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리뷰] n번방 사건, 국회의 성인지 감수성 '현주소'는
[폴리리뷰] n번방 사건, 국회의 성인지 감수성 '현주소'는
  • 어기선 기자
  • 승인 2020.03.26 08: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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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을 협박해 성 착취 불법 촬영물을 제작하고 유포한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을 협박해 성 착취 불법 촬영물을 제작하고 유포한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지난 3일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개정안을 심의하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정점식 미래통합당 의원이 딥페이크 영상에 대해 “자기만족을 위해 이런 영상을 가지고 나 혼자 즐긴다, 이것까지 (처벌이) 갈 거냐”고 말했다.

이 발언을 통해 국회의원 성인지 감수성이 어느 정도인지 드러나는 계기가 됐다. 소위 ‘n번방 사건’이 터지면서 국회의원 성인지 감수성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다는 평가다.

n번방이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지만 국회의원이 입법화에 제대로 부응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이런 이유로 21대 국회에서는 여성 현역 의원들이 많이 배출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데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국회 입법 청원 10만, 응답한 국회의원의 태도

지난 5일 국회는 성폭력처벌법 개정안을 처리했지만 n번방 사건을 처리하는데는 너무나 많이 모자라는 법안이었다.

이 개정안은 n번방 사건에 대한 처벌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국회 입법 청원 1호였고, 10만을 넘겼다. 하지만 정작 법사위에서 다뤄진 것은 딥페이크 영상 처벌이었다. 딥페이크 영상이란 음란물에 연예인 등의 얼굴을 합성한 것을 말한다.

그런데 법사위에서도 딥페이크 영상과 n번방 사건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등 성인지 감수성이 상당히 떨어지는 그런 모습을 보였다.

이후 n번방 사건이 크게 부각되면서 부랴부랴 국회는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를 통해 지난 25일 전체회의를 열어 정부의 뒷북 대응을 비판했다.

하지만 모든 책임을 정부에게 떠넘기는 그런 모습을 보였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딥페이크 영상에 대한 처벌과 n번방 처벌은 엄연히 구분돼야 함에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면서 n번방 사건 처벌은 뒤로 밀려났기 때문이다.

이는 20대 국회에서 여성 의원은 17%에 불과하고, 법사위의 경우에는 중년 남성 의원들로 채워졌기 때문이다.

중영 남성의 경우에는 성적 인식이 남성 위주로 이뤄졌기 때문에 성인지 감수성에 상당히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이유로 성인지 감수성을 개선하기 위해 법사위 등 국회 요직에 여성 의원의 배치를 의무화하고 성인지감수성 교육을 제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1대 국회에서도 여성 의원 모자라

그런데 21대 국회에서도 여성 의원이 모자라 것으로 보인다. 본선 후보로 오른 여성 후보의 비중은 10%대에 그쳤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13%, 미래통합당은 10.5% 등 여성 후보의 비율이 현저히 낮다. 지역구 공천을 30% 이상 여성으로 해야 한다는 여성 할당제가 명시돼 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물론 여성 공천 비율을 높이기 위해 가산점 등을 부여했지만 결국 여성 공천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남성 위주의 정치 현실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여성 의원의 비중을 높혀야 하지만 현실 정치에서는 여성 의원의 비중을 높이기 쉽지 않다.

이는 결국 단기적인 영입 이벤트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중장기적인 육성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물론 50대 남성 위주의 정치 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유권자들 스스로 남성 위주의 정치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다. 남성 의원들은 ‘일을 잘하고’ 여성 의원들은 ‘괜히 모자란 것 같은’ 그런 인식에서 스스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여성 의원의 비중이 많아진다고 해서 국회의원의 성인지 감수성이 달라진다고 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생물학적인 여성이라고 해도 ‘가부장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여성이라면 성인지감수성이 매우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21대 국회에서는 성인지감수성에 대한 의무교육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래야만 n번방과 같은 사건이 터질 때 그에 걸맞는 입법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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