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스케치] 전통 고택에 울려 퍼진 색소폰 선율... 정읍 산외면 '공동마을' 봄 버스킹
- 귀촌 주민과 서울 친구들의 재능기부, 민관이 함께한 마을 잔치 - 인구소멸 위기 속 피어난 온기... "마을 생긴 이래 처음“
[파이낸셜리뷰=조용식 기자] 봄기운이 완연히 무르익은 지난 3일, 전북 정읍시 산외면 공동마을의 김명관 고택 체험관 마당에는 평소와 다른 흥겨운 선율이 울려 퍼졌다. 총인구 50여 명에 불과한 작은 산골 마을인 이곳에서 주민들을 위한 아주 특별한 '봄 버스킹'이 열린 것이다.
이날 공연은 올해로 귀촌 3년 차를 맞이한 한 주민의 제안과 기획으로 마련되었다. 서울에서 내려온 친구들이 기꺼이 재능 기부에 동참하며 무대의 완성도를 높였다. 공연을 위해 마당에 자리를 잡은 이들의 면면도 다채로웠다.
감미로운 색소폰 연주를 선보인 이는 현직 전문지 대표였으며, 기타 연주와 함께 노래를 부른 이는 전직 항공사 직원으로 확인되었다. 또한, 함께 동행한 사진작가는 공연의 생생한 장면과 주민들의 환한 미소를 렌즈에 담아 이날의 기록을 남겼다.
엉겅퀴 인절미와 국화차 곁들인 고택 마당의 선율
기와지붕 아래 모래마당에 길게 늘어선 흰 테이블 위로는 노란 수선화가 놓여 봄의 정취를 더했다. 마을 주민들은 삼삼오오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정성껏 준비된 음식과 음악을 즐기며 정담을 나누었다. 특히 마을에서 직접 키운 엉겅퀴로 빚어낸 쫄깃한 인절미와 은은한 향의 따뜻한 국화차가 곁들여져 오감을 만족시키는 풍성한 자리가 되었다.
공연은 단순한 관람을 넘어 마을 주민들이 직접 마이크를 잡는 노래자랑 순서로 이어지며 화합의 정점을 찍었다. 이웃의 노래에 박수를 치고 함께 어깨춤을 추는 등 시종일관 화목한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고택 처마 끝에 걸린 한자 현판과 낡은 나무 판자문은 그 자체로 훌륭한 배경이 되어, 마을 소풍의 깊은 멋을 자아냈다.
이날 행사장을 방문한 정윤정 산외면장은 주민들과 일일이 눈을 맞추며 인사를 건넸다. 지난 1월 1일 자로 승진 임용된 정 면장은 바쁜 교육 일정 중에도 시간을 내어 현장을 찾았다. 정 면장은 "이렇게 아름다운 고택에서 마을 주민들이 한데 어우러진 모습을 보니 마음이 훈훈하다"며 "오늘 이 자리가 일상의 활력이 되길 바라며, 모든 주민이 건강하고 행복한 봄날을 보내시길 기원한다"고 전했다.
현장을 끝까지 지켜본 홍석철 산외면 이장협의회장은 감격스러운 소회를 밝혔다. 홍 회장은 "이렇게 작은 마을에서 버스킹 공연이 열리는 것은 마을이 생긴 이래 처음 있는 일"이라며 "특히 마을 주민의 지인들이 먼 길을 마다치 않고 찾아와 이런 귀한 행사를 열어준 것에 깊은 감사를 표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마을 인구가 줄어드는 인구소멸의 위기를 겪고 있지만, 오늘처럼 훈훈하고 따뜻한 정을 나눌 수 있는 자리가 있어 더없이 행복한 하루였다"고 덧붙였다.
전문 공연장이 아닌 삶의 터전에서 펼쳐진 이번 버스킹은 소멸해가는 농촌 마을 공동체에 새로운 활력과 희망을 불어넣는 소중한 이정표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