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혁 사장, “1분기 23% 초과 달성”... 2028년 3천만명 유치에 자신

- 지난 17일, 관광전문기자협회와의 간담회에서 밝혀 - 올해 2300만명 유치, 근거리 마케팅에 집중 공략 - 토종 OTA, 숙박, 목적지 판매보다 체험형 상품으로 - 청주·대구 등 지방공항에 전세기 유치 등 교통망 확충 - 출국세 인상 재원, 반값 여행 등 국민 관광 복지에 전액 환원

2026-04-20     조용식 기자

[파이낸셜리뷰=조용식 기자] "한국관광공사와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마케팅과 세일즈'에 집중해 관광객을 많이 모셔 오자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중략) 우리는 시장을 만들 테니 그에 걸맞은 인프라와 교통, 숙박을 개선하라는 압력을 유관 기관과 정부에 넣어 관광 생태계를 변화시키려는 것입니다."

한국관광공사 박성혁 사장의 일성은 단호했다. 마케팅 전문가 출신다운 발상의 전환이다. 인프라가 완벽하게 갖춰지기를 수동적으로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선제적인 마케팅으로 관광객을 거세게 몰고 와 정부와 지자체가 스스로 교통과 숙박을 고치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관광 생태계를 뒤흔들겠다는 그의 자신감은 철저하게 객관적인 데이터에 뿌리를 두고 있다.

왜 3천만 명인가?, “일본과의 실질적인 경쟁 구조를 만들어야”

박성혁 사장은 지난 17일 관광전문기자협회와의 기자간담회에서 “정부의 공식 목표인 '2030년 외래 관광객 3천만 명 유치'를 2028년으로 무려 2년이나 앞당긴 배경에는 일본이 있다”라고 밝혔다. 

일본이 2028년 6천만 명의 외래 관광객을 유치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한국이 2030년에 3천만 명을 목표로 삼는 것은 너무 한가한 소리라는 지적이다. 2028년에 최소 3천만 명 고지에 올라서야만 일본 관광과 실질적인 경쟁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절박함이 작용했다.

자신감의 근거는 지난 4월 13일 기준 1분기 데이터에 있다. 입국자 수는 물론 크루즈, 항공, 의료, 마이스(MICE) 등 전 지표가 우상향이다. 관광공사의 올해 유치 목표인 2300만 명을 달성하려면 전년 대비 21.5% 성장해야 하지만, 1분기에 이미 23% 성장을 기록하며 목표치를 훌쩍 넘어섰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본토와 대만, 홍콩을 아우르는 중화권에서 29.4%, 보수적인 일본 시장에서조차 20.3%의 고무적인 성장을 보였다. 2분기 중동 전쟁 발발 등 지정학적 위기가 닥쳤음에도 지난달부터 중국과 일본 현지 파트너들과의 토의와 협력을 통해 원거리 여행에 부담을 느끼는 이들을 한국으로 끌어오는 '근거리 마케팅 집중 전략'으로 정면 돌파하겠다는 청사진도 진행 중이다.

그러면서도 박 사장은 ”제가 말씀드린 4월 13일 기준 잠정치에는 전쟁의 여파가 아직 반영되지 않았거나 미미하다고 보셔야 합니다“라는 복선을 깔아두었다.

토종 OTA에 일침, “단품 팔아서는 힘들어... 체험형 관광상품 팔아야”

"더 이상 숙박 하나, 목적지 하나를 파는 그런 관광 상품, 그 정도를 가지고는 제가 볼 때는 생존이 어렵습니다. 플랫폼 비즈니스는 승자 독식 논리가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지금 우리나라 토종 OTA들이 성장기에 접어들었다고 안심하다가는 결국 글로벌 OTA의 백엔드(재고 공급처) 역할로 전락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 사장은 최근 야놀자, 여기어때, 마이리얼트립, 크리에이트립 등 10여 개 국내 주요 온라인여행사(OTA) 대표들과 마주한 자리에서 “토종 OTA가 성장기에 접어들었다고 샴페인을 터뜨릴 때가 아니라는 점을 지적했다”고 밝혔다.

토종 OTA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스토리가 융합되고 경험이 응축된 체험형 관광상품을 팔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마케팅 전문가의 입장에서 봤을 때 글로벌 OTA의 백엔드 역할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낸 것이다.

공사 역시 규모가 큰 곳을 무조건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인바운드 수요 창출에 실질적으로 공을 들이는 OTA를 엄격하게 평가해 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는 양적 팽창에만 매몰되지 않고 1인당 소비액을 현재 1300~1400달러 선에서 일본 수준인 1700~1800달러까지 끌어올리는 '고부가가치 관광'을 실현하기 위한 박 사장의 포석이다.

