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수도권 일극 체제 벗어난다"… KATA, '2026 K-지역 관광 활성화 교류회' 개최

- ‘지역이 답이다’, 지역 주도 관광 성장 모델 모색 - 한중 관광 협력 체계 구축 및 지방 인프라 확충 논의 - 정부·지자체·업계 총망라, 현장의 절박한 제언 쏟아져

2026-04-09     조용식 기자

[파이낸셜리뷰=조용식 기자] 한국여행업협회(KATA)가 지난 8일 서울 롯데호텔 크리스탈볼룸에서 ‘K-관광 지역이 답이다’라는 비전 아래 ‘2026 K-지역 관광 활성화 교류회’를 개최했다. 

외래 관광객 3,000만 명 시대를 앞두고 관광의 성과가 수도권에 편중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마련된 이번 행사는, 전국 지자체 및 여행업계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진행되었다.

관광 성과, 지역으로 향하는 마중물 마련

개회식에 나선 각 기관장들은 일제히 지역 관광의 필수불가결함을 강조했다. 

이진석 한국여행업협회 회장은 대회사를 통해 "지금 대한민국 관광은 중요한 전환점에 서 있다. 3,000만 외래 관광객 유치 조기 달성이라는 목표를 넘어, 관광의 성과가 지역으로 흐르고 지역이 주도하는 관광 성장 구조를 만들어가야 할 절체절명의 시점"이라고 선언했다.

이 회장은 "KATA는 정부 정책과 관광 현장을 연결하는 산업 플랫폼으로서 지자체와 여행 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협력 구조를 만들어 나갈 것이며, 불공평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고군분투하는 국내 여행 기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문화체육관광부 김대현 차관은 축사에서 "최근 관광 시장의 트렌드는 단순히 유명 관광지를 방문하는 것을 넘어, 각 지역만의 고유한 이야기와 콘텐츠를 체감하고 현지인의 일상을 경험하려는 수요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차관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지역 관광의 경쟁력 강화는 외래 관광객 3,000만 시대를 여는 핵심 과제이며, 문체부는 앞으로도 지역의 특색을 살린 관광 콘텐츠 개발과 외래 관광객의 지역 유치가 확대될 수 있도록 전폭적인 정책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일본 세일즈 출장으로 불참한 박성혁 한국관광공사 사장을 대신해 단상에 오른 양경수 국제관광본부장은 대독을 통해 "최근 발생한 중동 정세의 불안과 국제 유가 상승, 항공 노선 차질 등 대외 변수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지만 위기는 곧 체질 개선의 기회"라며 "정부가 목표로 하는 조기 유치는 대외 변수에 흔들리지 않는 탄탄한 인바운드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약속이며, 그 핵심 전략은 바로 지역 관광의 프리미엄화와 시장 다변화에 있다"고 역설했다.

개회식에 이어 한국여행업협회는 2026년 집중 협력 지역으로 부산광역시를 지정하고, KATA와 부산관광공사 간 외국인 관광객 500만 명 유치 목표 달성을 위한 상호 업무 협약(MOU)을 체결했다.

동아시아 관광 생태계 재편… "가치 공유와 한중 협력 필수"

기조연설자로 나선 두센중 중국여행사협회 회장은 세계 경제 구조의 심층적 재편 속에서 동아시아 관광 산업이 맞이한 구조적 변화와 한중 협력의 방향성을 밀도 있게 풀어냈다. 

두센중 회장은 "글로벌 관광업은 수박 겉핧기 식 관광이나 획일화된 관광과 작별하고, 심층 체험과 맞춤형 관광, 복합 체험 등을 추구하는 중대한 전환기에 진입했다"고 전제하며, 소비자의 3가지 핵심 수요 변화를 지적했다.

첫째, 획일화된 상품이 아닌 개인의 자아실현을 돕는 맞춤형 체험으로의 변화다. 이는 문화학자의 고적 탐구, 사진가의 자연 채집, 미식가의 현지 식도락 등 타깃층의 요구가 고도로 파편화되었으며, 여행은 전속적인 자아실현의 도구가 되었다고 설명했다. 

