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 여행] 45년 뚝심 한과명장의 한가원, 40만 힐링 포천 아트밸리

- 한과의 대중화와 10대 미각 겨냥한 K-디저트 실물 교육 - 세계 정상 만찬에 오른 한과, ‘포천 한과 축제’로 발전되길 - 버려진 폐석산에서 힐링 공간으로 변한 포천 아트밸리

2026-04-28     조용식 기자

[파이낸셜리뷰=조용식 기자] 지난 4월 6일, 수원 삼일고등학교 제과제빵 실습실은 서구식 빵 굽는 냄새 대신 대추와 꿀이 장시간 조화롭게 졸여지는 묵직한 향기로 채워졌다. 이곳은 미래의 파티시에를 꿈꾸는 10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대한민국 제26호 식품명인이자 한과 명장 1호인 김규흔 명장의 특별 수업이 진행되던 날이다. 

10대 미각을 깨운 K-디저트, 김규흔 한과 명장의 실물 교육

김 명장은 대추 씨를 빼고 곱게 다져 꿀에 장시간 졸인 뒤 잣으로 모양을 내는 최고급 이바지 음식 조란과 호두 정과 조리법을 학생들에게 직접 전수했다. 마카롱이나 케이크 등 서구화된 디저트의 단맛에 익숙했던 10대 학생들은 전통 한과의 입체적인 풍미와 정교한 수작업 과정을 접하며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다. 

전통 과자가 장년층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을 깨고, 미래 세대의 일상적인 디저트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현장에서 직접 손으로 빚고 혀로 기억하게 만드는 실물 교육만이 해답임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그렇다면 미래 세대의 미각을 정조준하며, 일선 현장을 누비는 이 명장의 저력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가. 기자는 그 해답을 찾기 위해 명장이 2008년 사재를 털어 건립한 경기도 포천시의 한과문화박물관 ‘한가원’을 직접 찾았다. 

“세 살 입맛을 여든까지~”, 손으로 기억하는 한과 체험

박물관 1층 로비 계단 밑으로 들어서자 ‘세 살 입맛 여든 간다~ 한과 만들기’라는 커다란 현수막 아래로 100년이 넘은 지게와 절구, 맷돌, 탈곡기 등 빛바랜 농기구들이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었다. 

화려한 포장 대신 흙먼지가 묻은 듯한 투박한 옛 도구들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한과의 근본이 이 땅의 농산물과 땀방울에 있음을 직관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묵언의 전시였다. 박물관 바로 옆에 자리한 교육관 체험실은 이러한 명장의 철학이 실제 행동으로 옮겨지는 핵심 공간이다. 

최대 120명까지 동시 수용이 가능한 널찍한 체험실 내부에는 여러 개의 조리용 테이블이 일정한 간격으로 배치되어 있다. 각 테이블 위에는 위생을 위한 투명 비닐이 덮여 있고, 조청과 기름을 데울 휴대용 가스버너, 재료를 담을 소쿠리, 그리고 한가원 로고가 새겨진 앞치마가 정갈하게 세팅되어 있다. 

유과와 강정 체험은 약 1시간 30분, 다식 체험은 1시간가량 소요되며, 비용은 유과 3만 원, 강정 3만 5천 원, 다식 2만 원으로 책정되어 있다. 

관람객들은 영상 시청과 박물관 견학을 마친 뒤 이곳 체험실로 이동해 직접 한과를 빚는다. 자신만의 모양으로 빚어낸 15~18개의 유과나 10~12개의 다식을 전통 식기에 담아 사진을 찍고 포장해 가는 일련의 과정은 철저히 ‘세 살 입맛이 여든까지 간다’는 지론에 기반한다. 

어릴 적 혀끝으로 기억하고 직접 손으로 만들어본 경험이 훗날 성인이 되어서도 전통 디저트를 일상적으로 소비하게 만드는 가장 확실하고 강력한 동력이기 때문이다.

