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View] 공영홈쇼핑‧중기부가 초래한 중소기업의 피눈물
[파이낸셜리뷰=박영주 기자] “중소벤처기업부와 공영홈쇼핑이 원하던 대로 됐네요. 죽으라면 죽어야죠. 결국 중소기업 하나 죽이기를 원했던 것 아닙니까? 하루아침에 우리 직원들 다 실직자 됐습니다. 납품업체 사장님들도 밥줄이 끊겼습니다. 이제야 속이 시원하십니까?”
한때 ‘한우불고기 젖소 DNA 검출’ 논란의 중심에 섰던 회사, 뉴월드통상에서 나온 날것 그대로의 반응이었다. 하루아침에 갑작스럽게 일자리를 잃게 된 직원들과 협력사들은 그저 눈물만 흘릴 뿐이었다.
현재 뉴월드통상은 회사 간판을 떼고 제2공장 휴업에 들어갔다. 50여개 납품사들과도 정산을 완료하고 관계를 끝냈다. 124명의 직원들에게도 일제히 ‘권고사직’ 메시지를 보냈다. 더이상 홈쇼핑 관련 사업은 하지 않겠다는게 업체의 입장이다.
한때 공영홈쇼핑 전체 매출의 10%를 책임지며 축산가공품 분야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자랑하던 업체지만, 9월13일 법무법인을 통해 보낸 공영홈쇼핑의 일방적인 ‘계약해지’ 통보에 회사는 추풍낙엽처럼 무너졌다.
본지는 뉴월드통상, 특히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젖소 DNA 검출’ 이슈와 관련해 지난해 10월부터 취재를 이어왔다. 그 과정에서 중소벤처기업부 감사실, 공영홈쇼핑, 조성호 전 대표, 다수의 국회의원실, 종합감사보고서에 등장한 익명의 인물들, 뉴월드통상, 법조계와 동종업계 관계자들까지 수십명의 취재원들을 만나 다양한 의견을 들었다.
미흡하지만 적지 않은 시간동안 꾸준히 취재를 이어온 상황에서 ‘지극히 개인적으로’ 내린 입장은 한마디로 “이건 아니잖아?”였다. 무죄추정의 원칙 이전에 내가 저지르지도 않은 일로 억울하게 누명을 쓰면 어느 누가 평정을 유지할 수 있을까.
한우 불고기 6만3518kg의 한우불고기에 함유된 젖소고기의 양은 52kg, 비율로는 0.082%에 불과했다.
뉴월드통상은 공영홈쇼핑으로부터 젖소 DNA 검출 검사결과를 통보받은 즉시 제품출고 정지 조치를 취하고 CCTV와 작업일지‧재고현황을 하나하나 대조해본 끝에 외국인 노동자의 실수로 젖소고기가 일부 혼입됐음을 확인했다. 즉각 사고발생내역을 공영홈쇼핑에 보고했고 책임을 통감하며 환불조치에도 성실히 임했다. 본지도 취재과정에서 관련 자료를 요구해 이를 일일이 확인해봤다.
사실 원천적으로 혼입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라인을 분리하거나 하루에 특정 제품만 생산하게끔 했다면 좋았겠지만, 이미 사건은 벌어졌고 업체는 나름대로 할 수 있는 조치를 다한 것으로 보인다. 취재과정에서도 “실수라 하더라도 잘못한 것은 잘못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으며 재발방지를 위해 작업 시스템도 전면 개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영홈쇼핑은 문제가 된 제품 뿐만 아니라 해당 업체가 생산하는 한우 관련 제품을 모조리 편성에서 제외해버렸고 사기죄 등의 명목으로 고발까지 진행했다. 나아가 올해 국정감사를 앞두고는 아예 ‘계약해지’ 통보까지 해버렸다.
이러한 행보의 뒤에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자리하고 있었다. 중기부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무려 5개월 간 감사를 진행한 끝에 계약해지 및 자격제한을 검토하라며 뉴월드통상 과의 관계를 끝낼 것을 공영홈쇼핑에 권고했다. 장기간 감사 끝에 나온 결과물은 ‘시스템 개선’이 아닌 ‘특정업체 찍어내기’였다.
잘못을 했다면 죗값을 받는 것이 맞다. 하지만 뉴월드통상은 사기 및 농산물 원산지 표시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에 대해 ‘혐의없음 불송치’ 처분을 받았고, 인천광역시에서 진행한 행정처분 역시도 ‘품목제조정지 15일’의 경미한 처분에 그쳤다.
올해 1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회의에서도 공영홈쇼핑 직원들은 스스로 “소비자에 100% 환불되는 과정에서 특별한 문제가 없었다”, “극미량의 젖소 DNA가 혼입됐다”고 앞장서 소명했다. 덕분에 공영홈쇼핑은 블랙아웃(방송송출중단) 같은 제재 없이 ‘권고’에 그칠 수 있었다.
어디에도 ‘고의로 속였다’고 비난할만한 근거는 찾아볼 수 없는데도 속여 팔았다고 비난하는 것은 언론 윤리에도 어긋나거니와 자칫 허위사실 적시‧유포로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개념일지 몰라도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는 반드시 ‘무죄추정의 원칙’을 지켜야만 한다. 이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하지만 공영홈쇼핑과 중소벤처기업부의 일련의 조치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어긴 것은 물론이거니와, 달면 삼키고 쓰면 뱉어버리는 전형적인 민간 플랫폼 업체의 ‘갑질’과 유사하다. 갑질의 주체가 민간이 아닌 공공이라는 점 때문에 다소 이질적이기까지 하다.
그뿐이랴. 중소기업의 판로지원을 위해 개설된 공영홈쇼핑인 만큼 배당 금지를 원칙으로 삼았던 출범취지를 깨고 중소기업유통센터·농협경제지주·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 등 주주들은 ‘배당’을 요구했다. 쉽게 말해 중소기업들의 판로를 지원하는 창구를 통해 자신들의 배를 불리겠다는 취지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쿠팡이나 배달의민족 같은 플랫폼 업체들은 융단폭격을 맞았다.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협력업체를 상대로 갑질을 하고 입점업체를 쥐어짜 벌어들인 돈으로 배를 불린다는 취지의 지적이 쏟아졌다.
그렇다면 과연 공영홈쇼핑은 플랫폼 업체로서 떳떳한가. 그리고 공영홈쇼핑의 대주주이자 감시자로서의 역할을 해야 하는 중소기업유통센터(중기부 산하 기관)는 제 역할을 하고 있는가. 중소기업 하나 죽이고 이러한 모든 책임에서 벗어나고 배부를 수 있다면 그것이야 말로 ‘저렴한 장사’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