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리뷰] “욱하는 마음, 내 성격 탓 아냐”...분노의 시대, 나를 지키는 법

신간 ‘이게 화낼 일인가’ 출간...뇌과학·사회학으로 풀어낸 ‘화의 해부학’ 기자·공무원 출신 저자가 전하는 감정의 지도

2026-01-09     최용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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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리뷰=최용운 기자] “이게 정말 화낼 일인가.”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은 내뱉어봤지만, 정작 깊이 있게 질문해보지 않았던 감정, 바로 ‘분노’다. 분노가 일상이 된 시대, 이 근원적인 질문에서 출발한 신간 ‘이게 화낼 일인가’(출판사 예미)가 출간됐다.

저자는 독자에게 무조건 화를 참으라고 훈계하거나, 무작정 마음을 비우라고 권하지 않는다. 대신 한 박자 멈춰 서서 스스로에게 묻자고 제안한다. ‘지금의 이 화는 어디서 왔는가’, ‘이 감정은 정말 나의 온전한 선택이었는가’라고 말이다.

화는 성격 탓? 아니, ‘구조’와 ‘환경’의 반응

이 책은 일상에서 반복되는 짜증과 분노를 개인의 성격 문제로 치부하지 않는다. 대신 화를 생존의 도구로 사용했던 인류의 진화 과정부터 뇌의 신경·호르몬 작용, 사회적 학습과 문화적 규범, 그리고 디지털 환경이 만들어낸 집단 분노까지 그 기원을 폭넓게 추적한다.

저자는 화가 개인 의지의 실패가 아니라, 우리를 둘러싼 구조와 환경이 만들어낸 자연스러운 반응일 수 있다는 점을 차분하게 풀어낸다. 학술적 근거를 바탕으로 하되 과도한 전문용어 사용을 지양해, 독자가 자신의 경험을 대입하며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했다.

분노도 ‘중독’이 된다

주목할 대목은 화를 ‘중독’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선이다. 책은 분노가 반복적으로 강화되는 신경학적 메커니즘을 상세히 설명한다. 화를 표출했을 때 얻는 일시적인 해소감, 그리고 그 쾌감으로 인해 다시 더 큰 자극을 찾게 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규명한다. 이는 화를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관리하고 다스려야 할 하나의 ‘패턴’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중요한 지점이다.

책은 가족 관계, 직장, 온라인 공간 등 현대인이 분노를 가장 자주 경험하는 구체적인 장면들을 포착한다. 그리고 그 상황에서 왜 화가 증폭되는지 구조적으로 설명한다.

이에 대한 해법 역시 단기적인 감정 조절 요령이 아닌, 삶의 구조를 바꾸는 데 초점을 맞춘다. 수면, 운동, 호흡, 생활 리듬과 같은 건강한 습관을 통해 사고를 전환하는 것이 감정을 다스리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는 메시지다.

기자·공무원·교수...30년 경험으로 쓴 ‘화의 지도’

저자의 독특한 이력도 책의 깊이를 더한다. 한국일보 사회부 기자로 활동하다 정부 부대변인직을 수락하며 공직에 입문한 저자는, 당초 계획보다 긴 10년 넘게 재직하며 언론학 박사에 이어 보건학 박사 학위까지 취득했다. 전작 ‘끌리는 이들에겐 이유가 있다’를 통해 경험에서 나온 통찰을 풀어내기도 했다.

특히 2019년 코로나19 확산 당시에는 메르스 대응 경험을 바탕으로 대중과 직접 소통하기도 했다. 기자, 공무원, 교수로 30년간 쌓아온 다채로운 경험과 성찰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겼다.

출판사 예미 관계자는 “이 책은 분노를 도덕의 문제로 재단하지 않고, 개인과 사회가 함께 다뤄야 할 주제로 끌어 올린다”며 “서둘러 결론을 내리지 않는 태도 자체가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라고 평가했다.

뉴스, SNS, 댓글창 어디를 가도 화가 넘쳐나는 시대다. ‘이게 화낼 일인가’는 그 소란스러움 한가운데서 조용히, 그러나 묵직하게 질문을 던진다. 지금 당신의 분노가 정말 당신의 선택인지, 아니면 너무 쉽게 길들여진 반응은 아닌지. 화를 이해하고 싶은 현대인들에게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