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리뷰] 김재규 유족 재심 청구, 박정희는 역사 심판대에
[소셜리뷰] 김재규 유족 재심 청구, 박정희는 역사 심판대에
  • 전민수 기자
  • 승인 2020.05.26 14: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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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당시 김재규 중정부장이 박 전 대통령 시해사건 현장 검증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1979년 당시 김재규 중정부장이 박정희 전 대통령 시해사건 현장 검증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리뷰=전민수 기자] 故 박정희 전 대통령을 저격한 ‘10.26 사태’의 주인공 故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 유족이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김 전 부장은 1979년 10월 26일 박 전 대통령을 궁정동 안가에서 총으로 살해한 혐의로 다음해인 80년 5월 24일 교수형에 처해졌다. 당시 죄목은 ‘내란죄’였다.

김 전 부장은 박 전 대통령을 살해한 날 육군본부에서 체포돼 전두환 합동수사본부에서 수사를 받고 대법원 판결을 통해 사형을 언도 받았다.

그런데 최근 당시 재판 과정이 고스란히 녹음된 녹음파일이 세상에 공개되면서 김 전 부장이 세간에서 제기된 내용과는 완전히 다른 목적으로 박 전 대통령을 살해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재심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재심 요건 갖춰지나

재심의 요건이 갖춰지기 위해서는 과거 재판을 뒤집을만한 새로운 증거가 나와야 한다. 이에 유족측은 보안사령부가 쪽지재판을 통해 재판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 전 부장 여동생 김모씨를 대리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26일 서울고법 형사과에 재심 청구서를 제춯한다면서 쪽지재판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재판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진 녹음 테이프 녹취록 등에 따르면 군인들이 수시로 드나들면서 재판관에게 쪽지를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전두환 보안사령부가 쪽지재판을 통해 재판 개입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또한 당시 공판조서와 녹음테이프 녹취록이 일치 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공판조서에 김 전 부장의 발언 등을 기록하지 않은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

이는 재심의 요건을 충족한다는 것이 민변의 설명이다. 즉, 당시 전두환 신군부가 재판에 깊숙이 개입했기 때문에 재판이 공정하지 않았고, 재심을 충분히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 민변의 판단이다.

핵심은 내란죄 적용 여부

재심이 시작되면 김 전 부장에게 적용된 ‘내란죄’의 다툼이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당시 전두환 합수부는 김 전 부장은 내란죄 혐의로 사형을 구형했고, 재판부 역시 내란죄 혐의로 사형을 언도했다.

하지만 민변은 김 전 부장이 박 전 대통령을 살해하게 된 동기는 ‘자유민주주의 회복’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내란죄는 목적범으로 내란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국헌을 문란할 목적’과 ‘폭동을 할 것’이 돼있다.

박 전 대통령을 시해하는 것이 과연 ‘국헌을 문란할 목적’이었는지 여부와 ‘폭동을 할 것’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재심에서 따질 것으로 보인다.

당시 공판조서와 전두환 보안사령부가 발표한 내용은 차지철 당시 경호실장과 박 전 대통령을 향한 충성 경쟁에서 밀리면서 시샘 때문에 차 전 실장을 먼저 쏘았고, 박 전 대통령은 우발적으로 쏘았다는 내용이었다. 즉, 차 전 실장을 죽이는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도 쏘았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권력욕에 사로잡혀 박 전 대통령을 살해했고, 그에 따라 대통령이 되려고 했다는 것이 전두환 합수부의 구형 내용고 당시 재판부의 판단이다.

하지만 이번에 공개된 녹음파일에서는 차 전 실장을 쏜 것은 ‘덤’이었다는 것이다. 즉, 박 전 대통령의 시해가 단순히 차 전 실장과의 다툼 과정에서 벌어진 것이 아니라 자유민주주의 수호라는 목적 때문에 살해한 것이라면 내란죄 혐의와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된다.

또한 재판 과정에서 김 전 부장은 시종일관 자신은 대통령이 될 생각이 아예 없었다면서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평소에서 박 전 대통령을 살해하려고 결심했고, 네 번째 시도만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는 사실이 이번 녹취파일을 통해 새롭게 드러났다.

즉, 권력욕에 사로잡혀 나라를 전복시킬 목적으로 박 전 대통령을 살해한 것이 아닌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박 전 대통령을 살해했다는 주장이 재심에서 받아들여진다면 김 전 부장은 ‘내란죄’로 사형이 언도 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살해죄’ 혐의로 사형이 언도되는 셈이다.

이는 박 전 대통령의 역사적 평가를 바꾸게 만드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즉, 내란죄 혐의가 아닌 단순 살해 혐의로 재심 결과가 바뀌게 된다면 김 전 부장은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한 열사가 되는 셈이고, 박 전 대통령은 민주주의를 역행하는 독재자로 자리매김하게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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