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리뷰] 정용진·이재용·박용만 등 사람 냄새 풍기는 대기업 총수들
[산업리뷰] 정용진·이재용·박용만 등 사람 냄새 풍기는 대기업 총수들
  • 채혜린 기자
  • 승인 2019.12.23 15: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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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리뷰=채혜린 기자]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 덕분(?)에 못난이 감자 30톤을 강매(?) 당한 대기업 총수, 수행비서 없이 SRT 타고 훌쩍 떠난 대기업 총수, 세월호 유가족인 직원이 끓여준 동지 팥죽에 감동한 대기업 총수, 직원들과 허심탄회하게 술자리를 갖는 대기업 총수 등 최근 대기업 총수들이 권위주의를 탈피하고 사람 냄새를 풍기고 있다.

과거 ‘대기업 회장’이라고 하면 ‘범접(?)하기’ 힘든 고차원적인 존재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3대를 지나 4대로 접어들면서 대기업 총수들이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그것이 단순히 ‘이미지 메이킹’용이 아닌 실제 생활에서 우러나오는 그런 ‘사람 다움’이기 때문에 감동을 더해주고 있다.

사진=해당 방송 영상 캡쳐
사진=해당 방송 영상 캡쳐

못난이 감자 강매(?) 당한 정용진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 때문에 못난이 감자 30톤을 강매(?) 당했다.

정 부회장은 지난 12일 SBS 예능프로그램 ‘맛남의 광장’에서 백종원 대표가 구매를 제안하면서 못난이 감자를 구매했고, 이마트에서 판매를 해서 인기를 누렸다.

정 부회장인 이것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못난이감자로 전식구 #감자옹심이 해먹음”이라면서 요리 사진을 공개했다.

당시 백 대표는 한 농가에서 나온 폐품 감자 30톤에 대해 안타까워하면서 정 부회장에게 구매를 부탁했고, 정 부회장은 “힘을 써보겠다”면서 “안 팔리면 제가 다 먹겠다”고 했는데 실제로 약속을 지킨 것이다.

사진=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SNS 캡쳐
사진=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SNS 캡쳐

세월호 유가족 직원의 팥죽에 감동한 박용만

두산그룹을 이끌고 있는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두산그룹 계열사 직원이자 세월호 유족에게 팥죽을 받은 사연을 공개했다.

박 회장은 지난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잠 못 이루는 밤에 조금 긴 글’이라면서 “난 해준 게 별로 없었는데 동지라고 내게 팥죽을 보내주는 정이 고맙기 짝이 없다. 안 차장 고마워. 팥죽 잘 먹을게”라고 글을 남겼다.

사연은 그룹 계열사 직원의 아이가 세월호를 탔고, 이에 당시 무작정 진도를 내려가서 그 계열사 직원을 만났다.

박 회장은 “눈에 띄는 게 조심스러워서 작은 차를 하나 구해 타고 조용히 실종자 가족이 머무는 체육관 근처에 가서 전화를 했다”며 “꺼칠한 얼굴로 나온 아이 아빠가 내게 '괜찮으니 들어가자'고 했다. 내가 들어가도 되나 싶어 고개를 숙이고 조심스레 들어서는데 눈에 들어온 광경이 너무나도 처참했다”고 당시롤 소회했다.

박 회장은 “충격 때문에 뭐라 했는지 기억이 안 나는 몇 마디 위로를 간신히 전하고는 그냥 다시 돌아섰다”며 “뉴스에서 보는 장면들도 그때부터는 말로 표현 못할 리얼리티가 되어 돌아오곤 했다. 무슨 일이 있건 어떤 이유에서건 상처받은 유가족을 향해 비난하거나 비아냥을 하는 것은 정말 인간의 도리가 아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해당 직원을 걱정한 박 회장은 “정신과 의사인 정혜신 박사에게 전화를 걸어 직원과 아이의 신상정보를 알려주고 도움을 청했다”면서 정혜신 박사에 대한 고마움도 표시했다.

이후 박 회장은 소속 계열사 대표를 불러서 “무슨 일이 있어도 아이 아빠가 가족으로서 해야 할 일 하도록 내버려 둬라”고 당부를 했는데 계열사 대표는 “이미 그러고 있다”고 답변했다고 전했다.

이것이 인연이 돼서 애 아빠와 가끔 연락을 주고 받는 사이가 됐고, 동짓날이 돼서 해당 직원이 팥죽을 끓여줬던 것이다. SNS 말미에 “안 차장 고마워 팥죽 잘 먹을게”라며 글을 마쳤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연합뉴스

수행비서 없이 홀로 SRT 탄 이재용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18일 서울 강남구 수서역에서 수행원을 동반하지 않고 지인과 함께 SRT 열차에 몸을 실은 사진이 공개돼 화제가 됐다.

이 부회장은 격식을 갖춘 정장 대신 여행을 떠나는 듯한 가벼운 복장으로 부산행 열차에 오른 것이 언론사 기자에게 포착되면서 해당 언론은 대서특필했다.

이 부회장은 주변 시선 의식한 듯 검은색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고, 미국 메이저리그 보스턴 레드삭스 모자를 쓰고 빨간 점퍼 위에 백팩을 맸다. 이후 해당 빨간 점퍼는 불티나게 팔리면서 이재용 점퍼라는 이름까지 붙여졌다.

이 부회장은 평소에서 소탈한 행보를 보여왔다. 과도한 경호 혹은 고위급 인사 등의 마중을 받는 것이 대기업 총수들의 관례이지만 이 부회장은 이런 격식을 지양했다.

최태원 SK 회장이 지난 13일 경기 성남시 한 음식점에서 분당지역 구성원들과 번개모임 형식의 98차 행복토크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최태원 SK 회장이 지난 13일 경기 성남시 한 음식점에서 분당지역 구성원들과 번개모임 형식의 98차 행복토크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직원들과 접촉 늘리는 정의선·최태원, 강당 시무식 없앤 구광모

이밖에도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지난 22일 현대차그룹 본사 대강당에서 타운홀 미팅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정 부회장은 ‘함께 만들어가는 변화’를 주제로 직원들과 즉석 문답을 가졌고, 셀카를 함께 촬영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28일 서울 광화문 인근 대중음식점에서 임직원 140여명과 술자리를 기울였다.

이날 메뉴는 문어숙회, 육전, 보쌈, 순대, 돼지국밥 등이었고, 소주와 맥주, 와인이 최 회장과 직원들 사이에 오갔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강당에서 열리는 신년사를 폐하고, 디지털 신년사로 대체하는 등 과거의 권위주의를 탈피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업계 관계자는 “창업주가 권위주의를 바탕으로 직원들을 통솔했다면 3대와 4대로 내려오면서 직원들과 소통하는 자리를 마련하는 등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점차 사람 냄새 나는 대기업 총수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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