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리뷰] 김정은 금강산 남측 시설 철거 지시...이유 ‘셋’
[국제리뷰] 김정은 금강산 남측 시설 철거 지시...이유 ‘셋’
  • 남인영 기자
  • 승인 2019.10.23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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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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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리뷰=남인영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강산에 있는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현대그룹은 상당히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23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등 북한 관영매체는 김 위원장이 금강산 일대 관광시설을 현지 지도하고 고성항과 해금강호텔, 문화회관, 금강산호텔, 금강산 옥류관 등 남측 시설을 돌아봤다고 보도했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대남 의존정책을 비판하면서 철수를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무엇보다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 집권 시절 현대그룹이 추진했던 대표적인 금강산 관광에 대해 “의존정책이 매우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현대그룹은 입장문을 통해 “갑작스러운 보도에 당혹스럽지만, 차분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기존의 입장과는 완전히 다른 입장이라는 점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지난해 9월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금강산 관광 재개를 우선적으로 하기로 약속했다. 이우 지난해 11월 18일에는 금강산관광 20주년을 기념하는 공동행사를 갖는 등 조만간 금강산관광이 재개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올해 하노이 회담이 결렬된 이후 북한이 계속해서 미사일 도발 등을 하면서 남북관계는 얼어붙었고, 녹을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급기야 평양에서 치러진 월드컵 예선에서는 무관중 등 어이 없는 경기가 펼쳐지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남측 시설을 금강산에서 철수하라고 지시를 내린 것은 또 다른 이유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유 1. 우리 측 압박용

남측 시설을 금강산에서 철수하라고 지시를 내린 것은 우리 측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냐는 관측이다.

지난해 평양공동선언 당시에 김 위원장은 금방이라도 금강산관광이 재개될 것이라고 기대를 했다. 하지만 우리 정부로서는 당장 금강산관광 재개를 하기란 쉽지 않다.

금강산관광 재개는 유엔 제재 대상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언제라도 재개를 할 수 있지만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해서는 세부적인 사업을 해야 하는데 그것을 하기 위해서는 유엔에 일일이 허가를 맡아야 한다.

다시 말하면 큰 틀에서 금강산관광 재개는 우리가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지만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세부적인 사업은 유엔의 허가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쉬운 일은 아니다.

이런 이유로 우리 정부가 금강산관광 재개에 쉽게 팔을 걷고 나서지 못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런 우리 정부의 답답한 태도에 반발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우리 정부가 F-35A 등 스텔스 전폭기를 도입한 것에 대해 반발하는 것도 상당히 크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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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2. 미국 압박용

또 다른 이유는 미국 정부의 압박용이기도 하다. 9월말 비핵화 실무협상을 재개했지만 북한은 협상도 해보기 전에 테이블을 박차고 나갔다. 북한이 원하는 것은 대북 제재 해제가 아니라 체제 안전 보장인데 미국이 들고 나온 것은 비핵화를 하면 경제 재재를 해제해주겠다는 약속이었다. 이에 북한은 테이블을 박차고 나갔다.

금강산에서 남측 시설을 철수하라고 지시를 내린 것은 미국 등 서방세계를 향해서 더 이상 북한이 ‘경제적인 구걸’을 하지 않겠다는 것을 표방한 것으로 보인다.

즉, 미국에게 원하는 것은 경제적 지원이 아닌 체제 안전 보장이라는 점이고, 그것은 결국 한반도에서 미군의 영향력을 축소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이유 3. 자력갱생의 자신감

또 다른 이유는 자력갱생의 자신감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 국가관광총국에 따르면 지난해 방북한 외국인 관광객은 20만명을 넘어섰다. 물론 중국인이 대다수를 차지하는데 금강산 관광을 한다면 북한으로서는 외화벌이를 할 수 있다.

문제는 남측 시설이 아직까지 놀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정부의 금강산관광 재개는 아직도 요원한 상태이고, 중국인 관광객은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남측 시설을 이제 더 이상 놀릴 수 없다고 판단했다.

무엇보다 최근 중국 투자자들이 금강산광관의 투자유치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측의 자본이 아닌 중국의 자본을 끌어다가 금강산관광을 재개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금강산관광이 요원한 현재로서 보다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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