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리뷰] 이란-미국 갈등, 우리나라는 “난감하네~”
[국제리뷰] 이란-미국 갈등, 우리나라는 “난감하네~”
  • 남인영 기자
  • 승인 2020.01.06 09: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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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미 대사관 점거 40주년을 기념하는 반미 집회가 대규모로 열렸다./사진=연합뉴스
4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미 대사관 점거 40주년을 기념하는 반미 집회가 대규모로 열렸다./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리뷰=남인영 기자] 중동의 앞날이 어떻게 변화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으로 바뀌었다. 미국이 이란 군부 사령관을 폭사하고 이에 이란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를 탈퇴했다. 그야말로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게 됐다.

미국과 이란의 갈등은 점점 깊어지면서 우리나라 역시 고민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미국과 이란의 갈등으로 인한 국제적 불안감은 유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중 무역전쟁이 휴지기로 접어들면서 모처럼 글로벌 경제에 훈풍이 부는 듯 했지만 이란 사태가 갑작스럽게 발생하면서 유가가 널뛰기를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또한 우리 군은 호르무즈 해협에 파병을 하기로 했는데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면서 안전 문제 역시 고민이 되고 있다.

충돌한 미국-이란

미군이 지난 3일 밤 드론을 통해 이란 군부 거물 거샘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폭사시켰다. 이로 인해 이란은 국가적 보복을 다졌고, 이란 내부에서 반미 바람이 거세게 불어닥쳤다.

이란 정부는 핵합의에서 정한 동결·제한 규정을 지키지 않겠다면서 핵합의 탈퇴 의사를 밝혔다. 이란 정부가 핵합의 탈퇴 의사를 밝히면서 이란이 핵무기 제조를 하겠다는 뜻을 보인 것이다.

이미 미국과 이란의 갈등은 예고됐었다. 지난 2015년 7월 주요 6개국(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독일)과 이란은 핵합의를 타결했다. 핵심 내용은 이란이 보유할 수 있는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 수량과 성능을 제한하는 것이다.

하지만 2018년 5월 미국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이란 핵합의 준수 검증을 무시하며 일방적으로 핵합의를 파기했고, 유럽 역시 이란산 원유 수입과 금융 거래 재개를 이행하지 않으면서 이란은 지난해 5월부터 핵합의 이행 수준을 축소했다.

이에 미국은 이란이 핵무기를 몰래 제조한다고 판단, 이란 최고지도자와 정규 군사조직인 혁명수비대, 중앙은행을 제재 대상에 올렸고, 이란 위협 명분으로 항공모함 편대를 걸프 해역에 배치했다.

그러자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이 곳곳에서 발생했다. 지난달 27일 이라크 키루쿠크 미군 주둔 기지가 로켓포 공격을 받았고, 미국인 1명이 사망했다. 그러자 미군은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의 소행이라고 단정하고 이들 군사시설 5곳을 전투기로 폭격해 25명이 폭사했다.

시아파 민병대와 추종세력이 지난달 31일과 1일 바그다드 주재 미 대사관을 공격했고, 그러자 미국은 지난 3일 이란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바그다드 공항에서 폭격해 살해했다.

정의당 김종대 의원(가운데)이 지난해 8월 14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호르무즈 해협 파병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정의당 김종대 의원(가운데)이 지난해 8월 14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호르무즈 해협 파병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호르무즈 해협 무력 봉쇄 위협

이란은 그러자 호르무즈 해협을 무력 봉쇄할 수 있다고 위협하고 있다.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고향인 이란 케르만주(州) 담당 혁명수비대 골라말리 아부함제 사령관은 호르무즈 해협, 오만해, 페르시아만(걸프 해역)을 지나는 모든 미국 선박을 타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란이 사실상 호르무즈 해협을 무력 봉쇄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세계 원유 해상 수송량의 30% 정도를 차지하는 요충지다.

여기에 이라크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도 이라크 내 미군 기지에 대한 공격을 예고하면서 중동의 긴장은 고조되고 있다.

이로 인해 세계 원유 가격의 상승이 불가피해 보인다. 호르무즈 해협에서 원유 수송선에 대해 직접적인 공격을 가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원유 수송에 상당한 차질은 불가피해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역시 수입 원유 70%가 이 지역을 통과하기 때문에 이란의 이 지역 봉쇄에 따른 파장은 클 것으로 예측된다.

또 다른 문제는 우리 군의 파병 문제이다. 미국이 해당 지역으로의 파병을 요청했고, 이에 우리 정부는 파병을 검토해왔다.

그런데 이란과의 갈등이 증폭되면서 이란은 미국의 공동방위를 담당하는 국가에 대한 공격도 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즉, 파병이 현실화될 경우 이란이 한국을 '적'으로 규정하면 중동지역에 있는 우리 국민의 안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북미대화는 점차 교착상태로

북한이 이란 문제에 대해 깊은 고민에 빠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미국과 이란이 비핵화에 합의를 했지만 결국 갈등을 일으킨 모습을 보았다. 또한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폭사한 것을 보고 북한으로서는 미국을 더 이상 신뢰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비핵화에 합의를 한다고 해도 미국이 훗날 태도를 바꿔 자신들을 공격할 수 있다고 북한이 판단한다면 북미대화는 점차 교착상태에 빠질 것으로 예측된다.

가뜩이나 북한이 단계적 비핵화와 더불어 먼저 대북제재 압박을 풀어야 한다면서 자신들에게 공격적인 미국의 태도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란 갈등이 증폭되면서 북한으로서는 더 이상 미국과 대화를 이어가야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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