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리뷰] ‘위기’ 외친 이재용, 이건희 ‘신경영’ 데자뷰
[산업리뷰] ‘위기’ 외친 이재용, 이건희 ‘신경영’ 데자뷰
  • 어기선 기자
  • 승인 2019.06.17 09: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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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제공=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제공=연합뉴스

[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4일 경기도 수원 사업장에서 IT·모바일(IM) 부문 사장단과 경영전략 점검 회의를 열어 ‘위기’를 강조했다.

삼성전자 안팎에 둘러싼 대내외적 변수를 극복하기 위해 이 부회장이 ‘위기’를 강조했는데 이는 지난 1일에 이어 보름도 안된 상황이다.

이 부회장이 연일 위기를 강조하자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1993년 이건희 회장의 프랑크푸르트 선언으로 이야기되는 이른바 ‘신경영 선언’이 떠오른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마누라와 자식을 빼고 모두 바꿔야 한다”는 신경영은 삼성전자가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고, 오늘날 삼성전자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이 부회장의 ‘위기’ 강조는 앞으로 다가올 10년을 어떤 식으로 삼성전자가 나아가야 할 것인지를 알려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현안 직접 챙기는 이재용

삼성전자는 지난 16일 ‘이재용 부회장,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전략행보 가속화’라는 보도자료를 기자들에게 뿌렸다.

이 보도자료에는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와 전자계열 관계사 사장단을 잇달아 소집,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부문별 경영 전략 및 투자 현황을 직접 챙겼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지금 어느 기업도 10년 뒤를 장담할 수 없다”면서 “그동안의 성과를 수성하는 차원을 넘어 새롭게 창업해야 한다는 각오로 도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부회장이 최근 삼성전자의 일을 챙기면서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지난 13일 이 부회장은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경영진과 간담회를 가졌고, 지난 1일 DS 경영진과 만난 후 시스템 반도체에 대한 투자 집행 계획을 직접 챙겼다.

지난 1일 DS 경영진과의 만남에서 “단기적인 기회와 성과에 일희일비하면 안된다”며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도 삼성이 놓치지 말아야 할 핵심은 장기적이고 근원적인 기술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초격차를 강조했다.

이처럼 이 부회장은 최근 들어 ‘미래 먹거리’를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해 발표한 3년간 180조원 투자와 4만명 채용 계획에 대해 ‘흔들림 없이 추진하라’고 당부했다. 이처럼 현안을 최근 들어 계속 챙기는 것은 삼성전자가 위기에 놓여 있다고 이 부회장은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2중고 시달리는 삼성

업계 안팎에서는 삼성이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우선 미중 무역전쟁 및 반도체 가격 하락 등으로 인해 반도체 경기가 위축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삼성전자로서는 반도체 경기에 특별하게 영향을 받지 않는 비메모리 반도체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대외적인 변수로 인해 경기에 영향을 받는 메모리 반도체 대신 비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집중 투자를 통해 비메모리 반도체 1위 기업을 노린다는 계획이다.

또 다른 문제는 삼성바이오로직스 검찰 수사 선상에 삼성전자 임원들이 많이 올라갔다는 점이다. 이는 삼성전자의 컨트롤타워가 부재됨으로 인해 미래전략을 제대로 짤 수 없을 수도 있기에 이 부회장이 직접 챙기게 됐다는 점이다.

이 부회장은 대법원 선고 판결이 아직 남아있지만 삼성 임원들이 삼바 분식 회계로 인해 줄줄이 구속되거나 수사 선상에 오르는 상황이기에 직접 현안을 챙김으로써 삼성전자가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게 한다는 구상 때문인 것으로 업계는 바라보고 있다.

이건희 외친 ‘신경영’, 이재용은

이건희 회장이 지난 1993년 프랑크푸르트에서 ‘신경영’을 선언했고, 초일류기업으로 도약했다.

그런 점에서 이 부회장이 최근 ‘위기’를 강조하면서 미래 먹거리를 이야기한 것은 이 회장의 ‘신경영’을 본뜬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회장의 ‘신경영’을 뛰어넘는 또 다른 무엇인가를 이 부회장이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 회장이 “마누라와 자식을 빼고 모두 바꿔라”고 주문함으로써 삼성이 혁신적인 경영을 할 수 있었고, 그것이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

그런 점에서 이 부회장이 단순히 ‘위기’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전략’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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