외래객 3천만 시대를 가로막는 최대 아킬레스건인 숙박 인프라 부족 역시 획일화된 호텔 건축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일본의 료칸이나 중국의 객잔처럼 고유의 숙박 문화가 뚜렷한 경쟁국들과 달리, 한국은 전국 곳곳에 훌륭한 한옥 자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뼈아픈 진단이다.

그는 기존 한옥을 한국만의 '유니크 숙소'로 탈바꿈시키고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신속하게 수립하여 숙박 인프라 부족 문제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복안이다.

초광역 클러스터의 중심축이자 한국적 고부가가치 숙박의 상징으로 박성혁 사장이 핵심으로 꼽은 곳은 다름 아닌 경북 안동이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일본 총리 방한 시 초청 대상지로 유력하게 검토 중인 곳 역시 안동이다. 

이곳은 한옥이라는 고유의 자원을 바탕으로 한일 외교 교류와 전통 체험을 아우르는 상징적 공간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박 사장은 전주 한옥마을과 함께 안동을 거론하며, 호텔 신축에 의존하기보다 지역 곳곳에 산재한 전통 고택들을 '유니크 숙소'로 탈바꿈시켜야 한다고 역설했다.

안동 고택의 가치는 글로벌 럭셔리 관광 시장을 겨냥한 실질적인 행보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17일 박 사장은 서울 세빛섬에서 글로벌 럭셔리 여행 네트워크인 버츄오소(Virtuoso)의 매튜 업처치(Matthew Upchurch) 회장과 만나 방한 럭셔리 관광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 자리에서 박 사장은 한국형 프리미엄 럭셔리 콘텐츠의 핵심 무기로 안동 고택 체험과 사찰음식을 전면에 내세웠다.그는 해외 하이엔드 여행객을 사로잡을 차별화된 관광 상품으로 안동 서애 류성룡 고택 등 역사적 숨결이 깃든 공간에서의 하룻밤을 제시했다. 

여기에 지역 특색을 살린 전통 공연과 종가 음식을 결합한 패키지를 엮어낸다면, 글로벌 OTA에 종속되지 않는 완벽한 고부가가치 상품이 탄생한다는 설명이다. 고부가가치 관광을 향한 박 사장의 시선은 결국 우리 고유의 서사가 깊게 응축된 안동의 한옥을 글로벌 럭셔리 관광의 최전선으로 끌어올리는 데 맞혀져 있다.

지방 관광 활성화와 연결된 공항 활성화와 교통편 확충

"가격을 깎아줘서 파는 상품들은 오래 못 갑니다. 할인을 계속함으로써 유인하는 마케팅은 나중에 소비자들이 혜택이라고 느끼질 않아요. 당장 많은 국민이 여행을 경험하게 하는 트리거 상품인 거고, 한편으로는 많은 지역 관광 상품들을 동시에 개발해야 지속 가능한 관광이 된다고 판단을 해서 투트랙으로 잘 운영을 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지방 관광 활성화의 성패를 가를 핵심은 단연 지방 공항 활성화와 교통편 확충이다. 박 사장은 보조금이나 무작정 혜택을 퍼주는 할인 정책의 한계를 분명히 그었다.

지방 공항으로 외항사를 끌어오기 위해 지자체가 보조금을 지원하거나 전세기를 유치하는 것은 분명 마중물이지만, 이는 철저히 '초기 마케팅의 방아쇠(트리거)'로만 작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차적으로 전세기를 통해 관광객을 유입시키고, 이들이 만족할 만한 고품질 관광상품이 받쳐준다면 자연스럽게 정기 노선 편성으로 이어져 지속 가능한 성장이 이뤄진다는 논리다.

전사적으로 '지방공항 활성화 TF'를 꾸린 공사는 조만간 한국공항공사와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당장 청주공항을 거점으로 하는 에어로케이에는 지난해 87만 명 수준이던 인바운드 시트 블록을 올해 200만 명까지 파격적으로 늘려달라고 요청했다.

대만의 중화항공, 상하이의 춘추항공 등과 전세기 취항 협의를 진행 중이며, 대구공항 역시 이스타항공과 일본 피치항공의 전세기를 띄운 뒤 정기선으로 전환하는 궤도에 올려놓았다. 전세기가 활성화되면 국토교통부의 슬롯 확대는 자연스럽게 뒤따를 수밖에 없다는 확신이다.

