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주조선해양 사태...권한만 있고 책임은 없나
[사설] 대주조선해양 사태...권한만 있고 책임은 없나
  • 파이낸셜리뷰
  • 승인 2016.07.20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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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대우조선해양 홈페이지 캡쳐

대한민국의 자랑이자 대표 산업이었던 조선업이 최근 대한민국의 근간을 뒤흔들고 있다. 그 논란의 중심에는 대우조선해양이라는 거대 공룡이 들어 앉아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이제는 역사속으로 사라져버린 대우그룹에서 출발한다.

대우조선해양은 한때 세계경영의 구호 아래 대우그룹을 이끌었던 김우중 회장의 다른 계열사들과 마찬가지로 잘 나가는 듯 보이다가 무너진 후, 산업은행에 인수돼 다시 되살아난 기업으로 현재까지 한국 조선업의 BIG 3로 불렸던 기업이다.

여기서 조선 BIG 3는 1위 현대중공업, 2위 삼성중공업, 3위 대우조선해양을 일컫는다.

많은 사람들이 언론에서 조선업 자체가 망해가고 있다는 뉴스를 접했을 것이며, 각 언론과 전문가들은 그 주요 원인으로 ‘실물경제 불황의 장기화’를 가장 큰 요인으로 꼽고 있다.

말하자면, 배로 실어나를만한 양의 물건이 거래가 돼야 배를 사려는 기업이 있을텐데 배로 실어나를 물건이 안팔리는 상황이라 배를 쓸 일이 없어 배를 사는 기업이 없어진 것이다.

이와 함께 조선업의 하향곡선을 그리는 원인으로 중국의 기술 축적, 엔저 등의 문제도 거론되고 있다. 이런 점 때문에 STX그룹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버리기도 했다.

불과 몇 년전 대부분의 조선사들은 배만으로는 이익을 낼 수 없겠다는 판단으로 해양플랜트 산업에 진출한다. 해양플랜트란 바다에서 석유나 가스를 뽑아내는 장비이다.

문제는 국내 조선사들은 배 만드는 데에서는 세계 정상급이 맞았지만 해양플랜트는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 조선사들은 배 수주가 회사의 이윤창출에 턱없이 부족하니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해양플랜트 수주를 시작한다.

대부분의 사업이 그렇듯이 이른바 ‘초짜’가 주문을 받아오려면 가격을 후려치는 수 밖에 없다. 결국 조선 3사는 해외 유수의 경쟁사를 제치고 해양플랜트를 저가에 후려쳐서 주문을 받아오게 된다.

조선 3사는 해양플랜트 사업의 경험이 없었고 책상앞에서 계산기만 두드리고 수주를 받아온 탓에 계산상으로는 분명히 이익이 많이 남을 것 같았지만 현실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예상보다 막대한 자금이 투입됐던 것이다

결국 단위를 착각할 만한 수조원이 되는 손실을 보게 된다. 그나마 대우를 제외한 현대, 삼성은 견딜만한 수준이었다. 왜냐하면 지난 호황기 동안 벌어서 적립해 놓은 자금이 있었다.

또 정몽준, 이건희라는 확실한 오너가 지키고 있어 월급사장이 돈을 방만하게 쓰지 못했다. 현대와 삼성의 모든 것은 오너의 승인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은 확실한 오너가 없다. 대주주가 산업은행인데 산업은행은 정부기관에 가까운 공기업이며, 그동안의 행태로 미루어볼 때 산업은행 회장은 낙하산으로 자리에 앉는다.

이 낙하산 회장님에게 산업은행은 자기 것이 아니므로 대우조선 역시 자기 것이 아니다. 그리고 소외 말하는 ‘서별관 회의’에서처럼 정부 주요인사의 말만 따르면 되는 것이다. 따라서 별 문제가 없는 한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

더군다나 대우조선은 사업을 해서 적립해 놓은 자금이 없다. 왜냐하면 호황기에 벌어놓은 돈을 월급사장이 방만경영을 하면서 다 써버렸기 때문이다. 적자가 발생되지 않는 한 산업은행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신경쓸만한 문제가 아닌 것이다.

하지만 최근 조사결과 지난 2011년부터 적자가 발생해 2015년 무렵 2조원의 적자가 쌓인 상태인 것이 세상에 알려졌다.

적자가 시작될 때부터 산업은행장이 신경쓸 문제가 된 것이지만 지난해까지 산업은행 측에서 계속 모른채로 넘어가게 됐다. 왜냐하면 대우조선해양측에서 분식회계를 저질렀기 때문이다.

분식회계란 회계를 조작하는 일인데, 간단히 말해 늘 흑자라고 발표해왔지만 사실은 적자였던 것이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대우조선해양의 기업 가치는 한없이 추락하고 만다. 그리고 각종 행정기관들이 조사에 들어가게 된다.

대우조선해양의 회계를 맡았던 회계법인 딜로이트안진이 수주원의 회계조작을 했다는 사실을 실토하고 조사결과 5조원 가량의 회계를 조작했다는 사실도 드러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우조선해양은 성과급을 펑펑 뿌렸다는 사실 등이 밝혀지며 국민들의 공분을 샀고, 지금의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다.

사실 IMF때 망한 대우그룹 역시 분식회계를 저질렀었다. 이에 대한 재판 결과 현재 김우중 전회장은 분식회계의 혐의가 인정돼 20조원 정도의 추징금이 부과된 상태이다.

분식회계는 자본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분명한 범죄행위이다.

유명한 사례로는 미국의 천연가스 기업 ‘엔론’이 있는데 부채를 조작하고 사업을 문어발식으 확장하다 결국 확장한 사업들이 잘 안된 상태에서 부채가 터져 파산한 기업이다.

이때 엔론 회사 구성원의 절대다수였던 직원들은 엄청난 피해를 봤다.

엔론 직원들은 퇴직금을 엔론 주식에 이른바 ‘몰빵’했었는데 하루아침에 휴지조각이 돼버렸던 것이다. 이른 바 2차 피해를 본 것이다.

이와 관련 엔론에서 은퇴할 무렵까지 엔지니어로 한창 일하면서 퇴직금을 엔론 주식에 몰빵해 놨는데 회사가 파산해 직장을 잃고 청소부로 생계를 연명하고 있는 할아버지의 사례가 소개되기도 했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원칙대로라면 파산하게 놔둬야할테지만 대한민국에서는 불가능할 것 같다.

이 작은 국가에서 “대우조선해양같은 기업이 망해버리면 그 직원들, 하청업체 직원들과 직원들의 식솔들의 밥은 누가 책임져주겠나” 같은 생떼가 자주 먹혀드는 나라의 특성상 결국 정부의 지원이 들어갈 것이다.

하지만 사실은 맞는 말이다. 절대 다수의 직원은 회계분식과는 상관없는 직원들이고 그냥 자기 기술로 일만 하던 선량한 사람들인데 하루아침에 날벼락이 떨어진 것이니까.

대우조선해양에서 열심히 일하던 분들은 그에 합당한 대접을 받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회의록도 없이 서별관에 모여 자신들의 막강한 권한을 휘둘러 작금의 대우조선사태를 만든 장본인들에게는 막강한 권한에 걸맞는 합당한 책임도 질 것을 간절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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