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동구 배다리 코스 여행, 레트로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역사와 문화 여행
- 골목길 들어서면 '여인숙' 옛 간판이 주는 향수가 느껴져 - 원도심 걸으며 레트로 감성이 충만해지는 포만감 - 연말을 맞아 만석화수 해안산책로에서 노을 감상을
[파이낸셜리뷰=조용식 기자] 추운 겨울 석유난로를 켜기 위해 성냥불을 켰던 기억, 소등으로 인해 초에 불을 붙이려고 성냥갑을 찾던 시절이 있었다. 담뱃불을 붙이기 위해 혹시라도 바람으로 꺼질까 봐 두 손으로 감싸 성냥불을 켰던 기억도 선명하다.
오랜 시절, 성냥이 담긴 성냥갑은 우리의 호주머니에, 가정과 사무실에 언제나 비치되어 있었던 기억을 인천 동구 ‘배다리성냥마을박물관’을 방문하고서 다시 떠오르게 된다.
양초와 함께 집들이 선물로 인기였던 ‘성냥갑’
예전에는 성냥불에는 ‘불처럼 일어나라’는 의미가 담겨 있었기 때문에 양초와 더불어 집들이 선물로 많이 사용되었던 적도 있었다. ‘배다리성냥마을박물관’이 있는 위치는 1917년 10월 4일 성냥을 대량 생산하기 위해 세워진 조선인촌(주)의 터이다.
일본인에 의해 세워진 조선인촌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성냥공장으로 한때 4백여 명의 직원이 있었으며, 연간 7만 상자의 성냥을 생산해 국내 소비량의 20%를 공급할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고 한다.
그러나 1921년 3월 하루 13시간 동안 1만개의 성냥개비를 성냥갑에 담아야 하는 살인적인 노동과 저임금에 시달리던 여공 노동자들은 민족적 저항 의식과 결합하여 동맹파업을 일으키고, 이는 인천 최초의 여성 노동쟁의로 1920년대 노동운동의 도화선이 되었다.
조선인촌이 6.25 전쟁을 겪으면서 폐업한 후 인천 동구 송림동, 화수동 등에 많은 성냥공장이 생겼는데, 1948년에 설립된 대한성냥공업주식회사가 대표적이다. 성냥공장 주변 배다리마을 주민들은 생계를 위해 성냥갑 붙이는 부업을 하는 등 성냥공장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살았던 인연으로 배다리성냥마을박물관이 세워진 것이다.
배다리성냥마을박물관에는 일제강점기부터 제작된 전국 각지의 성냥들, 관련 영상과 당시의 신문 기사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원도심 마을의 매력, 골목 투어와 책방 거리
1883년 인천 중구에 개항장으로 밀려난 사람들이 머물면서 형성된 배다리 마을은 공장이 들어서면서 일자리를 찾는 사람들로 붐비게 되었으며, 그들의 숙소로 이용된 여인숙 골목까지 자리하게 된다.
한두 사람이 지나갈 정도의 비좁은 골목에는 여전히 여인숙 간판이 세워져 있다. 옛 여인숙 자리에는 ‘배다리 아트스테이 1930’이라는 전시관 조성되어 배다리 마을의 구석구석을 담은 ‘사진으로 기록한 동구의 풍경’ 사진전이 개최되고, 아낙네들이 모여들어 빨래하던 빨래터에는 아늑한 카페가 들어섰다.
골목길을 빠져나오니 ‘아벨서점’, ‘한미서점’ 등의 간판이 보이는 배다리 책방 거리가 나온다. 광복 이후 수레에 책을 싣고 다니던 책장수들이 배다리에 정착해 책방을 열었던 곳이다. 배다리 책방 거리의 전성기는 1970년대로 한때 40여 곳의 헌책방이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
하지만 이곳도 다른 원도심과 다르지 않았다. 사람이 빠져나가면서 동시에 서점도 사라지게 된 것이다. 지금은 기존 책방 5곳과 새로 오픈한 3개의 서점이 자리하고 있다.
