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리뷰] 대기업 화두, “문어발식 경영 이제 그만”
[산업리뷰] 대기업 화두, “문어발식 경영 이제 그만”
  • 채혜린 기자
  • 승인 2019.11.21 08: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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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파이낸셜리뷰=채혜린 기자] 최근 대기업 화두가 ‘문어발식 경영’을 종식시키는 것이다. 수익이 나지 않는 사업은 과감하게 버리라는 것이다. 이는 창업주, 2세를 거쳐 이제는 3세, 더 나아가 4세 경영으로 접어들면서 보다 전문적인 기업으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창업주 시대에는 주력 사업 이외에 여러 가지 사업을 확장해서 덩치를 키우는 것이 가장 중요한 화두였고, 2세와 3세는 그 커진 덩치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적이었다.

하지만 4세 경영으로 접어들면서 커진 덩치가 오히려 대기업에게는 독이 된다고 판단됐기 때문에 과감한 사업 정리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역사적으로도 국가가 탄생하면 1대 임금은 영역 확장에 여념이 없었다면 2대와 3대는 그것을 지키기 위한 발판 마련을 했다. 그리고 4대에 접어들어 내실을 확실하게 다졌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사진=연합뉴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사진=연합뉴스

고려 태조 그리고 광종, 조선 태조 그리고 세종

고려 시대에는 태조 왕건이 후삼국을 통일하고 고려 시대를 개창했다. 창업주가 나라를 세운 것과 창업주가 기업을 일군 것은 비슷하다.

하지만 태조 왕건 사후 혜종과 정종은 나라를 지키는데 여념이 없었다. 고려가 기반을 확실하게 닦을 수 있었던 것은 광종 즉 4대 황제가 들어서면서부터다.

광종은 과감한 호족 정리를 통해서 왕권 강화를 이뤄냈고, 이로 인해 고려가 융성한 길로 들어설 수 있게 됐다.

조선시대의 경우 태조 이성계가 위화도 회군으로 나라를 세웠고, 정종과 태종을 거치면서 나라를 유지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태종은 자신의 친인척 등을 과감하게 처단했고, 그것을 바탕으로 4대인 세종대왕 때 나라가 융성했다.

이런 점을 비유한다면 대기업의 경우 창업주가 기업을 세우고, 2대와 3대를 거치면서 기업을 유지했다면 4대에서는 내실을 다져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태조 왕건이 나라를 세우기 위해 수많은 호족과 결혼정책을 맺었고, 태조 이성계는 나라를 세우기 위해 사대부와 손을 잡은 것처럼 창업주는 대기업을 일으키기 위해 수많은 사업에 손을 댔다. 그리고 2대와 3대를 거쳐서도 비슷하게 문어발식 경영을 통해 대기업을 유지해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연합뉴스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연합뉴스

4대 경영에 들어서면서 내실을 다져야 하는 상황

그런데 4대 경영 들어서면서 내실을 다져야 했다. 1대부터 3대까지는 외연 확장을 해서 기업을 세우고 기업을 유지하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이제 4대부터는 내실을 다지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최근에는 글로벌 경제가 악화되는 등 대내외적으로 경영활동하기 쉬운 상황이 아니다. 따라서 자신이 가장 주력하는 사업에 치중을 하고 나머지 수익이 되지 않은 사업은 정리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무엇보다 문어발식 경영으로 인해 민심이 대기업에 대해 좋은 평가를 내리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대기업 역시 뼈를 깎는 쇄신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런 이유로 최근 들어 대기업 총수들이 저마다 ‘이익이 나지 않은 사업은 버려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익이 나지 않은 사업은 버려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지난 19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특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익이 나지 않는 사업은 버려야 한다”고 선언했다.

사실상 구조조정을 이야기한 것이다. 대한항공이 여러 가지 난관에 부딪히면서 그동안 문어발식 경영이 오히려 악재가 되고 있다고 판단,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돌입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달 제주에서 열린 CEO세미나에서 “SK가 보유한 자원 가치를 과거나 현재 가치로 판단해서는 안되고 미래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단순히 매출을 늘리고 비용을 줄여서 이익을 내는 형태의 게임이 아니라 전혀 새로운 게임을 생각해 달라”고 밝혔다.

역시 지금의 SK가 아닌 새로운 SK를 만들어달라는 주문으로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과거처럼 무조건 문어발식 경영으로는 이제 새로운 시대에 적응을 하지 못하고 도태될 수 있다는 대기업들의 절박함이 구조조정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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