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리뷰] 춥지 않은 겨울, 겨울용품은 ‘울상’
[산업리뷰] 춥지 않은 겨울, 겨울용품은 ‘울상’
  • 채혜린 기자
  • 승인 2020.01.08 16: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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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파이낸셜리뷰=채혜린 기자] 지난 7일 제주도에는 유채꽃과 철쭉 등 4~5월이 돼야 피어나는 꽃들이 만개해 화제가 되고 있다. 올해 겨울은 다른 겨울에 비해 유난히 따뜻해지면서 이상고온 현상을 보이고 있다.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제주의 일 최저기온이 올해 들어 가장 높은 18.5도를 기록했다. 이는 1월 기록으로는 1923년 관측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눈이 오지 않은 겨울이 됐다. 기상청이 지난해 12월 전국 13개 지점의 최심신적설 합계는 0.3cm로 1973년 관측 이후 가장 낮았다. 반면 강수량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다소 적은 수준으로 겨울에 눈이 오기보다는 비가 많이 내린다는 편이 더 옳은 표현이라고 할 정도다.

이런 이상고온 현상에 제주도는 때 아닌 꽃밭으로 관광객들의 발길을 잡고 있다. 1월 중순으로 접어들고 있음에도 날씨는 봄날씨이다.

이상고온 현상이 발생한 이유는 시베리아 고기압이 약화됐기 때문이다. 이상고온 현상이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인데 이는 북극 지점의 찬기운이 다소 약화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겨울철 기온에 영향을 주는 시베리아 고기압도 자연스럽게 약화되면서 북태평양 고기압을 우리나라 상공에까지 끌어들인 셈이다.

이런 이유로 기온은 따뜻하고 비가 다소 오는 그런 날씨가 됐다.

이상고온 현상으로 롱패딩 매출은 급감

국내 아웃도어 브랜드 4개사의 롱패딩 매출은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같은 기간에 비해 최소 15%에서 최대 45%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대로 가면 겨울 장사를 망친다는 표현이 적절할 정도다.

이미 아웃도어 브랜드사는 재고떨이에 나선 분위기다. 중소 아웃도어 브랜드 중 일부는 현금 확보를 위해 신상품 재고를 아예 아울렛에 넘겨버렸다는 이야기가 나돈다.

백화점 역시 울쌍이다. 방한용품의 매출이 대폭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전기매트나 온수매트, 히터 등 난방용품 매출은 대략 13% 가량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겨울철만 되면 찾는 목도리, 장갑, 귀마개 등의 매출이 뚝 떨어졌다는 표현이 적절할 정도다. 방한용 내의는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스키용품은 그야말로 힘든 시절을 보내고 있다. 이상고온 현상에 눈 대신 비가 내리는 시즌이 되면서 비상이 걸렸다.

보드를 취미로 붙이고 있는 박모씨(35)는 “올겨울은 이상고온 현상으로 보드를 즐겨 탈 수 없게 됐다”고 아쉬워했다.

그로 인해 한철 장사를 노리는 스키용품 대여점은 손님들이 줄어든 것을 몸으로 느낄 정도다.

등산이나 골프 즐기는 사람들 늘어나

반면 겨울철에도 등산이나 골프를 즐기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관련 제품의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등산용품 매출은 3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백화점은 골프웨어의 매출이 10% 이상 늘어났다.

이상고온 현상이 발생하면서 스키나 보드 등을 즐기는 대신 등산이나 골프 등을 한겨울에 즐기게 된 셈이다.

올해 겨울은 유난히 이상고온 현상이 발생하면서 유통업계에도 지각 변동이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만 특수한 현상이 될 것인지 아니면 내년에도 비슷한 현상이 발생할지는 올 여름 무더위를 확인해 보면 알 수 있다”고 진단했다.

왜냐하면 지난해 여름은 다른 여름에 비해 유난히 서늘했기 때문이다. 즉, 그해 여름이 차가우면 겨울은 따뜻하고 여름이 더우면 겨울은 유난히 추워졌기 때문이다.

이는 북반구에 형성된 제트기류가 북극의 추위를 얼마나 묶어두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여름이 유난히 덥게 되면 제트기류가 약화되면서 그해 겨울 약화된 제트기류를 뚫고 북극의 추위가 내려오기 때문이다. 거꾸로 그 해 여름 유난히 서늘하면 제트기류가 강화되면서 그해 겨울 북극의 추위가 제트기류를 뚫고 내려올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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