둘째, 관람객에서 심층 참여자로의 전환이다. 단순히 풍경을 보는 것을 넘어 서울에서 김치를 담그거나 청두에서 판다 보육에 참여하는 등 임시 거주자로서 현지 문화에 동화되기를 갈망한다는 것이다. 셋째, 화려한 형식보다는 안전, 건강, 친환경, 지속 가능성 등 본질적 요소를 필수재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러한 패러다임에 맞춰 중국이 단행 중인 공급 구조 개혁의 구체적 사례도 발표했다. 두센중 회장은 국제 관광객의 단일 목적지 재방문율이 낮다는 약점을 타개하기 위해 수요 지향적 정밀 설계를 도입하고, 출입국 정책을 지속 완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베이징 고궁 주변을 하나로 묶은 문화적 부가가치 창출, 황하 일대의 사진가 맞춤형 고급 숙박 클러스터 조성, 하이난의 의료 기반 관광 등 이종 산업과의 적극적인 융합 사례를 소개하며 관광이 양적 팽창에서 질적 향상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증명했다.

이를 바탕으로 그는 동아시아 관광 부흥을 위한 4가지 한중 실무 협력 방안을 제시했다. 

양국의 수요 빅데이터를 결합해 하이엔드·웰니스·스포츠 등 특화 세분 시장을 공동 개발하는 타깃 시장 공동 연구를 시작으로, ‘서울의 쇼핑과 백두산 스키’, ‘상하이의 도심과 부산 해양’을 한 번의 여행으로 묶어 주말 단기 심층 여행을 활성화하는 국경 초월 다구간 연계 상품 기획을 제안했다. 

아울러 위챗, 샤오홍슈 등 디지털 생태계를 결합한 스마트 공동 마케팅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광 발전의 성과가 지역 주민의 고용과 소득 증대로 환원되어 자연과 문화를 보호하는 지속 가능한 지역 사회 상생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두센중 회장은 "동아시아 관광 시장의 도약은 소모적인 경쟁이나 제로섬 게임이 아닌 역내 국가들의 협동 발전을 통해서만 이루어진다"며 "한국의 역동적인 트렌드와 중국의 깊은 인문학적 매력이 결합할 때 전 세계가 열망하는 관광 생태계가 열릴 것"이라고 연설을 마무리했다.

인구 소멸과 1극 체제 위기, 생존 해답은 '다극화된 지역 관광'

이정실 부산관광공사 사장은 한국 사회의 현실 지표를 바탕으로 지역 관광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 사장은 2016년 3,760만 명을 정점으로 생산 가능 인구가 지속 하락하고 있으며, 2024년 기준 한국은 전 세계 합계 출산율 최하위를 기록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지방을 버리고 수도권으로 올라가지만, 정작 서울의 출산율이 전국에서 가장 낮고 행복 지수마저 하락하고 있다며 수도권 일극 체제가 낳은 이 구조적 문제를 부분적으로라도 해소할 수 있는 조치가 바로 관광 산업이라고 진단했다.

이 사장은 관광 산업의 거대한 파급력을 강조했다. 글로벌 GDP의 10.5%를 차지하는 관광은 에너지, 자동차에 이은 세계 3대 산업이며 외부 충격에도 15년마다 2배씩 성장하는 강력한 회복 탄력성을 지녔다고 설명했다. 

특히 제조업이 고도로 자동화되면서 10억 원을 투자해도 4~5명 고용에 그치는 반면, 관광은 동일 금액 투자 시 최대 12.5명의 고용을 창출한다며, 지역의 일자리 소멸을 막을 방파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현재 외래 관광객의 80%가 수도권에 집중되는 상황에서, 지난해 부산은 개항 이래 최초로 364만 명의 외국인을 유치했지만 이 중 43%는 직항편이 없어 인천 등 타 도시를 경유해 들어온 수치라고 토로했다. 

그는 1천 명 단위의 대형 마이스(MICE) 행사를 유치하려 해도 인천-부산 간 내항기 좌석 확보가 불가능해 방콕 등 해외 도시에 행사를 빼앗기는 일이 허다하다며 인프라 불균형의 한계를 비판했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이 사장은 남부권 거점 전략(Hub & Spoke)을 제시했다. 일본이 수도권, 간사이, 기타 지역 등 30%씩 균형 있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3,500만 명을 유치했듯, 한국 역시 부산을 중심으로 울산, 경남, 경주 등 남부권 8개 도시가 연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재 부산은 외래객이 부산을 방문하지 않고 경남에만 숙박해도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으며, 인접 도시들과 무료 공동 홍보 부스를 운영하는 등 상호 보완재로서 지역 상생 모델을 실천하고 있음을 강조하며 정부의 시각 변화를 촉구했다.