월계동 골목에서 세계 정상의 만찬장까지, 한과의 세계화

체험관을 지나 박물관 내부로 안내하던 김범진 한가원 부관장은 전시실 한편에 덩그러니 놓인 투박한 쇳덩이 기계와 나무 틀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입을 열었다. 

과거에는 나무 틀을 썼으나, 반죽을 빼내기 위해 ‘탁’ 칠 때마다 건조된 나무가 쪼개지는 한계가 명확했다. 한과의 대량 생산과 세계화를 목표로 했던 명장은 금형 기술을 도입해 기계화를 시도했고, 수작업 특유의 질감과 맛을 완벽히 구현해 내기까지 무려 17년의 세월을 쏟아부었다고 한다. 

그 이면에는 1981년 서울 노원구 월계동 골목에서 한과를 시작해 유통기한의 한계로 여름철 판매조차 불가능했던 시절, 상추 밀폐 실험을 거쳐 쌀겨의 감마오리자놀 성분으로 천연 방부 기술을 고안해 낸 치열한 생존기가 자리 잡고 있다.

전시실 안쪽은 전통을 넘어 세계를 향한 명장의 행보를 묵묵히 증명한다. 제3차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만찬장에 올랐던 인삼 유과와 꿀 약과의 오색찬란한 고임부터, 이탈리아 명품 ‘구찌(GUCCI)’와 협업하여 글로벌 프리미엄 시장의 감각적인 포장 기술과 결합한 전시물까지 한과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아울러 일본의 화과자와 중국의 월병 등 전 세계 40여 개국의 과자를 직접 수집해 둥근 진열장에 빽빽이 채워 넣은 코너는, 세계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철저히 상대의 특성을 분석하고자 했던 명장의 냉정한 승부사적 기질을 엿보게 한다.

전통과 현대가 교차하는 야외 쉼터, 지역 축제의 새 청사진

한과의 뼈아픈 쇄신과 영광의 역사를 관통한 발걸음은 2층의 휴게 공간과 야외 테라스로 이어진다. 투명한 천장 아래 포천의 산세가 펼쳐진 테라스는 관람객들이 한과 판매점과 연계하여 현대적인 여유를 즐길 수 있도록 조성되었다. 

실내에는 한복 체험 코너와 전용 포토존이 젊은 세대의 발길을 붙잡는다. 김범진 부관장은 “야외 언덕에 데크를 설치하고 전통 삼색 그늘막을 활용해 쉼터를 확장할 계획”이라며 “3천 원의 입장료만으로 커피와 한과를 맛보며 쉴 수 있는 공간으로 정비 중”이라고 밝혔다. 

김 부관장은 “과거 서울 도심과 국회에서 주도했던 대규모 한과 페스티벌의 무대를 이곳 포천으로 옮겨와, ‘포천 한과 축제(가칭)’라는 지역을 대표하는 굳건한 전통 축제로 자리 잡게 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임영웅 팬심 가득한 포천 이동갈비

포천 한가원에서 전통 한과의 서사를 확인한 뒤 길을 건너면 짙은 참숯 향이 발걸음을 붙잡는다. 한가원 맞은편에 자리한 ‘원조 명문 이동갈비’는 1994년부터 묵묵히 불판을 달궈온 포천의 노포다. 

식당 입구에 당도하는 순간 가장 먼저 시선을 빼앗는 것은 가수 임영웅의 사진들이다. 현수막부터 실내를 빼곡히 채운 굿즈와 액자들은 거대한 팬덤의 성지를 방불케 하지만, 이곳의 진짜 저력은 화려한 팬심 이면에 자리한 뚝심 있는 맛에 있다. 

환한 웃음을 지으며 산처럼 쌓인 겉절이김치와 칼집이 선명한 이동갈비를 내어오는 주인의 손길에는 오랜 세월 다져진 내공이 묻어난다. 달짝지근하면서도 깊은 풍미를 품은 양념갈비는 한가원의 김규흔 명장이 수시로 발걸음하는 단골집으로도 정평이 나 있다. 

