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국의 나의 역사, 자서전을 쓰다] 1. 나의 역사를 씁시다.
[김대국의 나의 역사, 자서전을 쓰다] 1. 나의 역사를 씁시다.
  • 김대국
  • 승인 2019.10.01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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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리뷰] 인간은 모두 죽는다. 죽음과 함께 머릿속의 기억도 사라지기 마련이다. 힘들고 험한 세상에서 나의 이야기들을 글로 남기는 것은 자아성찰과 후손에게 남겨줄 위대한 유산이다.

역사를 망각한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자는 반드시 그 과거를 되풀이한다.

자신이 살아온 생생한 이야기를 남겨 교훈을 삼도록 하는 것은 돈을 남겨주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 섣불리 조언을 하면 소위 ‘꼰대’가 되기 십상이 되는 세상이다. 한순간의 감정만으로 포장한 말을 하는 것도 오해의 소지가 생긴다.

삶의 진정한 지혜는 많이 아는 것보다 체험적이고 정확한 것을 아는 것에서 출발한다.

자서전을 사전에서 찾아보면“저자 자신의 일생을 소재로 스스로 짓거나 남에게 구술하여 쓰게 된 전기’라고 설명한다. 한자로 풀어보면 스스로 자(自), 펼 서(敍) 전기 전(傳)’으로 개인의 일생을 사적 중심으로 기술한 산문이다.

자서전(autobiography)의 어원은 그리스어로 알려져 있다.

‘auto(나) + bios(삶) + graphein(쓰기)’라는 세 단어의 합성어로‘자신의 삶을 하나의 이야기로 스스로 쓴 글’이다.

자서전과 비슷한 말로 회고록(回顧錄, memoir)이 있다.

전자는 한 사람의 생애와 시대적 배경을 어린 시절부터 집필 시점까지 솔직하고 체계적으로 다룬다면, 후자는 외부의 정치적, 사회적인 상황을 중심으로 한 삶을 기록한다는 측면으로 차이가 난다.

평전이나 전기는 제삼자가 객관적으로 어떤 인물에 대해 묘사한다. 나의 역사 쓰기는 자서전과 대부분 동일하지만 기술형태, 분량, 체계적 기술에서 자서전에 비해 자유롭다는 차이가 있다. 자서전의 본질인 적나라한 자기 내면의 토로인 반면에 개인적 미학을 탐구하는 글쓰기와도 차이가 있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닌 자신만을 위해 쓰는 형태다.

글의 형태, 분량, 출판 여부, 이야기 방식에서 별다른 기준이 없는 나의 역사를 쓰는 것이 ‘내 마음을 느끼고 삶으로 실천하는’뛰어난 창조적 방법 중의 하나로 오늘날 각광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나의 역사쓰기는 저자-화자-주인공이 같으며, 변화와 지속성에 걸 맞는 시간적 연쇄로 이루어진 삶 자체가 소재가 되는 이야기이다.

평범한 사람일수록 오히려 평범하기에 자신의 기억을 남겨야한다.

자서전은 누군가 기록할 수 있겠지만 나의 역사는 자신이 기록하지 않으면 누구도 대신 해 주지 않는다.

삶을 기억하고 반추하면서 미래를 설계하는 일은 거룩하다. 또한 살아가는 가치와 의무인지도 모르겠다.

누가 내 이야기에 관심을 둘 것인가는 중요하지 않다.

‘나는 사라지겠지만 나의 이야기는 남지 않은가?’

글로 삶을 묻고 대답한다.

자서전의 역사는 오래됐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몽테뉴의 <수상록> 등은 익히 알고 있는 자서전 성격을 지낸 책이다. 아우구스티누스(Aurelius Augustinus, 로마, 345-430)는 청년시대의 죄와 방황을 회고하며, 회심으로 인도한 신의 은총을 찬미한다. 신앙자서전 ‘고백록’의 첫머리에서 이렇게 썼다.

“주님은 우리를 주님 자신을 위하여 창조하셨습니다. 우리의 마음은 주님 안에서 편안함을 얻을 때까지 안식을 누릴 수 없습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주석이었던 김구의 『백범일지』는 단순한 삶의 행적만이 아닌 저자의 시대와 인물을 체험할 수 있는 개인의 삶을 다루었다. 성직자 조지 뮬러의 자서전은 사람이 아닌 하나님만 의지한 사람이 쓴 일기문의 형식이다.

나의 역사 쓰기는 자신의 삶에 대한 정보이면서 스스로 쓴 전기다.

인생을 구성하는 일련의 사상적 흐름을 자신과 대비하면서 ‘자기 삶에게 묻고 현명한 대답을 찾는 일’ 에 집중하면 좋겠다.

‘나는 누구인가?’

‘나에게 삶이란 어떤 의미인가?’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비록 글쓴이의 기억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한계점도 있지만 역사적 연대를 첨부한 객관적 사실과 저자의 정신적 사상과 생활의 지혜를 함께 발굴해야 한다.

나의 역사를 쓰면 좀 더 자신을 이해하게 된다.

카타르시스와 통찰을 이끌어 내는 최상의 전략이다.

지금의 나이는 자기 역사를 쓰기 좋은 적령기다. 자신의 삶을 오롯이 되돌아보며 그 기억들을 마이 스토리로 적는 도전하는 당신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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