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뭘 도와주면 되겠나" 대통령 질문에 "생각해 본 바 없다"… 갈 길 잃은 하나투어 송미선 대표
- 이재명 대통령, 지난 25일 제11차 국가관광전략회의 직접 주재 - 대통령의 "뭘 도와줄까" 질문에 "생각 안 해봤다" 송미선의 실책 - 논리 잃은 거대 담론… 유튜브 시청자들 "무슨 말 하는지 모르겠다" - 서태석 지사장, 일본 유통 구조 꿰뚫는 ‘현장 밀착형 리스트’로 대조 - 준비 부족 드러낸 업계 1위의 자화상... '관광 전쟁' 이길 수 있나
[파이낸셜리뷰=조용식 기자] 정부가 외래 관광객 3,000만 명 시대를 앞당기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지난 25일 청와대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제11차 확대 국가관광전략회의’가 개최됐다. ‘K-관광, 세계를 품다’라는 슬로건 아래 범부처 합동 전략이 발표된 이번 회의는 대통령이 직접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실린 자리였다. 하지만 회의의 주인공이어야 할 국내 최대 여행사 대표는 준비 부족과 논리 없는 발언으로 빈축을 샀다.
하나투어 송미선 대표, 논리 잃은 거대 담론
유튜부시청자들 "무슨 말 하는지 모르겠다"
이날 회의에서 민간 부문 발언자로 나선 송미선 하나투어 대표는 'K-트래블 수출'이라는 거창한 구호를 들고 나왔다. 송 대표는 한국 여행사가 해외에 직접 진출해 현지인을 모객하는 전략을 설명하며, 이를 위해 국가 간 진입 장벽, 특히 중국 시장의 불평등한 영업 환경을 개선해 줄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
아울러 국내 기업이 겪는 규제 역차별 문제도 도마에 올렸다. 송 대표는 "국내 여행사는 표시광고법과 관광진흥법 등 촘촘한 규제를 받지만, 글로벌 플랫폼들은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다"며, 국내 기업이 해외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공정한 운동장'을 조성해 줄 것을 호소했다.
하지만 약 11분간 이어진 송 대표의 발언을 유튜브 생중계로 지켜본 시청자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실시간 댓글 창에는 "말의 줄기가 없다", "이 말 하다 저 말 하니 논지가 무엇인지 파악하기 어렵다", "업계 1위 대표가 국가 전략을 논하는 자리에서 자기 회사 홍보와 하소연만 늘어놓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거대 담론을 제시하는 듯했으나 정작 실행 방안에서는 갈피를 잡지 못하고 횡설수설하는 모습이 역력했다는 평이다.
대통령의 구체적 질문에 "생각해 본 바 없다, 죄송하다"… 회의 취지 무색
회의의 정점은 이재명 대통령이 송 대표에게 던진 구체적인 질의 과정에서 나타났다. 이 대통령은 송 대표의 '한국 관광객 비중이 큰 중국, 일본, 동만아시아에 직접 아웃바운드 업체로 진출해 현지에 가서 현지 업체들과 경쟁하여 인바운드 시장을 활성화하겠다' 주장을 경청했다. 그런 다음 이재명 대통령은 "정부가 관광산업을 진흥하기 위해 필요하면 예산도 투입하고 조직도 만들려 한다. 대체 뭘 하면 되느냐", "해외에서 모객할 때 정부가 기업들에 지원한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게 있을 수 있겠느냐"며 실무적인 지원 방안을 거듭 물었다.
이에 대한 송 대표의 답변은 충격적이었다. 송 대표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솔직히 말씀드리면 한 가지, 한국에서 해외를 가서 해외분들을 모셔 오는 작업… 거기에서 아웃바운드 사업을 새로 하는 거에 관련해서 한국 정부의 지원을 생각해 본 바 없다. 죄송하다"고 답했다.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며 현장의 목소리를 예산과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만든 ‘국가관광전략회의’ 현장에서, 정작 업계를 대표하는 인물이 "정부 지원을 생각해 본 바 없다. 죄송하다"라며 사과하는 촌극이 벌어진 것이다. 이는 정부가 어떤 정책적 도구를 써야 할지 알려달라는 회의의 근본 취지를 무색게 하는 발언이었다.
서태석 지사장, "일본 인바운드 시장은 긴 호흡 필요"
송 대표의 갈지자 행보와 대조를 이룬 것은 일본 라쿠텐 트래블의 서태석 한국지사장이었다. 서 지사장은 대통령의 질문에 기다렸다는 듯 일본 인바운드 시장의 혈맥을 뚫을 '실행 리스트'를 정확히 짚어냈다.
서 지사장은 "일본 시장을 대할 때는 정말 긴 호흡이 필요하며, 절대로 단기간의 캠페인으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인바운드가 발생하는 실제 구조를 상세히 설명했다.
서 지사장은 일본의 대형 여행사인 JTB, 긴테쓰(KNT), 니혼료코, 클럽투어리즘 등을 예로 들며, 일본 현지 국민에게 직접적으로 영업 활동을 해서 인바운드를 늘리는 것은 결국 그 나라의 에이전트들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에 파견 나와 있는 한국 여행사나 지사가 직접 모객을 하는 구조가 아니라, 일본 현지 여행사와 계약되어 있는 '랜드 오퍼레이터(Land Operator)'들이 상품을 제안하고, 그 제안을 받아들인 일본 현지 에이전트가 채택하여 판매할 때 비로소 인바운드가 늘어난다는 설명이다.
그는 구체적인 협력 체계의 예로 JTB는 한진관광이나 롯데관광과, 긴테쓰는 한나라관광 등과 협력하여 상품을 구성하고 제안하는 구조를 언급했다. 결국 현지 일본인들이 한국의 지방 관광 상품을 선택하게 하려면, 최일선에 있는 오프라인 랜드 오퍼레이터들이 한국의 지방 자원을 얼마나 매력적이고 예쁘게 포장하여 일본 현지 에이전트에 제안하느냐가 핵심이라는 점을 피력했다.
특히 서 지사장은 "지방은 절대로 젊은 친구들을 일시에 끌고 갈 수 없다"며 시티투어 버스의 행정 구역 간 '크로스 스톱(Cross-stop)' 허용과 같은 구체적인 인프라 개선을 주문했다.
준비 부족 드러낸 여행업계 1위, 하나투어의 자화상
이번 제11차 확대 국가관광전략회의는 'K-관광 대도약'이라는 화려한 수식어 뒤에 가려진 우리 관광 업계의 준비 부족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의지에도 불구하고 정작 무엇을 도와달라고 해야 할지도 모른 채 거대 담론만 늘어놓은 송 대표의 모습은, '관광 전쟁'이라 불리는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관광 산업이 왜 일본에 뒤처지고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는 평가다. 현장에서는 "국내 최대 여행사조차 정부 지원에 대한 전략적 고민이 없는데, 어떻게 3,000만 명 시대를 열겠느냐"는 탄식이 흘러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