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핑동 여행기 ②] 흰고래와 동침하고 성곽을 거닐다... 핑동의 '반전 매력'
- 가족 여행객의 성지 '국립해양생물박물관', 숙박 체험의 모든 것 - "위스키가 반값?"... 헝춘 고성에서 즐기는 밤 산책과 쇼핑
[파이낸셜리뷰=조용식 기자] 핑동 여행의 첫 장이 다펑완의 바다와 동강의 신앙을 다루었다면, 두 번째 여정은 흰고래와 함께 잠들고, 오래된 성곽길을 걸으며 쇼핑을 즐기고, 다채로운 미식으로 오감을 깨우는 인문학적 여행지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해저 터널 아래서 벨루가와 함께 잠드는 밤
'국립해양생물박물관' 200% 즐기기
대만 남부 핑동현 차청향에 있는 국립해양생물박물관(NMMBA)은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해양 생태계의 신비를 집대성한 아시아 최대 규모의 해양 박물관이다.
입구에서 거대한 고래 조형물이 물을 뿜으며 반겨주는 이곳은 크게 '대만수역관', '산호왕국관', '세계수역관'이라는 3가지 테마로 나뉘어 있어, 관람 동선을 미리 짜두는 것이 좋다.
대만수역관은 "대만의 물은 어디서 시작되어 어디로 흐르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관람객은 대만의 고산 지대에서 시작된 작은 물방울이 되어 강을 지나 바다로 나아가는 여정을 체험하게 된다.
가장 먼저 만나는 '고산 계곡' 구역에서는 대만 국보급 어류이자 빙하기의 유산인 '대만 연어'가 서식하는 차갑고 맑은 계곡을 재현했다. 이어지는 '강과 저수지' 구역을 지나면, 대만 서해안의 독특한 '굴 양식' 풍경이 펼쳐진다. 수면 아래로 늘어진 굴 양식 줄 사이로 물고기 떼가 유영하는 모습은 대만 사람들의 삶과 바다가 어떻게 공존하는지를 보여주는 서정적인 장면이다.
대만수역관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대양의 연못'이다. 폭 16m, 높이 4m에 달하는 거대한 아크릴 창 너머로 100만 갤런의 바닷물이 출렁인다. 이곳에서는 고래상어, 다랑어, 가오리 등 회유성 어류들이 떼를 지어 다니며 대만 동부 태평양의 웅장한 생태계를 그대로 보여준다.
산호왕국관은 화려한 산호초 사이로 니모(흰동가리)와 곰치, 가오리가 춤을 추듯 지나가는 풍경은 마치 용궁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난파선 탐험' 구역은 압권이다. 침몰한 배가 어떻게 바다 생물들의 새로운 보금자리(인공 어초)로 변모하는지를 보여주는데, 낡은 선실과 갑판 사이를 오가는 물고기들의 모습이 기묘하고도 신비롭다.
산호왕국관의 진짜 주인공은 '벨루가(흰고래)'다. 지능이 높고 호기심이 많은 벨루가는 유리창 너머의 관람객에게 다가와 장난을 치거나 눈을 맞추기도 한다.
또한, 아시아 최장 길이를 자랑하는 81m 해저 터널을 관람객은 무빙워크에 몸을 싣고 머리 위로 쏟아지는 바다를 감상할 수 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박물관 내 최고의 인기 구역이다.
세계수역관은 현실에서 보기 힘든 고대 해양, 심해, 그리고 극지방의 바다를 최첨단 3D 가상현실(VR) 기술과 실제 수조를 결합해 보여준다.
'고대 해양' 구역에서는 5억 년 전 캄브리아기 폭발 시기의 바다를 재현했다. 3D 안경을 쓰고 고대 생물인 삼엽충과 아노말로카리스가 눈앞을 스쳐 지나가는 경험은 어른들에게도 흥미진진하다.
이곳의 시그니처는 건물 3층 높이(10m)에 달하는 거대한 '해조 숲' 수조다. 미국 캘리포니아 연안의 차가운 바다를 재현한 이곳에는 하루에 30cm 이상 자라는 거대한 해조류가 황금빛 숲을 이루고 있다. 물살에 따라 흔들리는 거대 해조류 사이로 물고기들이 숨바꼭질하듯 드나드는 모습은 웅장함을 넘어 경이로움을 선사한다.
마지막으로 '극지 수역'에서는 남극의 신사 펭귄과 북극의 바다오리 퍼핀을 만날 수 있다. 뒤뚱거리며 걷다가 물속에 들어가는 순간 총알처럼 빠르게 헤엄치는 펭귄들의 반전 매력을 놓치지 말자.
이곳의 백미는 단연 '숙박 체험(Sleepover)'프로그램이다. 이미 국내외 여행 커뮤니티에서 "죽기 전에 꼭 해봐야 할 경험"으로 입소문이 자자하다. 이 프로그램은 단순한 숙박이 아닌 1박 2일 생태 캠프에 가깝다.
