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성적표는 '아주 미흡(E)', 목표는 'S급'?… 한국관광공사의 지독한 수치 괴리

- 역대 사장들 ‘숫자 놀음’에 매몰된 20년… 정책보다 대외 변수에 춤춘 방문객 수 - 성장률 6.8%에서 18%로 '점프' 선언… 사장 부재 기간 무너진 체질 개선은 뒷전 - 야놀자리서치 제언 “수치 늘리는 ‘화장술’ 대신 관광 생태계 수리하는 ‘경영 혁신’ 시급”

2026-02-06     조용식 기자
서울의

[파이낸셜리뷰=조용식 기자] 한국관광공사가 오는 2028년 외국인 관광객 3000만명 유치를 목표로 ‘2026년 10대 대표 사업’을 발표하며 화려한 포문을 열었다. 신임 박성혁 사장은 AI와 데이터를 앞세운 관광 산업의 대전환을 예고했지만, 업계에서는 실효성 없는 ‘수치 인플레이션’에 불과하다는 냉소적인 반응이 터져 나오고 있다.

그동안 한국관광공사로 재임했던 변추석 사장을 비롯해 정창수 사장, 안영배 사장은 2000만명을, 그리고 김장실 사장은 3000만명의 외래 관광객 유치를 목표(도표1 참고)로 내세웠다. 그러나 도표에서도 확인하듯이 이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그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정복하지 못한 2000만의 고지, 그리고 3000만의 허상

2014년 변추석 사장이 처음 외쳤던 ‘2000만명’은 1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단 한 번도 정복되지 못한 고지이다. 2000만명의 벽도 넘지 못한 채 ‘2028년 외래 관광객 3000만명 유치’라는 숫자를 다시 꺼내 든 박성혁 사장은 ‘성장률’이란 현실을 무시한 전형적인 ‘수치 인플레이션’이다.

도표1에 나와 있는 통계를 자세히 살펴보면, 목표 달성 여부는 공사의 정책보다는 2015년 메르스(-6.8%), 2017년 사드(-22.7%), 2020년 코로나(-85.6%) 등 대외 변수에 의해 결정됐다고 할 수 있지만, 한국관광공사가 내세우는 10대 과제가 실제 입국자 수 증감에 미치는 영향력은 미미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한국관광공사는 '사장 부재' 기간이었던 2년 동안에 6.8%로 곤두박질쳤다. 수장이 없는 사이 현장의 동력은 사라졌고, 단순히 기저 효과에 의존하던 회복세는 한계에 부딪힌 것이다. 또한, 수장의 사퇴와 대행의 구설수로 이어진 리더십 공백은 기획재정부가 매년 발표하는 ‘2024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최하위 등급인 ‘E(아주 미흡)’라는 처참한 성적표로 돌아왔다.

재정경제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사장은 2025년 6.8%까지 떨어진 성장 동력을 내년부터 갑자기 17~18%로 3배 이상 끌어올리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데이터의 현실보다 행정적 의욕이 앞선 결과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사장 부재' 기간 동안 무너진 체질을 개선하지 않은 채, 숫자만 끼워 맞춘 '로드맵'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이다.

글로벌 여행 산업을 분석하고 국내 관광산업의 발전을 도모하는 야놀자리서치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 '대한민국 인·아웃바운드 관광 불균형 해소 방안'을 통해 보다 적극적인 의견을 제언했다.

이 보고서는 서두에서 “한국 관광산업은 마치 ‘밑 빠진 독’과 같은 상황에 놓여 있다. 열심히 물을 붓고 있지만(인바운드 유치), 정작 담기는 물보다 새어 나가는 물(아웃바운드 유출)이 훨씬 많아 수위가 좀처럼 차오르지 않는 형국”이라고 밝혔다.

또한, “한국 관광은 고질적인 서울 공화국 현상과 콘텐츠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외래 관광객의 70~80%가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되는 현상은 서울에게는 오버투어리즘을, 지방에게는 소멸의 위기를 안겨주는 양날의 검”이라고 지적하며, “매력적인 로컬 콘텐츠의 부재는 결국 내국인의 해외 이탈을 부채질하고, 외국인에게는 ‘한국은 서울 한번 찍으면 더 볼 것 없는 나라’라는 인식을 고착하하는 악순환의 고리”라고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6년 인바운드 관광객(외래 관광객) 수는 (중국의) 한일령에 따른 반사 등 긍정적 시나리오를 반영할 경우 최대 2126만명에 달해 사상 최초로 2000만 시대를 열 것으로 기대된다”라며 “하지만, 같은 기간 아웃바운드 수요 역시 3023만명으로 증가하여 팬데믹 이전 고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 우리 국민의 54.1%가 국내 여행의 가치를 해외여행의 절반 이하로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내국인조차 외면하는 ‘신뢰의 파산’ 상태에서 외국인 3000만 명이라는 숫자에만 매몰되는 것은 ‘사상누각’에 불과한 것이다.

야놀자리서치 장수청 원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한국관광공사의 인바운드 관광 활성화라는 전체적인 방향성과 내용에는 공감하면서도, 양적 팽창 위주의 정책이 자칫 서울의 오버투어리즘(과잉 관광)과 지역 관광 소멸 위기를 동시에 심화시킬 수 있다”고 언급했다. 

장 원장은 “단순히 전체 입국자 수를 늘리는 것을 넘어, 외국인이 지방 공항을 통해 지역으로 바로 유입되는 ‘직통 파이프’를 뚫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지방 공항 활성화와 지역 체류형 관광을 핵심성과지표(KPI)로 삼아 서울이라는 심장에만 피가 쏠리는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며, “이것이야말로 서울의 오버투어리즘을 완화하는 동시에 지역 관광을 실질적으로 활성화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법”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3000만명이라는 거대한 돛을 올리기 전, 배 밑바닥에 뚫린 구멍부터 막아야 한다는 야놀자리서치의 충고는 한국관광공사가 가장 먼저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박성혁 사장이 내건 3000만의 깃발이 공허한 메아리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숫자의 덫’에서 벗어나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경영의 혁신’으로 복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