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라운지] 부산 홍법사에서 마주한 '행복의 본질', 제2회 부탄 문화의 날을 마치며
[파이낸셜리뷰=조용식 기자] 올해는 한국과 부탄이 수교를 맺은 지 38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다. 지난 15년간 70여 차례 부탄을 오가며, 히말라야의 작은 왕국이 주는 '행복의 가치'를 한국에 알리고자 노력해 온 나에게 이번 가을은 유독 특별하게 다가온다. 서울시청에서의 행사에 이어, 제2회 부탄 문화의 날 행사를 대한민국 제2의 도시 부산, 그것도 불심(佛心) 깊은 도량인 홍법사에서 개최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행사를 마치고 돌아보는 지금, 홍법사 대광명전에서의 시간은 단순한 문화 행사를 넘어 '가장 부탄다운 만남'이었다고 회고하고 싶다. 부탄은 국민의 삶 속에 불교가 깊이 뿌리내린 나라다. 그렇기에 컨벤션 센터나 호텔이 아닌, 부처님의 법향이 가득한 홍법사 법당에서 행사를 치른 것은 신의 한 수였다. 부탄에서 온 손님들과 부산의 불자들이 서로의 눈빛을 마주하며 나누는 교감은 그 어느 때보다 깊고 진하게 다가왔다. 불교라는 공통된 정신적 토대가 있었기에 우리의 메시지는 언어의 장벽을 넘어 마음으로 전달될 수 있었다.
이 소중한 자리를 기꺼이 내어주신 홍법사 주지 심산 스님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스님께서는 환영사를 통해 "부탄은 마음속으로 동경하지만 쉽게 가기 힘든 나라"라며, "오늘 이 자리가 부탄을 이해하는 시간이 되고, 이 인연(因緣)이 앞으로 더 발전된 관계를 만드는 기초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씀하셨다. '인연을 기초로 미래를 연다'는 스님의 말씀은 한국과 부탄이 나아가야 할 우호의 방향성을 명확히 제시해 주었다.
이번 행사에서 부탄 관광청 다와 펜조(Dawa Penjor) 국장의 특별 발표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컸다. 헌법으로 국토의 60% 이상을 산림으로 보존하며, 전 세계 유일의 '탄소 네거티브' 국가를 실현한 부탄의 의지는 경이롭기까지 하다. '고부가가치, 저용량(High Value, Low Volume)'이라는 그들의 관광 정책은 단순히 돈을 버는 수단이 아니라, 자연과 문화를 지키며 후대에게 물려주기 위한 숭고한 약속임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나 역시 발표자로서 부탄의 '국민총행복(GNH)' 철학이 현대 기업들이 추구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원류임을 강조했다. 부탄은 이미 오래전부터 좋은 거버넌스를 바탕으로 환경과 공존하며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삶을 살아왔다. 특히 부탄 국왕께서 새롭게 제시한 '게레푸 마음챙김 도시(GMC)' 프로젝트는 영성과 웰빙, 그린 에너지가 결합된 미래형 도시의 청사진을 보여준다. 이는 물질만능주의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새로운 삶의 이정표가 될 것이다.
행사의 피날레를 장식한 문화 공연은 그야말로 감동의 물결이었다. 부탄 왕립 공연단의 전통 춤과 노래, 그리고 부탄의 젊은 에너지를 보여준 아이돌 밴드 '더 스트레인저스'의 무대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부탄의 매력을 가감 없이 보여주었다. 전통 악기 드라미엔의 선율 속에 불자들과 관객들이 하나 되어 박수 치던 그 순간, 우리는 '행복'이라는 공통된 언어로 소통하고 있었다.
"지금 나는 행복한가?"
행사 서두에 던져진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홍법사에서의 시간을 통해 조금은 찾았으리라 믿는다. 부탄 문화의 달을 맞아 부산에서 피어난 이 아름다운 인연이, 앞으로 한국과 부탄을 잇는 튼튼한 가교가 되어주기를 간절히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