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리뷰] 조국 사퇴, ‘공정’이란 숙제를 남겨
[폴리리뷰] 조국 사퇴, ‘공정’이란 숙제를 남겨
  • 이정우 기자
  • 승인 2019.10.15 08: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리뷰=이정우 기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4일 장관직을 사퇴했다. 장관에 오른지 35일만에 사퇴를 한 것이다. 조 전 장관의 사퇴는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상당한 충격이 될 수밖에 없고, 친문 지지층 역시 충격으로 다가왔다.

조 전 장관으로 인한 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의 하락은 정권에게는 상당한 악재가 될 수밖에 없었고, 그 부담감이 결국 조 전 장관의 사퇴로 이어지게 됐다.

문제는 조 전 장관의 사퇴로 모든 것이 해소됐다고는 할 수 없다. 특히 우리 사회에 ‘공정’이라는 화두를 던져놓았기 때문에 앞으로 문재인 정부는 ‘공정’이라는 화두를 어떤 식으로 풀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심각한 고민에 빠져야 하는 상황이다.

조 전 장관으로 인해 보수층이나 진보층 모두 ‘공정’을 입에 내리게 됐다. 보수층은 ‘좌파’ 세력의 민낯을 보았다면서 ‘공정’한 사회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진보층은 기성 기득권의 민낯을 보았다면서 역시 ‘공정’한 사회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두 가지 ‘공정’은 ‘공정’이라는 이름은 같지만 그 내용은 완전히 다른 공정이다. 따라서 이 두 가지 ‘공정’을 어떤 식으로 화합시키느냐가 가장 중요한 숙제다.

공정을 입에 내린 문재인 대통령

문 대통령은 14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검찰개혁과 공정의 가치는 우리 정부의 가장 중요한 국정 목표이며 국정 과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 두 가치의 온전한 실현을 위해 국민의 뜻을 받들고 부족한 점을 살펴가면서 끝까지 매진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다”고 말했다.

사실 문 대통령이 대통령에 임명되면서부터 계속해서 ‘공정’을 입에 오르내렸다. 하지만 위기 때마다 공정이라는 문제가 문 대통령의 지지율에 발목을 잡는 형국이 됐다.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들의 남북 단일팀 구성 논란이 불거졌을 때 그동안 땀 흘렸던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들의 노고는 생각하지 않고 남북 단일팀 구성에만 매몰되면서 공정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로 인해 당시 청와대는 “공정을 생각하게 됐다”는 반응을 내놓게 됐다.

이번에도 조 전 장관 가족과 둘러싼 각종 의혹이 불거지면서 우리 사회 ‘공정’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됐고, 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하락하게 됐다.

이에 문 대통령은 수보회에서 ‘공정’을 앞으로의 개혁 가치로 내세우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는 내년 총선에서 만약 패배할 경우 정권이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보수층의 ‘공정’ vs 진보층의 ‘공정’

문제는 어느 ‘공정’에 방점을 찍느냐는 것이다. 조 전 장관의 사태로 인해 드러난 공정은 두 가지다. 보수층의 ‘공정’과 진보층의 ‘공정’이다.

보수층의 공정은 조 전 장관과 둘러싼 각종 의혹을 통해 진보의 민낯이 드러났다면서 진보층의 두 얼굴에 대한 비판이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조국을 통해 우리 국민들은 정의와 공정을 외치던 좌파들의 민낯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즉, 보수층이 이야기하는 ‘공정’이라는 것은 겉으로는 깨끗하다면서 내면으로는 더러운 진보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내서 진보층의 이중성을 세상에 공개하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진보층의 ‘공정’은 기성 기득권이 갖고 있는 기득권을 내려놓고 새로운 질서에 편입되는 것을 의미한다.

즉, 보수층의 ‘공정’과 진보층의 ‘공정’은 완전히 다른 개념이기 때문에 보수와 진보가 충돌할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가 향후 국정과제를 ‘공정’으로 내세운다고 했지만 아마도 보수와 진보의 충돌은 불가피하다.

내년 총선, 결국 정권심판론 vs 정권힘실어주기

결국 내년 총선은 정권심판론과 정권힘실어주기가 되는데 그것은 유권자가 ‘공정’의 가치를 어디에 둘 것이냐에 달려있다.

즉, 보수층의 ‘공정’에 가치를 더 둘 것인지 진보층의 ‘공정’에 가치를 더 둘 것인지에 따라 내년 총선의 승패가 갈리게 된다.

따라서 집권여당과 보수야당은 자신이 추구하는 공정의 가치에 대해 유권자들에게 어떤 식으로 호소할 것인가에 대한 숙제가 남아있다.

그것은 자신들이 추구하는 공정의 가치를 어떤 식으로 실현시킬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공약’과 ‘비전’ 등을 내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공약과 비전이 부족하다면 결국 유권자들은 외면을 하게 될 것이고, 그에 따라 총선 승패가 갈리게 될 것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조국 사태로 인해 우리 사회에 이제 화두가 ‘공정’이 됐다. 과연 어느 공정이 더 옳은 공정이고, 그 공정을 실현하는 정책과 비전이 어느 정당에게 더 있는지 유권자들이 심판하는 자리가 내년 총선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