이곳은 포천 지역 상품권 결제가 가능한 가맹점으로, 지역 관광지를 둘러보고 넉넉한 인심 속에서 포천 미식 여행의 든든한 마침표를 찍기에 부족함이 없다.

흉물 채석장의 반전, 40만 인파 몰린 문화예술공원 아트밸리

포천의 맛을 즐긴 뒤 닿은 곳은 4월의 맑은 하늘 아래 우뚝 선 포천 아트밸리다. 입구에 들어서면 단단한 화강암으로 투박하게 다듬어진 표지석과 친근한 동물 캐릭터 조형물들이 여행객을 반긴다. 

과거 주요 건축물을 세우는 데 쓰였던 포천석의 핵심 산지였으나, 화강암이 고갈된 후 버려졌던 폐채석장이 2009년 10월 포천 아트밸리로 재탄생되었다. 현재는 연간 40만 명 이상이 찾는 거대한 문화예술공원으로 완전히 탈바꿈한 곳이다. 

가파른 420m의 진입로를 오르기 위해 모노레일에 탑승하면, 연초록 잎사귀들과 거친 화강암 절벽의 극적인 대비가 시선을 압도한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 마주하는 아트밸리의 심장 ‘천주호’는 수심 20m에 달하는 장엄한 자태를 뽐낸다. 웅덩이에 샘물과 빗물이 유입되어 형성된 호수는 바닥에 가라앉은 화강토가 햇빛을 반사하며 특유의 청록빛 수면을 만들어내고, 45m 높이의 거대한 수직 직벽을 거울처럼 비춰낸다.

1급수에 서식하는 가재와 도롱뇽이 생태계를 이루며 인간이 훼손한 상처를 스스로 치유한 자연의 끈질긴 자생력을 증명한다. 천주호의 절경을 뒤로하고 산책로로 발걸음을 옮기면, 포천석 특유의 밝고 단단한 질감을 살려 깎아낸 수십 점의 작품이 전시된 조각공원이 모습을 드러낸다. 

거칠고 삭막했던 폐석산이 섬세한 조각 예술의 공간으로 진화했음을 보여주는 직관적인 현장이다. 호수와 깎아지른 절벽 사이에 교묘하게 자리 잡은 산마루 수상 공연장은 거대한 암벽을 스크린 삼아 미디어파사드 영상과 자연 음향 효과를 연출하며, 덩굴 터널과 화강암 벽면의 ‘천사의 날개’ 포토존은 방문객들에게 새로운 희망의 메시지를 던진다.

‘아트밸리 키즈데이’ 어린이날을 위한 프로그램까지

포천문화관광재단이 운영하는 포천 아트밸리에서는 다가오는 5월 5일 어린이날을 맞아 공원 일대에서 체험형 문화행사 ‘아트밸리 키즈데이’를 개최한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진행되는 행사는 자연과 예술이 결합된 공간적 특성을 활용한 실물 교육 프로그램으로 채워진다. 태양 관측과 태양안경 만들기, 천문과학관 보물찾기, 모바일 방탈출 게임 등 과학과 놀이를 접목한 이벤트를 비롯해 로켓 소원 쓰기, 공 던지기, 낙서 놀이터 등이 쉼 없이 운영된다.

조각공원 정상 부근에 우뚝 선 천문과학관에서는 행사 당일 천체투영실 상영을 매시 정각과 30분으로 확대 편성하여 관람객을 수용하며, 산마루 수상 공연장에서는 뮤지컬과 마술쇼가 결합된 ‘뮤랑극단’의 퍼포먼스와 마홀나눔음악회, 밸리댄스 등 현장의 역동성을 살린 무대가 이어진다. 

체험 및 이벤트 프로그램은 무료로 운영되며, 입장료와 모노레일 이용료만 별도로 부과된다. 철저하게 버려졌던 공간에서 생태 관광 거점으로 부활한 포천 아트밸리는, 파괴와 복원의 역사를 품은 채 5월의 어린이들에게 과학과 예술을 동시에 체험하게 하는 거대한 살아있는 교보재로 진화하고 있다.