일반 관람객이 퇴장한 후, 참가자들은 전문 가이드의 안내를 받으며 '백스테이지 투어'를 떠난다. 사육사들만 출입하는 수조 위 비밀 공간에서 상어와 가오리에게 먹이를 주는 짜릿한 경험은 덤이다. 하이라이트는 취침 시간이다.
참가자들은 84m에 달하는 해저 터널이나 대형 켈프 숲 수조 앞에 침낭을 펴고 잠을 청한다. 머리 위로 물고기 떼가 별처럼 쏟아지는 광경을 보며 잠들고, 아침 햇살과 함께 눈을 뜨면 벨루가가 "굿모닝" 인사를 건넨다.
'영원한 봄' 헝춘 고성의 밤...
성곽 따라 걷는 쇼핑 로드
2일 차의 밤은 '영원한 봄(恒春)'이라는 뜻을 가진 헝춘 고성(恆春古城)을 찾았다. 청나라 시대에 지어진 동·서·남·북 4개의 성문이 온전히 보존된 이곳은 고즈넉한 역사의 숨결과 현지인들의 활기찬 삶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서문에서 동문으로 이어지는 일명 '매력 상권'을 걸으며 도보 여행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밤이 되면 붉은 등롱이 켜지고, 거리 곳곳에서 풍겨오는 길거리 음식의 향기가 여행자의 발길을 붙잡는다.
이곳에서 가이드가 전한 '쇼핑 꿀팁'은 애주가들의 귀를 솔깃하게 했다.
"대만은 주세가 낮아 위스키 가격이 매우 합리적입니다. 특히 헝춘의 로컬 리큐어 숍을 잘 살펴보세요.“
실제로 현지 상점에서는 발베니 13년산 등 한국에서 구하기 힘들거나 유명한 위스키, 그리고 대만 한정판 주류를 훨씬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어, 여행 기념품을 찾는 이들에게 뜻밖의 즐거움을 선사했다.
[미식여행 1] 대만식 육골차, 더위를 이기는 '이열치열'의 지혜
금강산도 식후경, 핑동 여행의 즐거움은 미식에서 정점을 찍는다. 첫 번째로 소개할 미식은 무더운 날씨에 지친 여행자의 원기를 북돋아 준 점심 메뉴, '대만식 육골차(바쿠테)'다.
말레이시아나 싱가포르의 바쿠테가 한약재 향이 진하고 국물이 걸쭉한 편이라면, 이곳 핑동에서 맛본 육골차는 확연히 다른 매력을 뽐낸다. 맑고 투명한 국물에 후추를 듬뿍 넣어 칼칼하면서도 개운한 맛이 특징이다.
돼지 갈비뼈를 각종 향신료와 함께 푹 고아내 젓가락만 대도 살이 발라질 만큼 부드럽다. 뜨거운 국물을 한 모금 들이켜면 이마에 땀이 맺히며 더위가 씻겨 나가는 기분이다. 현지인들이 왜 이 음식을 보양식으로 즐겨 찾는지 단번에 이해가 되는 맛이다.
[미식여행 2] 양파의 단맛과 바다의 감칠맛... 헝춘 '해산물 레스토랑'
육골차로 체력을 충전했다면, 헝춘 지역에서는 로컬 식재료의 진수를 맛볼 차례다. 헝춘의 한 해산물 레스토랑에서 마주한 상차림은 그야말로 '바다와 땅의 만남'이었다.
가장 먼저 젓가락이 향한 곳은 의외로 채소 요리였다. 헝춘은 대만에서도 손꼽히는 '양파'주산지다. 이곳의 양파는 맵지 않고 과일처럼 단맛이 강한 것이 특징인데, 이를 활용한 '양파 볶음'은 아삭한 식감과 달큰한 풍미로 입맛을 돋웠다.
이 식당의 시그니처 메뉴인 '징런더 옌레이'도 압권이었다. 신선한 해조류와 핑동의 보물인 벚꽃 새우를 센 불에 볶아낸 이 요리는, 바다의 짭조름한 향과 새우의 고소함이 어우러져 최고의 밥도둑 역할을 했다. 여기에 갓 구운 통오징어 구이와 쌉싸름한 여주 볶음까지 더해지니, 핑동의 풍요로운 자연을 식탁 위에서 한 번에 맛보는 듯한 호사를 누릴 수 있었다.
가이드는 "핑동의 식당들은 저마다 직접 개발한 특제 소스를 사용하기 때문에, 같은 해산물이라도 집집마다 맛의 개성이 뚜렷하다"며 미식 탐방의 팁을 전했다.
눈으로는 신비로운 해양 생태계와 고즈넉한 성곽을 담고, 입으로는 핑동의 자연이 키운 건강한 보양식과 해산물을 맛보는 것. 이것이야말로 핑동이 선사하는 진정한 힐링 여행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