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리뷰] 北, 김일성 축지법 부정...도대체 왜?
[국제리뷰] 北, 김일성 축지법 부정...도대체 왜?
  • 남인영 기자
  • 승인 2020.05.20 15: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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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월 9일 건군절 72주년을 맞아 인민군 장병들과 근로자들,청소년 학생들이 평양 만수대언덕에 있는 김일성·김정일 동상을 찾아 헌화했다고 보도했다./사진=연합뉴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월 9일 건군절 72주년을 맞아 인민군 장병들과 근로자들,청소년 학생들이 평양 만수대언덕에 있는 김일성·김정일 동상을 찾아 헌화했다고 보도했다./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리뷰=남인영 기자] 북한이 최고지도자 김일성 주석의 축지법에 대해 부정하는 입장을 내놓았다. 축지법은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신격화하는 도구 중 하나였다.

북한은 그동안 교과서 등 주민 교육용 교재 등에서 김일성이 항일 무장 투쟁을 하면서 모래로 쌀을 만들고, 솔방울로 수류탄을 만들고, 가랑잎으로 큰 강을 건넜다고 묘사했다. 아울러 축지법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1996년 ‘장군님 축지법 쓰신다’는 선전가요를 만들어 유포하기도 했다.

그런데 느닷없이 북한이 ‘축지법’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으면서 그 의도가 상당히 궁금해지고 있다.

우상화에 매달렸던 김일성·김정일 부자

김일성·김정일 부자는 그동안 우상화에 매달렸다. 두 부자를 신격화하고 김일성의 항일 무장 투쟁을 꺼내들면서 그야말로 인간이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을 한 것으로 묘사했다.

김일성이 오늘날 북한에서 자리매김을 하는 결정적인 요소는 항일 무장 투쟁이다. 그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하지 않으면 북한에서 입지를 굳힐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북한에 김일성 정권이 세워지자마자 김일성의 항일 무장 투쟁에 대해 신겨화하는 작업을 했고, 그 상징적인 것이 바로 ‘축지법’이다.

그리고 김일성에 이어 김정일이 정권을 계승하면서 김일성에 뒤를 이은 후계자로 자신이 된 것은 하늘의 뜻이라면서 역시 ‘축지법’을 내세웠다.

즉, 자신이 정권을 잡고 있는 정당성으로 ‘축지법’을 내세웠다는 점에서 북한에서 ‘축지법’은 그야말로 상징적인 장치이다.

축지법 부정한 인민일보

그런데 지난 20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축지법의 비결’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사실 사람이 있다가 없어지고 없어졌다가 다시 나타나며 땅을 주름잡아다닐수는 없는 것”이라면서 김일성의 축지법을 부정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항일무장투쟁시기에 발톱까지 무장한 강도 일제와 싸워이길 수 있던 것은 인민대중의 적극적인 지지와 방조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김일성이 항일 무장 투쟁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축지법이라는 상징적 도구가 아닌 인민고아ㅢ 협업을 통해 이뤄진 현실적인 전략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그동안 신격화했던 김일성·김정일 부자를 손자인 김정은 때에 인간으로 내려오게 만든 것이다.

시대가 변한 북한

이를 두고 북한 전문가 중 일부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바라보는 김일성과 김정은의 역사적 평가가 다르기 때문으로 해석했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그동안 각종 행사 등을 통해 김일성 김정일에 대한 평가에 후한 점수를 주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3월에도 “수령의 혁명 활동과 풍모를 신비화하면 진실을 가리우게 된다”고 평가했다. 또한 제2차 전국 당 초급선전일꾼대회에 보낸 서한에서 “수령은 인민과 동떨어져 있는 존재가 아니라 인민과 생사고락을 같이 하며 인민의 행복을 위해 헌신하는 인민의 영도자”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지난해 10월 금강산을 둘러보면서 “손쉽게 관광지나 내어주고 앉아서 득을 보려고 했던 선임자들의 잘못된 정책으로 해 금강산이 10여 년간 방치돼 흠이 남았다”면서 “땅이 아깝다. 국력이 여릴 적에 남에게 의존하려 했던 선임자들의 의존정책이 매우 잘못됐다”면서 선대의 업적을 깎아 내리기도 했다.

이는 북한에서도 리더십의 변화가 있었기 때문으로 해석이 된다. 즉, 과거에는 전지전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북한을 운영해왔다면 이제는 전지전능한 리더십으로는 북한을 운영하는 것이 쉽지 않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도 스마트폰 보급이 600만대를 넘어서면서 당국의 선전선동 방식이 변화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인지한 것으로 보인다. 과거의 신격화로 주민들의 눈과 귀를 더 이상 가릴 수 없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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