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배임·횡령에 사내에선 ‘직원유죄, 오너무죄’?...징계 차별 의혹
협력사에 3천만원 리베이트 받은 직원 집행유예 선고...회사에선 퇴사한 듯 수 십억원 횡령혐의 조현범 회장, 회사임원직 유지 및 구속 중에도 보수 수령
[파이낸셜리뷰=최용운 기자] ‘무전유죄, 유전무죄’. 1988년 탈옥수 지강헌이 인질극 중 외친 말이다. 돈과 힘에 따라 죄에 대한 처벌도 다른 당시 우리 사회에 대한 불만을 담은 메시지였다. 40년 가까이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 우리 사회 곳곳에는 비슷한 ‘불균형’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횡령·배임 혐의로 최근 오너가 법정구속된 한국앤컴퍼니그룹(구 한국타이어그룹) 내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돼 관심이 쏠린다. 회사에 피해를 입힌 직원에게는 엄격하게 징계해 책임을 묻고, 오너에게는 아무런 ‘책임을 묻지 않는’ 관대함을 보여서다. 소위 ‘직원유죄, 오너무죄’라는 말이 나오는 형국이다.
9일 법조계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한국타이어 직원 A씨(50세)가 업무상 배임 혐의로 법원으로부터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해당 직원은 협력사에 공장 내 공사비를 부풀려 견적을 내게 하고 3000만원을 리베이트로 받았다.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지출 1억6715만원 상당이 발생해 회사에 손실을 입힌 혐의을 받고 있다.
2010년 한국타이어에 입사한 A씨는 현재 퇴사한 상태로 알려졌다. 업무 중 사적인 이익을 위해 회사에 피해를 입혀 실형을 선고받은 만큼 퇴사는 상식적인 수순이다. ‘자발적인 퇴사’를 선택하게 했는지 ‘해고’했는지 한국타이어 측은 밝히지 않고 있지만, 회사를 떠나게 하는 ‘징계’ 조치를 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통상 기업들은 사규에 이 같은 ‘해사(회사를 해하는)행위’ 시에는 징계위원회를 개최하고 가장 강력한 ▲해고부터 ▲정직 ▲감봉 등에 이어 가장 가벼운 ▲경고(또는 견책) 등 임직원 당사자에 대한 징계 조치를 취하는 절차를 밟게 된다.
사내 징계에 조현범 회장은 ‘예외’
1심 법원, 회사에 끼친 피해액 75억원 인정에도 고액연봉 지속 수령
약 1.7억원을 회사에 손해를 끼친 한국타이어 전 직원은 죄에 대한 책임을 지고 회사를 떠났다. 하지만 이 직원보다 몇 십배 많은 손해를 입힌 조현범 회장은 법정구속과 실형선고로 법적책임은 지게 됐지만, 회사 내에서는 아무런 책임도 지지않고 징계에서 자유로운 모습이다. 오히려 정상출근도 하지 않는 수감 중에도 수 십억원의 보수를 꼼꼼하게 챙겨준 정황이다. (관련기사 : 한국앤컴퍼니 조현범 회장, 구속 중 보수 57억원 수령...횡령 가능성 제기)
1심 법원은 조 회장이 회사에 끼친 손해액은 7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봤다. 이 중에는 ▲조 회장 개인의 이사비용 및 가구 구입비를 회사비용을 지출하고, ▲배우자의 운전기사 급여를 회사가 지급하게 하고, ▲사적 용도의 차량 5대를 계열사 명의로 구입하게 하는 등 사적인 이익을 위해 회사자금을 사용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회사에 입힌 피해의 정도로 보면 조 회장이 전 직원 A씨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크다. 조 회장에게 3년 형을 선고한 1심 재판부는 “총수로서 책임이 무거움에도 장기간에 걸쳐 사적 이익을 추구했다”고 꼬집었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조 회장은 징계는커녕 회장, 사내이사 등 회사의 최고경영자로서의 자리는 그대로 지키고 있어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타이어 일부 주주들은 이 같은 상황을 두고 “피해자(회사)가 가해자(조현범)에게 여전히 회사의 방향키를 맡기고 있는 꼴”이라고 성토하는 상황이다.
한편, 본지는 회사를 퇴사한 A씨의 징계내용과 조 회장에 대한 회사 차원의 징계 여부 등에 대해 한국앤컴퍼니그룹 측에 문의했으나 아무런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