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플라스틱 허용하는 탈 플라스틱 로드맵”…서경미 유신에코 대표가 말하는 지난 정책의 모순

로드맵 예외 규정은 명확한 기준 없어…”소상공인, 혼란 겪는다” 정부가 발표한 LCA, 미세플라스틱·해양 유입 등 핵심 영향 제외돼

2026-02-13     김경은 기자
서경미

[파이낸셜리뷰=김경은 기자] 2022년 정부가 매장 내 플라스틱 빨대 사용 금지를 시행한 이후, 국내 생분해성 플라스틱 빨대 업체들은 ‘플라스틱 빨대 사용 금지’ 계도기간이 종료되는 날만을 간절히 기다렸다. 계도기간이 끝나면 오랫동안 준비했던 생분해 빨대의 상용화는 시간 문제처럼 보였다.  

하지만 2023년 계도기간이 무기한 연장되고, 이후 정부의 오락가락 빨대 정책만 이어지자 결국 수많은 생분해 빨대 업체들은 도산하게 됐다. 

지난 5년간 생분해 빨대 생산 업체 ‘유신에코’를 운영해 온 서경미 대표는 이러한 정책 혼선에서 비롯된 생분해 빨대 산업의 구조적 문제를 알리고, 생분해 빨대에 갖는 오해를 밝히고자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계도기간 연장으로 업계가 받은 피해 상당해

“전국의 플라스틱 빨대 사용처에 생분해 빨대를 납품하겠다는 자부심으로 시작했지만, 해가 갈수록 좌절만 계속됩니다”

2023년 당시 이디야, 스타벅스 등 대기업 프랜차이즈와 입찰 진행 중이었던 서 대표는 건물 및 생분해 시설 설비에 약 100억원가량 투자를 한 상황이었다. 

유신에코

하지만 계도기간 종료를 보름 정도 앞두고, 환경부가 플라스틱 빨대 사용 금지 계도기간을 무기한 연장한다고 발표하자 서 대표를 비롯한 업계는 충격에 빠졌다. 

파주에서 생분해 빨대 업체 ‘동일프라텍’을 운영 중인 김지현 대표도 그날을 잊을 수 없다고 말한다. 

“코엑스에서 열리는 카페 쇼 전시회를 위해 재고도 미리 만들어 놓고, 심지어 납품도 시작했는데 계도기간 연장 발표로 100 파렛트 정도를 재고로 떠안았어요. 쇼핑몰 매출도 10분의 1로 떨어지고, 절반가량은 반품 처리됐죠”

당시 대출을 받아 미리 원료를 사들였던 김 대표는 한 달 치 재고를 정리하는 데 1년이 넘게 걸렸다. 한 파렛트 가격이 약 180만 원임을 고려하면, 100 파렛트를 사 놓았던 김 대표는 18억원가량을 재고로 쌓아 둘 수밖에 없었다.

탈 플라스틱 로드맵인데 사실상 플라스틱 허용에 가까워
설명 책임과 민원은 모두 소상공인의 몫

지난해 12월,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새로워진 ‘탈 플라스틱 로드맵’을 발표하겠다고 예고했다. 이에 서 대표를 비롯한 업계는 새 정부가 들어선 만큼 플라스틱을 금지하는 방향으로 로드맵이 개편될 것이라 기대했다. 

당시 발표된 로드맵은 “매장 내 일회용 빨대의 비치를 금지하되, 소비자가 요청할 경우 소재와 관계없이 제공할 수 있다”는 방침을 포함한다. 

서 대표는 이 방침이 형식적 규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플라스틱 사용을 허용하는 정책에 가깝다고 지적한다. 

“소재와 상관없이 소비자에게 빨대는 친환경 여부보다 불편한지 아닌지 여부가 더 중요해요. 소비자들은 이미 빨대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빨대를 달라고 요청할 겁니다. 매장과 소상공인은 소비자의 요구를 거절하기 어렵기 때문에 결국 단가가 가장 낮은 중국산 빨대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거죠”

또 이번 방침에 적용된 예외 규정에 대해서도 명확한 행정 기준이 제시되지 않아 현장의 소상공인은 혼란을 겪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부는 ‘노약자 요청 시 제공 허용’, ‘버블티·스무디처럼 빨대 없이 섭취가 어려운 음료’에 대한 예외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노약자 기준이 무엇이고, 허용되는 소재 범위는 어디까지인지에 관해서는 규정하지 않았어요. 설명 책임과 민원, 분쟁은 모두 현장과 소상공인에게 전가되고 있는 셈이죠”

LCA, 평가 목적·과정 잘못된 ‘보여주기 식 발표’?
유럽도 결과 동일하지만 ‘플라스틱 빨대는 금지’

LCA(Life Cycle Assessment)는 전과정평가로, 생산부터 폐기까지 환경부하가 얼마나 배출되는지를 평가하는 결과표를 말한다. 

지난해 12월, 기후에너지환경부는 한국전과정평가학회가 진행한 일회용 빨대의 재질별 LCA(전과정 환경영향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정부는 일부 환경영향 지표에서 플라스틱 빨대의 환경부하가 가장 낮다고 설명했다. 

이에 서 대표는 발표된 LCA 결과가 부분적으로는 사실이지만, 평가 방법에서 이미 오류가 있음을 거듭 강조했다. 

먼저 중량 기준의 경우, 각 재질의 빨대는 동일한 환경과 중량에 따라 평가해야 하지만 실제 보고서에 기재된 재질별 중량을 보면 종이는 1.54g으로, 다른 재질과 차이가 크게 나타났다. 

특히 플라스틱 규제의 핵심 이유였던 ▲미세플라스틱 ▲해양 유입 ▲생태계 잔존성 ▲인체에 영향을 미치는 장기 독성 등의 영향은 이번 LCA 평가 대상에서 제외됐다. 

서경미

“플라스틱을 평가할 때 미세플라스틱과 생태 독성 영향을 고려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정작 보고서에는 이것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기재돼 있어요. 이 LCA 지표는 기후와 탄소 배출의 적정성만 평가해서 상대적으로 플라스틱이 가장 낮은 수치를 보일 뿐입니다”

물론 해외에서 진행한 LCA에서도 플라스틱 빨대는 일부 환경영향 지표에서 유리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럼에도 유럽과 다수 국가는 LCA 결과만으로 플라스틱 전체를 결정하지 않는다.

예방 원칙에 따라 회수하기 어렵고, 장기 잔존 위험이 있는 큰 플라스틱 제품은 규제 대상에 속하기 때문이다. 

“결국 LCA에서는 유리하지만, 플라스틱은 금지한다는 것이 현재 국제 환경정책의 일반적인 흐름이에요. 결론적으로 한국도 LCA 결과는 다양한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정책 결정의 보완적 자료로만 활용해야 한다고 했지만, 정작 정부는 이를 정책 반영의 결정적인 자료로 사용하고 있어요”

<2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