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리뷰] 미국은 ‘세탁기’ 전쟁 중
[산업리뷰] 미국은 ‘세탁기’ 전쟁 중
  • 채혜린 기자
  • 승인 2020.08.13 09: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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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파이낸셜리뷰=채혜린 기자] 미국은 대표 가전 업체 월풀과 우리 기업 삼성전자·LG전자 사이의 세탁기 전쟁 중에 있다. 월풀이 국제무역위원회에 세탁기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연장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이프가드는 수입업체가 제품을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판매해 국내 제조업체가 피해를 봤을 때 발동되는 조치다.

세탁기 세이프가드는 지난 2017년 월풀의 청원을 계기로 2018년 2월 7일 발효됐고, 대형 가정용 세탁기 완제품 기준으로 수입물량 120만대까지는 16%, 그 이상은 40% 관세를 매긴다.

세이프가드 발동돼도 삼성·LG 시장 점유율 높아

문제는 세이프가드를 3년 동안 발동했지만 월풀의 2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2% 감소한 40억 4천200만달러(약 4조 9천억원)를 기록했다. 반면 LG전자 2분기 생활가전 부문 매출액은 5조 1천551억원이다.

세탁기의 미국 시장 점유율을 따지면 삼성전자는 21%, LG전자는 17%인 반면 월풀은 16%이다. 물론 월풀의 자매 브랜드까지 합치면 점유율이 삼성전자보다 높지만 월풀 하나로는 우리 기업에게 밀리는 형국이다.

따라서 세이프가드를 연장한다고 해도 우리 기업에게 돌아갈 타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다만 월풀 입장에서는 미국 내에 자사 브랜드가 우리 기업에게 밀린다는 초조함 때문에 세이프가드 연장을 요청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세이프가드 연장해도 지역화 이뤄내

월풀의 요청에 의해 세이프가드 연장해도 우리 기업에게는 큰 타격은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왜냐하면 삼성전자는 이미 2018년 1월부터 미국 가전 공장을 가동했고, LG전자는 지난해 5월 세탁기 공장 준공식을 마쳤다.

미국에서 파내하는 세탁기는 삼성전자는 사우스캐롤라이나 공장에서 대부분 공급하고 LG전자는 테네시 공장에서 공급한다. 따라서 세이프가드를 연장한다고 해도 삼성전자나 LG전자에는 큰 타격을 입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정치적 재선 위해 우리 기업 공격한 트럼프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리 기업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자신의 대선 경쟁자인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를 공격했다는 점이 걸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오하이오주에 있는 월풀 공장을 시찰한 후 지지자들 앞에서 전임 정부가 미국의 기업과 일자리 보호에 소극적이었다고 비판했다.

전임 정부란 결국 ‘오마바 정부’를 말하는데 바이든 민주당 후보는 당시 부통령 신분이었다. 이런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바이든 행정부’라고 불렀다.

월풀이 오마바-바이든 행정부에 외국의 세탁기, 건조기가 덤핑으로 판매되는 것을 막아달라고 호소했지만 아무런 행동도 안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세이프가드를 발동했다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LG와 삼성은 관세를 내지 않고 대신 공장을 중국이라는 나라로 이전했다”면서 “중국이라는 나라를 들어본 적이 있느냐”면서 비꼬았다.

이어 오바마-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이 승리하자 행복해했고, 미국의 일자리는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2013년 ITC가 LG와 삼성에 세탁기 덤핑 혐의로 고율의 관세를 부과한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 기업이 관세를 내지 않았다는 부분은 거짓이다.

우리 정부는 미국 정부의 반덤핑 관세 부과 조치가 WTO 협정에 위배된다면서 미국 정부를 WTO에 제소해 2016년 승소했다.

또한 우리 기업이 중국으로 공장을 이전했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 자신의 재선을 위해 우리 기업을 무리하게 끼워넣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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