면서 시중은행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있는 형국이다.

무엇보다 ‘협력사업비’ 등이 포함되면서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시중은행이 유리해졌다는 평가다. 지자체로서는 협력사업비 등이 결국 지자체 예산이 되기 때문에 굳이 마다할 이유는 없다.

이로 인해 지역은행이 더욱 설자리를 잃어간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이에 협력사업비 등 출연금이 많고 적음에 따라 지자체 금고가 결정되는 방식이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에 행정안전부는 지난 3월 지자체 금고 지정 평가 기준안을 개선했지만 시중은행의 경쟁력이 낮아진 것은 아니다.

일부 시중은행은 “지자체 금고는 은행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부담 없는 선에서 (입찰에) 참여할 계획”이라는 취지로 입장을 밝히긴 했지만, 속내는 다르다는 게 은행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이미 시중은행들이 경북, 경남 지자체 등을 상대로 ‘공격적인’ 영업을 시작했다. 조만간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태규 의원은 “수익성 제고를 위한 은행들의 영업활동을 제약할 수 없지만 그 과정에서 협력사업비 명목으로 현금성 지원이 이루어진다면 그 관행 자체가 공정경쟁과 투명성 차원에서 적절한지 여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며, “마케팅 비용의 사용이 궁극적으로 고객의 이익으로 연결되는지도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당국은 지자체 금고선정 과정의 마케팅 매카니즘과 관행이 건강한 상거래 문화를 저해하거나 불공정, 불법요소가 없는지, 현금성 협력사업비 지출 외에 별도의 마케팅 수단들이 동원되고 있는지 조사할 필요가 있다”며, “지자체 금고선정은 공정성과 투명성은 물론 지자체 경제 기여에 부응해야 하고 그 운용실적도 납세자인 지역주민에게 공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