1973년 문을 열어 50년째 영업 중인 '아벨서점'은 인터넷으로 책을 사는 게 일반화된 요즘에도 40년 단골을 거느릴 만큼 마니아층이 두텁다. 이 모든 게 바닥부터 천장까지 빽빽하게 들어찬 5만 권의 장서 덕분이다. 아벨서점 옆에는 문화예술 자료관 겸 문인들의 사랑방을 겸하는 '아벨전시관'이 자리잡고 있다. 이곳은 드라마 ‘도깨비’ 촬영지이기도 하다.
원도심 투어, 사라지지 않은 옛것을 찾는 즐거움
원도심의 매력은 천천히 걸으며, 아직도 사라지지 않은 옛것을 찾고, 그것을 어떻게 보존하고 활용하는지를 엿보는 재미가 있다. 입구에 양철 로봇이 세워진 옛 인천 양조장(스페이스빔)에는 ‘인천문화양조장’이라는 이름으로 간판을 달았다.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는 곳이다.
‘머릿돌 1973.10.25.’과 ‘동성한의원’ 그리고 출입문 위로 보이는 ‘의료보험 요양기관’이라는 소간판이 어색하면서도 잘 어울리는 카페를 발견하게 된다. 이런 공간들이 원도심의 매력이고, 여행자의 발걸음을 잠시 쉬게 하는 쉼터이기도 하다.
창영철로변 어울림갤러리는 도원역과 헌책방거리 사이에 있다. 이곳은 지역 예술인, 학교, 단체와 연계한 다양한 전시 활동이 진행되는 공간으로 지금은 채소밭 작가의 개인전인 ‘보헤미안 랩소디’가 전시되어 있다.
꽃잎, 글자, 선, 면, 종이비행기, 고래, 포커 카드 문양 위에 ‘쉐입아트’라는 자신만의 독특한 화법을 구축한 채소밭 작가가 브루노 마스, 비욘세, 빌리 아이리시 등 17명의 세계적인 팝스타의 얼굴을 그린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붉은 벽돌 위에 하얀색의 창문과 독특한 지붕구조를 한 인천 구 여선교사 합숙소는 19세기 말 미국 감리교회가 파견한 여자 선교사들의 합숙소로 이용하려고 지은 건물이다.
전통주에 대한 남다른 애정, 꿀주당
꿀주당은 배다리 인근에 탄생한 전통주 양조장이자 교육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양조 체험, 시음 행사, 향음주례 교육 등 방문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체험형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관광두레 주민사업체 3년 차인 나윤경 꿀주당 대표는 본인 스스로 ‘술작가’라고 말할 정도로 전통주에 대한 애정이 깊다. 나윤경 술작가는 “우리 술의 기본이 되는 단양주를 직접 만들며, 전통주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꿀주당’을 오픈했다”고 말했다.
단양주 빚기 체험은 꿀주당에서 준비한 고두밥에 정제수와 누룩을 잘 섞어주는 비교적 간단한 체험이다. 중요한 것은 꿀주당 레시피에 따라 2주간을 어떻게 숙성하느냐에 있다.
레시피에 따르면, 2~3일간 중간에 산소 공급을 해주고, 2주간 발효를 시켜야 한다. 그런 다음 고운 망에 거른 후 일주일 숙성하면 완성된다고 되어 있다. 나윤경 술작가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숙성하는 공간의 환경과 술을 빚은 사람의 관심이 있어야 술은 제대로 익고, 제맛을 내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배다리 코스 여행을 마무리할 즈음이면, 노을이 물들어가기 시작한다. 해넘이 시간에 늦지 않게 노을이 아름다운 만석화수 해안산책로로 달려가 보자. 이곳은 아직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지 않는 노을 명소이다.
인천 동구는 만석동과 화수동 해안을 주민에게 개방하기로 하고, 조선소 6곳을 이전시키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시행했다. 탁 트인 바다의 풍경을 관람할 수 있는 배 모형 전망대를 비롯해 소규모 야외무대, 포토존, 파도를 형상화한 웨이브데크 등의 시설도 마련했다.
전망대에서는 바로 앞의 물치도를 비롯해 무의도, 강화도, 영종도, 영종대교 등이 보인다. 2024년의 한 해가 저무는 시기에 인천 동구를 찾아 아름다운 노을 감상을 곁들일 수 있는 배다리 코스 여행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