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택시, 길을 잃다②] 개인택시만 웃었다…면허값 1억 시대의 그늘
기사 부족이 키운 면허 시장, 법과 정책의 공백 1억원이 된 개인택시 면허, 누가 이 시장을 만들었나
[편집자주] 쌀쌀한 계절, 택시 업계도 꽁꽁 얼어붙고 있다. 택시기사와 이용객 모두 마음 편히 택시를 이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요금 인상 이후에도 승차난과 기사 부족이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본지는 서울의 한 택시기사를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요금 정책 실패, 면허 구조 왜곡, 플랫폼 독점, 제도 공백이 맞물린 택시 산업의 구조적 문제와 해법을 연속 기획으로 짚어본다.
[파이낸셜리뷰=김희연 기자] 택시요금 인상은 기사 유입이라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대신 전혀 다른 시장을 폭등시켰다. 바로 개인택시 면허 시장이다.
“서울 개인택시 면허가 1년 만에 9000만원에서 1억 2000만원이 됐습니다. 부천은 1억 5000만원, 하남은 1억 6000만원, 세종은 2억 5000만~3억원까지 갔어요.”
수도권 법인택시 기사 A씨의 말이다. 불과 1년 사이 수천만원이 뛰었다. A씨는 “자영업자는 매달 적자를 걱정하는데, 개인택시 면허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매달 수백만원씩 가치가 오른 셈”이라며 택시 업계의 불합리함을 꼬집었다.
가장 큰 문제는 개인택시 면허 거래 자체가 불법이라는 점이다. 현장에서는 면허를 사실상 재산처럼 사고파는 관행이 현실이나, 법적으로 개인택시 면허는 행정청이 부여하는 사업 면허로 분류되며, 재산권으로 명시된 권리는 아니다. 매매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뜻이다. A씨는 그럼에도 정부가 수십 년간 이를 사실상 묵인해 왔다고 전했다.
“원래 1960~70년대에 무사고 15년 기사에게 정부가 무상으로 준 게 개인택시입니다. 그게 지금은 1억 넘는 투자 상품이 됐어요. 최소 1년 이상 법인택시를 해야 서비스 마인드가 생깁니다. 미국의 경우 개인택시 자체가 없죠.”
10년 전만 해도 서울 면허값은 5000만~6000만원 수준이었다. 현재는 1억 2000만원. 경기권 일부 지역은 1억 5000만원을 넘겼다. 이 상승분은 노동이나 서비스 개선이 아니라 정책 공백이 만든 프리미엄이라는 분석이다.
문제의 촉매는 규제 완화였다. 기존에는 법인택시 경력을 쌓아야 개인택시 면허를 취득할 수 있었지만, 현재는 무사고 3년이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젊은 취업자와 퇴직자, 자영업자들이 대거 개인택시에 몰렸다.
“법인택시를 운행하고 개인택시를 운영해야 하는 자격도 작년에 사라져서 지금은 장롱면허자도 개인택시를 살 수 있으니 법인택시를 안하는 겁니다. 법인택시는 월 150만~200만원 받는데, 개인택시는 월 700만~800만원, 많으면 1000만원도 법니다. 누가 법인택시 합니까.”
그 결과 기사 부족 → 개인택시 쏠림 → 법인택시 붕괴 → 기사 부족 심화라는 악순환이 형성됐다고 전했다.
지역 불균형은 이 구조를 더욱 가속했다는 설명이다. 수요는 폭증했으나 공급은 제한돼 면허 가격이 전국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세종은 장거리 수요가 많아서 택시 몇 번만 타도 하루 수입이 달라요. 그러니 면허값이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면허가 교통수단이 아니라 지역별 수익권으로 변질됐다는 의미기도 하다.
시장 공백은 새로운 기형 구조를 낳았다. 개인택시도, 법인택시도 아닌 ‘조합택시’다.
A씨에 따르면 일부 지역에서는 개인들이 조합을 만들고 보증금 3000만~5000만원, 매달 80만~100만원의 조합비를 내는 조건으로 택시를 운행하게 한다. 차량 할부와 수리, 연료비는 모두 기사 부담이다.
“이건 사실상 사설 택시 회사입니다. 정부가 손 놓고 있으니 이런 구조가 생기는 거죠.”
A씨는 ▲개인택시 면허를 매매 전면 단속하고 ▲개인택시를 보증금제로 전환해야 하며 ▲일정 기간 운행 후 면허 국가 반납 구조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면허는 투자 상품이 아니라 공공 인프라입니다. 한국은 법인택시보다 개인택시가 7:3 정도로 많아진 상황입니다. 이 개인택시가 1억 이상에 매매되고 있다는 게 말이 안 됩니다. 지금은 완전히 시장에 방치돼 있습니다.”
자율주행 택시 도입이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면허 투기 구조는 더 큰 혼란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이 현장 기사의 경고다. 이런 상황에서 용인시는 이번 달 개인택시 신규 면허자 35명에게 세종시는 44명에게, 서산시는 9명에게 면허증을 수여하기도 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개인택시 업계에 대해 “개인 면허를 발급해 주는 주체는 지자체지만, 거래는 개인택시 면허를 소유하고 싶은 기사들 사이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수요와 공급에 따라 면허 가격의 변동이 있는 것은 사실이며 완전 시장 경제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최근 개인택시 면허 가격이 오른 시도 있고 오히려 떨어진 시도 있어 160개 사업 구역별로 시세가 다르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면허 거래가 사실상 투기 시장처럼 작동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택시 산업이 기술 혁신과 자율주행 시대로 진입하는 이 시점에, 면허를 둘러싼 구조적 혼란은 향후 교통 정책 전반에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