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리뷰] 박근혜 미운털 박힌 이미경, 기생충으로 “일냈다”
[산업리뷰] 박근혜 미운털 박힌 이미경, 기생충으로 “일냈다”
  • 채혜린 기자
  • 승인 2020.02.11 0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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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경 CJ 부회장./사진=연합뉴스
이미경 CJ 부회장./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리뷰=채혜린 기자] 박근혜 정부 당시 미운털 박힌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이 영화 기생충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영화 기생충이 한국 영화 최초로 아케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국제영화상, 각본상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하면서 이 부회장도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 부회장은 박근혜정부 당시 블랙리스트에 오르면서 미국으로 넘어가는 등 정치적 시련을 겪어야 했다.

이미경 “나는 봉준호 감독의 모든 것을 좋아한다”

이 부회장은 작품상을 수상하면서 “가장 먼저 봉준호 감독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나는 봉 감독의 모든 것을 좋아한다. 그의 웃음과 독특한 크레이지 헤어, 걸음걸이, 패션 모든 것을 좋아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기생충을 사랑해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그리고 내 남동생을 비롯한 형제들에게도 감사하다, 영화를 봐주신 관객들과 특히 기생충을 사랑해주신 한국 관객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의 남동생은 이재현 CJ 회장이다.

또한 “여러분의 의견 덕에 우리가 안주하지 않고 창작자들과 함께 나아갈 수 있었다. 감사드린다”고 마무리했다.

이 부회장의 이번 소감은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대변하는 그런 소감이었다. 그녀가 수상소감에서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그간의 마음고생은 상당했다.

박근혜 당시 블랙리스트에 올라

이 부회장은 박근혜 정부 당시 블랙리스트에 올라 2014년 타의에 의해 미국으로 건너갔다. 이후 그룹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 부회장이 미국으로 건너가게 된 사연은 2018년 박 전 대통령 재판 당시 조원동 전 청와대 수석에 의해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2013년 박 전 대통령은 “CJ그룹이 걱정된다. 손경식이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에서 물러나고 이 부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으면 좋겠다”면서 이 부회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취지의 지시를 했으며, 이를 CJ 측에 전달했다.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미운털이 박힌 이유는 CJ그룹이 제작한 방송 문화 콘텐츠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tvN ‘SNL코리아’의 ‘여의도 텔레토비’ 코너이다. 박 전 대통령을 패러디한 캐럭터 ‘또’가 욕설을 가장 많이 하고 안하무인의 인물로 묘사를 했다.

그 이전에 CJ는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를 기획·제작해 당시 야당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현 대통령으로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이 생각나게 한 영화”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밖에도 노 전 대통령을 모티브로 한 영화 ‘변호인’의 제작을 맡는 등 박 전 대통령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이에 국가정보원은 2013년 8월부터 CJ그룹 사찰 후 ‘CJ 좌편향 문화 사업 확장 및 인물 영입 여론’ 보고서를 작성해 청와대에 보고를 했다.

국정원의 보고서에는 이 부회장이 ‘친노의 대모’ 역할을 하고 있다고 판단, CJ 측에 이를 시정하도록 경고하고 과도한 사업 확장을 견제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서에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 일선에 물러난 이미경

결국 이 부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문화계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봉준호 감독과는 상당한 친분을 가져왔다.

CJ그룹과 봉 감독의 인연은 2009년 영화 ‘마더’부터이며 ‘설국열차’ ‘기생충’ 등에 투자를 해왔다.

특히 기생충이 오스카상을 수상하는데 있어 이 부회장과 CJ의 숨은 조력이 상당히 컸다는 평가다. 아카데미 수상을 위한 캠페인 전략을 세웠고, 대략 100억원 정도 투자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회사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에 대한 만족도’가 가장 중요하다는 판단 아래 예산, 인력, 글로벌 영화계 네트워크, 공격적인 프로모션 등이 모두 결합되는 ‘복합 프로모션’을 실시했다.

그리고 지난해 9월부터 아카데미 회원 대상 시사회를 미국을 비롯한 다수 국가에서 진행하면서 오피니언 리더를 적극 공략했다.

이런 모든 것이 이 부회장의 노력이 없었다면 힘들었다. 박 전 대통령에게 미운털이 제대로 박힌 이 부회장이 결국 큰 일을 낸 셈이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경영 일선에 아직 복귀할 생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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