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리뷰] 죽기 전에 리더가 읽어야 할 52권 6주차. 호모루덴스, 일을 놀이처럼 할 수 없을까?
[인문학리뷰] 죽기 전에 리더가 읽어야 할 52권 6주차. 호모루덴스, 일을 놀이처럼 할 수 없을까?
  • 김진수
  • 승인 2020.01.31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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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과 놀이의 인식 변화

잘 노는 사람이 일도 잘한다. 주 52시간 근무로 소위 ‘놀자 판’이 되지 않을까 살짝 염려도 되지만 그동안 우리는‘회사 인간’, ‘일 중독자’였다. 그런데 반성해야 할 것은 비록 긴 시간을 일했어도 유럽 선진국에 비해 노동생산성이 50% 수준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전심전력으로 일하는 사람이 적었다는 증표다.

일의 철학은 장시간의 시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일을 통해 효율적·창조적으로 쓰면서 여유를 즐기느냐에 있다.

인간은 일을 하는 동시에 놀이를 추구하는 존재다. 놀이는 일상생활에서 쌓인 피로를 풀어주고 생활의 즐거운 활력소가 된다. 일과 놀이는 구분되거나 가치가 절연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일을 하면서 즐겁고 놀이하면서 일을 할 때 생산성이 높아진다.

유희(遊戱)란 즐겁게 노는 행위, 즉 놀이를 말한다. 놀이는 단순한 휴식이나 여가로서 뿐만 아니라 삶을 새롭게 창조하는 데 큰 의미를 갖는다.

네덜란드의 문화사학자(文化史學者) J.하위징아(1872∼1945)는 그의 저서 《호모 루덴스─유희에서의 문화의 기원》(1938)에서 종래에는 유희가 문화 속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문화 쪽이 상위개념이라고 생각하였으나 하위징아는 이러한 견해를 역전시켜서, 문화는 원초(原初)부터 유희되는 것이며 유희 속에서 유희로서 발달한다는 획기적인 주장을 내놓았다.

2. 호모 루덴스

호모루덴스는 ‘노는 인간’ 또는 ‘놀이하는 인간’이다. 놀이는 문화의 한 요소가 아니라 문화 그 자체가 놀이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하위징아는 “지금보다 더 행복한 시절에 우리는 우리 종족을 ‘생각하는 인간(Homo Sapiens)’이라고 부른 적이 있었다.”며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이성을 숭배하고 낙관주의를 고지식하게 좇았던 18세기처럼 우리를 그렇게 이성적이라고 믿을 수는 없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우리의 시대보다 더 행복했던 시대에 인류는 자기 자신을 가리켜 감히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 합리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라고 불렀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우리 인류는 합리주의와 순수 낙관론을 숭상했던 18세기 사람들의 주장과는 다르게 그리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게 밝혀졌고, 그리하여 현대인들은 인류를 “호모 파베르(Homo Faber: 물건을 만들어내는 인간)”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비록 인류를 지칭하는 용어로서 faber(물건을 만들어내는)라는 말이 sapiens(생각하는)라는 말보다는 한결 명확하지만, 많은 동물들도 물건을 만들어낸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 말 역시 부적절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인간과 동물에게 동시에 적용되면서 생각하기와 만들어내기처럼 중요한 제3의 기능이 있으니, 곧 놀이하기이다. 그리하여 나는 호모 파베르 바로 옆에, 그리고 호모 사피엔스와 같은 수준으로, 호모 루덴스(Homo Ludens: 놀이하는 인간)를 인류 지칭 용어의 리스트에 등재시키고자 한다.”

- 요한 하위징아|역자 이종인|연암서가| -

한국인은 전형적인 호모 루덴스다. 놀이와 신들림으로 다른 나라와 비교하여 훨씬 다양하고도 독특한 놀이 문화를 가꾸어 왔다. 일 속의 놀이, 여가 속의 놀이, 신앙 속의 놀이라는 세 가지 양상으로 전개돼 왔다.

3. 모든 것이 놀이다

고대 사람들은 모든 인간의 행위를 ‘놀이’로 부르며 그것을 지혜로 여겼다. 일부 사람들은 놀이를 천박하다고 생각하지만 놀이 개념은 이 세상의 생활과 행위에서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하위징아는 문명은 놀이 속에서 생겨나고, 놀이로서 발전해 왔다. 놀이를 통해 인류 문명이 발전하고 유지된다고 주장한다. 놀이는 시간낭비나 기껏해야 일과 일 사이에 잠시 여가를 즐기는 의미밖에 없다는 기존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고상함이 미덕(용기)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사실은 이 두 개념이 생겨나와 진화하는 동안에도 계속 내재되어 있었고, 문명이 더욱 발전하면서 미덕의 의미만이 바뀌었다. 그 후 미덕은 서서히 또 다른 의미를 회득하여 윤리적·종교적 차원을 강조하게 되었다. 과거에 용감하게 행동하고 명예를 지키기만 하면 미덕의 이상을 실천할 수 있었던 귀족들은, 이제 자신의 본분과 개성을 유지하려면, 윤리와 종교의 더 높은 기준을 수용하여 기사도의 이상을 더욱 풍부하게 하거나(하지만 이렇게 하는 것은 실제에 있어서 너무나 어려웠다!), 아니면 위엄, 과시, 궁중 매너 등으로 고상한 삶의 외양을 유지하는 외형적 삶을 살아가야 했다. 귀족들의 문화를 형성하는 데 있어서 상존하는 요인이었던 놀이-요소가 이제 단순한 과시와 행렬로 전락한 것이다. ”

- 요한 하위징아|역자 이종인|연암서가| -

4. 하위징어란 누구인가?

네덜란드 역사가. 네덜란드 그로닝겐대학교 역사 교수를 지냈다. 1942년까지 레이덴대학교 교수시절 나치스에 잡혀 죽을 때까지 억류상태에 있었다. 그에게 명성을 안겨준 ‘중세의 가을’(1919)은 14~15세기 프랑스와 네덜란드의 생활과 사상을 밝혔다.

5. 리더에게 던지는 말

리더의 가장 중요한 마인드는 직원들이 스마트하게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직원들이 무작정 일하고, 아무 생각 없이 노는 것이 아니라 창조적이고도 계획적인 휴식을 하도록 디자인 해 주는 것이다. 무작정 쉬고 나면 오히려 더 피곤할 때가 많다.

잘 노는 계획과 목적 있는 휴식이 요구된다. 짜임새 있는 놀이와 휴식은 성취감을 맛볼 수 있다. 잘 쉬는 사람이 일도 잘하게 마련이다. 창조적 휴식은 당연히 성과를 높인다. 일과 놀이의 밸런스는 삶의 질을 재는 중요한 척도이다.

3류 리더는 부하에게 일만 시키는 사람

2류 리더는 본인 일만 열심히 하는 사람

1류 리더는 놀이와 일의 조화롭게 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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