나아가 지방 관광에 꾸준한 뼈대가 되어줄 '대한민국 숙박 페스타'의 쿠폰 할인 혜택을 내년부터 국내 토종 플랫폼을 통해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전면 개방한다. 지속적인 혜택이 외래객 유치와 결합할 때 진정한 투 트랙 전략이 완성된다는 의미다.

동네 반장이 아닌 국가관광기구로 거듭나야

"한국관광공사는 동네 반장이 아니라 나라를 대표하는 NTO(국가관광기구)가 되어야 합니다. 저는 현재 업계나 RTO에 이관할 수 있는 사업을 계속 찾으라고 내부적으로 강하게 주문하고 있습니다. 공사가 RTO와 중복으로 수행하는 과도한 업무들은 모두 덜어낼 생각입니다."

박 사장은 관광공사가 향해야 할 지향점을 국가 브랜드 전략 설계로 명확히 규정했다. 지역 관광재단(RTO)과 중복되는 세밀한 실행 업무는 이관할 대상을 적극적으로 찾아 과감히 넘기고, 공사는 정부 방향에 발맞춰 광주와 전남을 묶는 등의 거대한 '초광역 클러스터 사업'에 역량을 쏟는다.

감이나 과거의 경험에 의존하던 낡은 기획을 버리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수요를 예측해 관광객의 발길을 선도하는 것이 국가 관광 기구의 진짜 리더십이라는 것이다. 차별화를 잃어버린 지자체별 '방문의 해' 사업 역시, 지자체가 먼저 컨설팅을 요청해 오면 지역관광추진조직(DMO) 협의체 등을 통해 공사가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두었다.

출국세 인상된다면, “전액 체감형 내수 관광 복지로 환원해야”

"재원이 확보된다면 그것이 단순한 '사치세'로 인식되지 않도록, 관광의 가치를 높이고 국민의 건강한 내수 관광을 증진하는 데 활용할 것입니다. 현재 공사가 운영 중인 반값 여행, 숙박 페스타, 근로자 휴가 지원 사업 등 국민의 관광 복지를 체감도 있게 높이는 방향으로 가치 있게 쓸 계획입니다."

관광 재원 및 핵심 인프라와 관련된 굵직한 사안들도 속도감 있게 재편된다. 최근 불거진 출국납부금 인상 이슈에 대해서 박 사장은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챙긴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재원이 확충될 경우 이를 전액 체감형 내수 관광 복지에 환원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하반기에 진행될 2차 반값 여행 사업 시에는 상반기에 공모 신청을 하지 않아 혜택받지 못했던 경북 지역 등에도 기회가 고르게 돌아갈 수 있도록 실무진에게 각별히 신경 써달라고 당부했다.

이밖에도 한국방문의해위원회와도 단순 명의 빌려주기식 소규모 사업에서 탈피해, 이부진 위원장과 마주 앉아 전국 단위의 대규모 '쇼핑 페스타' 등 외국인 관광객의 부가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사업을 재기획 중이다.

또한, 올해 50% 이상의 폭발적인 성장이 예측되는 크루즈 시장 역시 아도라 크루즈, 카니발 재팬과 손잡고 포항과 여수 등에 기항지를 추가하는 한편, 정부에 건의해 출입국 수속(CIQ) 시간을 1시간 이내로 단축하는 성과를 냈다. 앞으로는 기항지 정박 시간(Overnight)을 늘려 고품질 상품 확충에 화력을 집중할 계획이다.

E등급 쇼크, “질책과 칭찬을 함께 줘야 직원들 사기 올라”

"우리 공사는 관광 산업 생태계의 정점에 있는 기관입니다. 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지면 이 생태계에 좋을 게 하나도 없습니다. 질책 하나 하실 거 칭찬을 한 2개 정도 해주시면 공사가 훨씬 더 힘을 내서 움직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서사 중심의 단단한 비전을 제시하던 박 사장은 간담회 말미, 작년도 정부 경영 평가에서 E등급을 받은 아픈 현실 앞에서는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수장 없는 공백 속에서 분투했던 직원들이 문 닫기 직전의 석탄공사보다 낮은 등급을 받은 것에 깊이 감정 이입하며 언론의 애정 어린 시선을 당부했다.

조직의 사기 저하가 곧 관광 생태계 전반의 동력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강한 위기의식의 발로다. 그는 언론을 향해 따끔한 질책과 칭찬의 균형을 부탁하며 원팀으로서의 결속을 호소했다. 

마케팅으로 기선을 제압하고, 데이터를 나침반 삼아 질주하는 박성혁 호(號)의 2028년 3천만 시대가 이미 닻을 올렸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중동전쟁으로 인한 고유가, 고환율, 고물가 등 외부 충격으로 인해 순항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