"인프라 구축과 규제 완화 절실"… 쏟아지는 현장의 목소리

김창수 경기대학교 학장의 진행으로 이어진 지역관광 활성화 포럼에서는 지역 관광을 가로막는 실질적인 문제점과 정부를 향한 요구 사항들이 도출되었다.

양경수 한국관광공사 본부장은 "지역 관광 도약을 위해 올해 정부와 공사가 집중하는 핵심은 지방 공항 활성화와 크루즈 선박 유치"라고 밝혔다. 

양 본부장은 당장 이달부터 국토부 및 지자체, 저비용 항공사(LCC)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가동해 지방 공항 슬롯과 활주로 문제를 논의하고 전세기 유치를 모색 중이라며, 올해 인천보다 부산 입항이 더 많아진 크루즈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선사들과 직접 모객 확대를 협상하고 여수 등 기항지의 단체 식당 인프라를 대폭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전성준 이후엘티에스 대표는 "부산이 선전하고 있지만 숙박, 식당, 차량 인프라는 여전히 부족하다. 단체 관광객의 원가 보전을 위해 코로나19 이전처럼 부산 내 한국 특산품 홍보관을 건립해 서울 여행사들이 행사를 치를 때 수익금을 지역과 셰어할 수 있는 구조를 조속히 만들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한 동남아 관광객들이 지방 식당 등에서 겪는 문제를 언급하며 부산이 선도적으로 관광 식당 인증제를 도입해 평등한 접객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 나아가 워케이션 센터 인프라 확충과, 서울을 경유하지 않고 부산으로 바로 들어와 출국할 수 있는 직항 노선 개설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희자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실장은 관광이 수출 산업으로 격상된 만큼 여행업계도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 실장은 전국을 대상으로 한 획일적 상품보다는 특정 지방 도시의 로컬 콘텐츠에 특화된 대표 인바운드 여행사를 집중 육성해야 한다며, 과거의 대규모 송객에서 벗어나 생소한 지역 콘텐츠를 발굴하는 큐레이터로서의 역량 강화와 프리미엄 가이드 중심의 인적 인프라 고도화가 필수적이라고 역설했다.

김항기 놀 유니버스 실장은 "AI의 발달로 여행 소비자의 정보 탐색 비용과 시간이 획기적으로 낮아졌다"며 "소비자는 곧 모든 일정을 AI를 통해 구성할 텐데, 기존의 뻔한 여행지만 입력되어 있다면 지역 관광은 도태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실장은 단일 지역의 자원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므로, 인접 지자체의 지역관광추진조직(DMO)들이 장벽을 허물고 공동 마케팅과 교통망을 통합하여 킬러 콘텐츠를 지속 수급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소도시 연계 방안 및 가이드 확충 등 실질적 과제 논의

플로어 질의응답 시간에도 현장 관계자들의 절박한 호소가 이어졌다. 

진주에서 무장애 야간 체류형 콘텐츠를 기획한다는 참석자는 서부 경남의 소도시가 개발한 로컬 콘텐츠가 실질적으로 거점 도시의 관광객 유입 효과를 누리려면 어떤 구조적 대책이 필요한지를 물었다. 

이에 이정실 부산관광공사 사장은 기존의 탑다운 방식을 반성한다며 부울경 연계 상품 공모를 활성화하고, 지역 기획자들이 주도하는 바텀업 방식의 소통 채널을 늘려 상품 론칭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답했다.

구미주 인바운드 전문 여행사 관계자는 "유럽 관광객이 전년 대비 크게 늘었음에도 독일어, 프랑스어 등 특수 언어 가이드가 지방에 전무해 더 이상 모객을 할 수 없다"며 "수용 태세가 갖춰지지 않으면 아무리 마케팅을 해도 소용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정실 사장은 이에 깊이 공감하며 통역 가이드 및 전세버스 비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당장 부산외대 유학생 및 이주민을 직접 교육하고 시험을 치르게 하여 자체적으로 인력 풀을 확충하겠다고 약속했다.

행사를 주관한 이진석 KATA 회장은 신청자의 3분의 1이 자리가 없어 참석하지 못할 정도로 지역 관광에 대한 업계의 갈증이 높다며, 오늘 논의된 제안들이 지방 관광 발전을 위해 정부를 설득하고 실질적 예산을 확보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도록 함께 나아가자고 결의를 다지며 교류회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