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디지털 교도소 그리고 무죄추정의 원칙
[기자수첩] 디지털 교도소 그리고 무죄추정의 원칙
  • 이성민 기자
  • 승인 2020.09.24 10: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파이낸셜리뷰=이성민 기자] 디지털 교도소는 웹사이트와 인스타그램을 통해 성범죄나 상력범죄 피의자들의 신상을 공개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피의자’라는 것은 ‘의심을 받는 사람’을 말한다. 이는 검찰의 기소 단계 전인 수사단계에 있는 인물을 말한다.

형사소송법에서 범죄자란 형이 확정된 사람을 말한다. 그 이전에는 재판 중인 사람은 ‘피고인’이고, 수사 단계에 있는 사람은 ‘피의자’라고 부른다.

피의자는 범죄자가 아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피의자’하면 ‘범죄자’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형사법에는 ‘무죄추정의 원칙’이라는 것이 있다. 즉, 형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그 사람을 범죄자로 취급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재판에서 형을 선고 받기 전까지는 무죄라는 것이다.

디지털 교도소는 이런 무죄추정의 원칙을 완전히 위배하고 있다. 무죄추정의 원칙은 헌법에도 규정돼 있는데 제27조 4항에는 “형사 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라고 규정돼 있다.

따라서 디지털 교도소는 헌법에 위배된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디지털 교도소에 올라온 신상정보는 가해자로 지목됐지만 법적 판단이 이뤄지지 않은 피의자들이 대부분이다.

여성가족부는 2010년부터 아동·청소년 성범죄자 신상정보를 열람할 수 있는 ‘성범죄자 알림e’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범죄자이지 피의자는 아니다. 또한 이들 신상정보도 외부로 공유하는 것은 불법이다. 다시 말하면 “XXX가 성범죄자 알림e에 올라가 있다고 다른 사람에게 전파하는 것도 불법이다.

디지털 교도소 운영자는 동유럽권 국가 벙커에 설치된 방탄 서버에서 강력히 암호화돼 운영되고 있다면서 대한민국의 사이버 명예훼손과 모욕죄 영향을 받지 않고 모든 댓글은 대한민국에서 처벌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표현의 자유를 누리라고 하고 있고, 이에 신상 게시자에 대한 비난이 넘쳐나고 있다.

하지만 내국인이 해외에서 죄를 저질러도 국내 형법에는 ‘속인주의’를 적용하기 때문에 디지털교도소 내 비난 댓글을 다는 것 역시 국내 형법의 적용을 받는다.

디지털 교도소에 ‘피의자’ 신상정보를 올리는 것은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일명 ‘아청법’) 위반이 적용된다. 또한 비난 댓글을 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왜냐하면 신상정보로 올려진 피의자들은 말 그대로 피의자이지 범죄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디지털 교도소는 신상공개가 결정되지 않은 범죄 혐의자까지 신상공개를 하면서 마음껏 비판할 수 있는 자유를 누리기 때문에 누리꾼들의 호응을 받고 있다.

하지만 분명히 위법한 행위이라는 점입니다. 또한 무고한 피해자를 만들 수 있다. 실제로 신상이 공개된 고려대 학생은 숨진 채 발견됐고, n번방 영상 구매자로 질타를 받았던 교수는 경찰 조사를 통해 무죄가 밝혀지기도 했다.

그들은 단순히 디지털 교도소에 신상정보가 올라갔다는 이유로 사회적 질타를 받았다. 이런 이유로 디지털 교도소가 갖는 순기능도 있지만 역기능도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