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여행] 백패킹의 성지 굴업도, 힐링과 감성 충만한 텐트에서의 하룻밤
- 한 폭의 그림 같은 주변 섬들의 풍경에 푹 빠지다 - “붉은 노을 바라보며, 난 너를 사랑해” 읊조려 - 개머리언덕에서 마주한 사슴, 400여 마리가 서식 중
[파이낸셜리뷰=조용식 기자] 굴업도 개머리언덕에 바람이 불어온다. 사방이 트인 섬이라 그 바람은 더욱 거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선을 뗄 수가 없는 풍경이 압도한다.
물결과 물결이 마주하며 경계선이 생기고, 잔잔히 흐르는 바다 위로 붉은 노을이 내려앉는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텐트 위로도 내려 앉은 붉은 노을 덕분에 “붉은 노을 바라보며, 난 너를 사랑해”라는 노랫말을 읊조리게 된다. 나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텐트 안에서의 하룻밤은 힐링과 감성이 충만해지는 시간이다. 그렇게 굴업도에서의 백패킹이 시작됐다.
굴업도 직항 노선으로 한결 더 가까워진, 굴업도
인천시가 운영하는 '인천섬 도도하게 살아보기'의 하나로 '나도 백패킹을 꿈꾼다, 굴업도 1박 2일' 프로그램 오픈을 앞두고 시행사인 연평여행사와 함께 전문가 사전 답사를 위해 굴업도를 찾았다.
인천 연안부두에서 해누리호를 타고 2시간 30분 만에 굴업도에 도착했다. 해누리호 운항 시간에 따르면, 오전 9시 출발, 오전 11시 45분 도착인데, 예상보다 15분 일찍 도착한 것이다. 해누리호는 지난해 11월 25일부터 운항한 직항노선으로, 매일 오전 9시에 출항한다. 굴업도까지 홀수일은 3시간 50분, 짝수일은 2시간 45분이 소요된다.
기존에 덕적도에서 굴업도로 운항하는 나래호의 경우, 오전 11시 20분에 덕적도에서 출발한다. 홀수일은 55분, 짝수일은 1시간 55분이 소요되며, 인천에서 덕적도까지는 1시간 10분이 소요된다. 직항 노선인 해누리호 이용객이 늘면서 나래호 이용객이 올해 1~3월 기준, 1391명으로 전년 동기(4243명) 대비 67% 줄어들었다고 한다.
섬에 도착하면, 민박집이나 식당에서 운영하는 트럭들이 기다리고 있다. 배에서 내린 대부분의 사람은 트럭에 배낭을 싣고, 차에 올라탄다. 차량 탑승이 무료인 이유는 식당을 이용하거나 민박하는 여행객을 위한 서비스이다.
굴업도 직항 노선인 해누리호가 11시 45분에 도착하기 때문에 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백패킹 이전에 굴업도 주변의 볼거리도 둘러볼 시간이 충분하다.
참고로 식당을 이용하려면, 주말의 경우 일찍 예약해야 한다. 백패커들의 방문이 많기 때문이다. 민박하지 않고 식사만도 가능하다. 기본 백반의 경우 대부분의 식당이 1만2000원을 받는다.
식사를 마친 후, 선착장이 있는 목기미 해변을 따라 산책을 나선다. 목기미 해변 맞은편 해안가로 이동하면 포토존으로 손색이 없는 코끼리 바위와 모래사장 위로 돌출된 바위 등을 만날 수 있다. 또한, 연평산과 덕무산으로 하이킹하면서 붉은 모래 해변도 볼 수가 있다.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생필품은 섬의 매점에서 구매
굴업도에는 마을과 해변에 매점이 있다. 백패커들에게 필요한 생필품을 구매할 수 있으며, 마을을 빠져나와 해변에 들어서면 백패커들이 마지막으로 들리는 공중화장실이 있다.
큰말해변에 위치한 매점(굴업도 다잇소)을 지나면서 개머리언덕까지의 거리는 약 1.5km. 산행 들머리부터 오르막이다. 시작부터 오르막이다 보니 쉬엄쉬엄 올라가는 것이 좋다. 그나마 나무 그늘이 있어 흐르는 땀을 식혀준다.
올라가는 길에 ‘라이터 등 화기 휴대, 취사, 흡연 금지’라는 안내판이 ‘야영을 하더라고 불을 사용하지 않는다’라는 백패킹의 원칙을 상기시켜 준다.
가파른 산길을 다 올라오니 시야가 탁 트이는 언덕이 펼쳐진다. 이곳에는 높이 30~80cm 크기의 수크령(볏과 여러해살이풀) 군락이 형성되어 있다.
잠시 멈춰서서 섬 주변을 한 바퀴 둘러본다. 시원한 펼쳐진 바다 사이로 점점이 보이는 섬들의 풍경에 절로 힐링이 느껴진다. 외길의 초원을 따라 앞서 출발한 일행들이 행렬이 운치 있는 풍경을 연출한다.
수크령 군락 지대의 중간 지점을 숙영지로 택한 백패커도 있다. 이들은 아마도 텐트가 몰려 있는 개머리언덕을 피하고, 이곳에서 오롯이 힐링을 즐기는 야영을 택했을 것이다. 또한, 매점이나 화장실을 오가기에 가까운 거리라는 점도 고려했을 것 같다.
초원 지대를 지나면 업힐 구간의 산행길과 옆으로 돌아가는 길이 있다. 산행길은 직선 구간이라 시간을 줄일 수 있지만 경사가 심하다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초보자의 경우는 옆으로 돌아가는 길을 추천한다.
붉은 노을 바라보며, 힐링 그 자체를 즐기다
드디어 개머리 평지가 나타난다. 야영지로 정한 낭개머리까지는 완만한 내리막길이라 발걸음이 더욱 가볍다. 바다와 더 가까운 곳을 찾기 위해 잠시 멈춰 서기를 반복하면서 당도한 곳이 낭개머리 끝자락이다.
허기짐을 달래려고 할 즈음에 노을이 찾아온다. 그 어느 때보다 더 뚜렷하고, 붉은 광채를 내 뿜는다. 노을과 바다 그리고 텐트에 내려앉은 붉은 물감이 우리의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감싼다.
“그래 이것이 바로 힐링이지.”
노을이 질 무렵 멀리서 사슴들이 오가는 모습을 목격한다. 낭개머리 언덕과 적당한 거리를 두고, 경계하는 모습으로 사람을 지켜보는 사슴들. 굴업도에는 이런 사슴들이 400여 마리나 된다고 한다. 일몰이 가까워지면, 초원 지대 수크령군락이 있는 곳에서 무리를 지어 움직이기도 한다.
새벽에 일어나 별과 함께 은하수를 감상할 수 있는 굴업도, 밤사이 텐트를 뒤집어 놓을 것 같았던 바람 속에서도 꿀잠을 자겠다고 버티며 텐트 밖을 나오지 않았던 시간은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는 굴업도의 1박 2일.
얼마 전 굴업도로 백패킹을 처음 왔다는 유튜버 하이글로시는 “저는 개인적으로 굴업도가 잘 관리된 무인도 같은 느낌이라서 구경할 때가 많아서 재미있더라구요. 백패킹으로 또 오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들고 (텐트를) 여기에 치면 어떨까? 저기에 치면 어떨까? 약간 기대가 되는 굴업도를 왜 좋아하는지 알 것 같아요.”라는 소감을 자신의 유튜브에 남기기도 했다.
백패킹이 처음인 사람에게도 자연의 아름다움과 힐링의 시간을 넉넉하게 전해주는 굴업도. 역시 백패킹의 성지임이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